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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안철수 후보가 인하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 과정에서 정치개혁 과제의 하나로 국회의원 정수 축소,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축소 및 중앙당 폐지 등 그동안 다수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정치 시스템의 개선을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야 각 정당, 그리고 보수언론을 포함한 상당수의 언론과 일부 진보적 시민단체나 학자들이 일제히 우리 정치 현실을 무시한 설익은 주장이라거나, 정치 아마추어의 어리석은 이야기, 혹은 반(反)정치적 사고를 드러낸 것 등으로 안철수 후보를 비난하고 나섰네요.

 

이러한
...
무차별적인 비판 혹은 비난공세를 보며 그들은 안철수 후보가 어떤 주장을 내놓던 일단 깎아 내릴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는 5분대기조들인가 하는 느낌조차 갖게 됩니다.

안철수 후보가 내건 정책의 함의(含意)는 국민이 가장 싫어하며 지탄을 보내는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를 바꾸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임에도, 이를 외면하고 국회의원 정수 축소 하나만을 가지고 일제히 포문을 열고 융단포격하듯이 비난을 쏟아내는 것은 우리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혹은 일부 언론조차 그가 가리키는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이 못생겼다고 비판하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대다수가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늘과 같이 막막하고 피폐한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의 행동양식은 전혀 무관하다’ 는 절망감일 것입니다.

국민의 눈에 비친 오늘의 정치현상, 즉 고비용 저효율, 아니 최고비용 최저효율이야말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극대화시킨 주범일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이처럼 잘못된 정치구조를 깨뜨리려는 노력을 스스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기존의 정치권 스스로가 뼈를 깎는 자정과 자구의 노력을 보임으로써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음을 왜 그토록 철저히 외면하려는 것일까요.

도대체 왜 이럴가, 안철수 후보가 과연 잘못한 것일가를 고민하다가 국회의원 정수 감축문제 하나만을 대상으로 기존 정치권의 생각이나 여론의 추이를 기록을 통해 살펴 보았습니다.

두 차례나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였고, 자유선진당의 총재였던 이회창씨는 2009년 9월 29일 국회의원 수를 30% 감원하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정원의 절반으로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당 1주년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에서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통일한국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지요.

당시 모든 언론은 한결같이 이를 대서특필 했는데, 어느 언론도 이를 설익은 주장이라거나 정치현실을 모르는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이보다 며칠 앞선 2009년 9월 17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는 “국민의 70퍼센트가 국회의원수를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는 8월 26일과 9월 9일, 12일에 걸쳐 전국 1만118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ARS조사 결과,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68.1%로 나타났으며, 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다(56.2%)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에 비해 2.7배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때도 역시 언론은 그 조사결과만을 인용하여 기사화했을 뿐, 어느 언론도 우리 국민들이 정치현실에 문외한이라거나 설익은 정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하지는 않았지요.

이뿐이 아닙니다,

서울경제신문 2011.12.5. 자 기사에 의하면 당시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는 국회 대표실에서 충청권 의원이 주축인 ‘충청권 선거구 증설 정치권협의체’ 와의 면담하며 “현재도 국회의원 수가 지나치게 많다. 이런 문제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다뤄야 한다” 고 밝혔답니다.

홍준표 대표도 역시 설익은 정치 아마추어였는지 새누리당에 묻고 싶네요.

상당수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어떠했을까.

연합뉴스 2009. 4. 13. 자 기사에 따르면, 부산선진화개혁추진회의와 (사)부산포럼이 13일 부산상의에서 개최한 `정치선진화를 위한 부산 시민토론회'에서 박홍석 동아대 교수는 `국회의원 숫자 줄이기와 공익추구'란 주제발표를 통해 "국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의원 수를 줄이자"고 제안했습니다.

박 교수는 "망치와 전기톱 사건으로 실추된 국회의 위상과 의원 개개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국민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여야 의원이 기득권을 버리고, 의원 숫자를 줄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 통과시킬 수 있다면 한국 정치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성공적인 정치 인생을 만들어가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여야 의원은 분명히 국회운영과 구성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의원 합의에 의해 의원 숫자를 대폭 줄이는 자구적 구조조정 노력은 국민에게 대단한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더군요, 그는 "의원 수를 줄이면 의원은 자신이 전문성이 있는 중요한 업무에만 치중하고, 불필요한 입법활동에서 벗어나게 되며, 그만큼 정부의 규제와 간섭은 줄어들고 부패의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09년 9월 12일자 연합뉴스는 전직 장관과 전ㆍ현직 대학총장, 교수, 변호사 등 윤리운동을 벌여 온 사회원로들이 12일 국회의원, 장관을 모두 무보수 봉사직으로 하고 의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고 보도했군요.

이들의 모임인 `성숙한 사회가꾸기 모임'은 이날 오후 발표한 `정치개혁을 위한 대국민 제안문'에서 "우리 민주주의의 질이 낙후된 이유는 대표자들이 권력을 특권으로 보고 사유화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이 모임에는 김태길 전 학술원 회장과 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박영식 학술원 부회장,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 김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 강지원 변호사 등 15명의 원로가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과도하게 많다"며 "국회의원이 많으면 국회운영이 비효율적이 되고 자질도 높일 수 없으며 국민은 잘게 쪼개진 선거구 속에서 지역주의의 볼모가 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 연합뉴스의 보도였습니다.

이때도 이들 시민단체나 우리 사회의 원로들을 향해 이들의 주장이 정치현실을 무시하거나 반정치적 행태라고 언급한 언론이나 학자는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의 정치현실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자신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나선 안철수 후보의 주장은 왜 포퓰리즘이며 아마추어리즘이고 설익은 주장이라는, 마치 융단포격같은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요...

(다음 번에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해 온 다수 언론의 기사와 사설을 살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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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