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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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러준 엄마와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

'베사메 무초' 이후 처음이다.
 코가 꽉 막히고,눈은 금붕어가 됐다. 한 시간 가량 질질 짜댔으니 눈이 퉁퉁 부을 수밖에 없다. 눈물 샘이 말라버린 듯하다.
오늘밤의 최루탄은 MBC 베스트극장 '사랑하는 아들아'. 
 12년 전 산부인과에서 바뀐 두 남자아이의 운명적 삶을 다룬 이 작품은 메마른 마음을 모처럼 촉촉히 적셔주었다.
 두 아이의 뒤바뀐 운명,죽음,부모들의 절규,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의 고운 마음씨...
캄캄한 영화관에서  슬픈 영화를 보다 눈물이 나면, 옆 사람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슬그머니 닦는다. 하지만 콧물과 눈물이 줄줄 흐르고, 마침내 코를 연신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모든 것을 과감히 포기한다.철면피가 되고,소음을 일으키는 3류 관객이 된다.    
수건이나 휴지를 있는 대로 꺼내 폭포수 같은 물을 수습하기 일쑤다.
 몇 년전 마누하님과 함께 영화 '베사메 무초'를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하도 울어서 마누하님에게 핀잔 세례를 받았다.   
"에이,창피해.당신과 함께 영화관 가기 싫어욧!"
 하지만 진심이 아니다. 좀 창피하긴 하겠지만,평소 독하게 사는 내가 지어내는 여린 모습에 깊은 정을 느끼는 눈치다.
 오늘 우리는 '누선(淚腺) 자극 경연대회'라도 벌이듯, 질질 짜며 마주보고 웃었다. 하나가 됐다. 내일은 쉬는 날.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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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