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KBS주말연속극 '사랑을 믿어요'의 새해 첫날 첫 방송분이 전국 시청률 21.6%를 기록했다. 비교적 좋은 출발이다. 지난번 같은 시간대의 주말드라마 '결혼해 주세요'의 첫 방송분 시청률 16.7%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표다. 

하지만 시청율이라는 게 뜬구름 같은 것이라 손에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뿐만아니라 '30%의 벽'을 깨뜨리고 그야말로 대박을 낼 수도 있다. 그건 앞으로의 플롯과 스토리 전개 등에 전적으로 달려 있음은 물론이다. 

50부작의 시리얼로 꾸며지는 가족드라마 '사랑을 믿어요'는 무난한 성격의 김 교감 집 가족과 그 주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TV극이다. '솔약국집 아들들'에 이어 이번에 손발을 맞추는 작가의 코드는 '사랑 지상주의'로 읽힐 수 있다. '사랑을 믿어요'의 제작의도를 보면 사랑을 지고지선으로 여기는 듯한 작가의 스타일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연출가과 극작가는 "난 그냥 사랑을 믿어요"라고 선언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도 사랑이고,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도 사랑이고,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다. 그러니 사랑을 믿지 않을 도리도 없겠다. 

순탄하게 출발선에 선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의 코드(사건,플롯,흥미요소 등)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큰 며느리의 외로움과 학업상 어려움이다. 잘 생긴 프랑스 남자와 한국 남자의 등장은 큰아들 가정에 암운(暗雲)을 몰고 올 수도 있는 핵폭탄 같은 존재다. 

앞으로 이런 상황을 둘러싼 부부의 심적 갈등, 엄마의 부재를 힘겨워하는 딸의 반항과 아빠의 너그러운 사랑, 큰 며느리와 주변 남자들 사이의 갈등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행복결말을 풀어놓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둘째, 작은 아버지(작가)와 작은 어머니(영화배우)의 30년에 걸친 갈등관계다. 이들은 '무늬만 부부'다. 모든 걸 따로 하고, 집안에서도 마주치길 꺼려하는 사이다. 가족적,사회적 체면을 위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내는 이들 부부가 어떤 계기로 다시 가정의 화목과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무엇이 '변화 촉진 인자'가 될 것인가. 

셋째, 큰딸과 큰사위의 불평등 관계를 둘러싼 갈등이다. 큰딸은 드라마작가로 뜨기만 하면 '마초''폭력남'인 남편과 깨끗하게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꾸리고 싶어한다. 가능하면 학원장이자 인기강사인 남편에게서 충분한 위자료를 받고 싶어한다.  

큰딸이 과연 작가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남편이 '여성 상위' 시대는 아니더라도 '동성 평등'시대에 걸맞게 변화할 것인지가 이 드라마의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수양딸(교사)은 어떻게 행복,특히 가정의 행복을 찾고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친부모의 교통사고사로 김교감 집에 얹혀 살아온 수양딸이 성장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훌훌 털어내고 좋은 상대를 맞아 어떻게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가 극의 전개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한다. 

다섯째, 주인공 라인을 제외한 조연들이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갈지도 드라마 관전의 핵심 요소다. 가족드라마에선 등장인물을 차별하지 않는다. 모두들 한가락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큰사위 권해효는 "데뷰 이후 처음으로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앞으로 가부장제도,가장의 권위 등을 살리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궁금하다. 시대의 흐름에는 썩 맞지 않는 코드이자 이데올로기인데, 과연 작가는 이를 과감히 밀어붙일 수 있을까. 이건 여섯번 째 감상 포인트다.


반응형
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