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이슈_생활2011. 3. 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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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고교 2학년 성적이 1등이라는 한 '엄친아'의 분신자살 기도 소식이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부모님의 희생적인 사랑에 이렇다할 보답을 못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를 꼽고 있다. 

SBS는 25일 방영된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프로그램에서 이 이야기를 다뤘다. 길거리에서 분신 자살을 시도한 고교생은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이 엄친아의 장래 희망은 교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학생은 평소 자살을 하리라고 생상할 수 없는 모범생이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다만 보름 전 부모에게 "기숙사에서 나오고 싶다"는 말을 했을 뿐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친구들을 찾아 물었다. 그 결과 자살을 시도한 이유로 두 가지를 추정했다. 

즉 학생이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에 대해 제대로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 그리고 온갖 노력에도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데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교생들이 얼마나 학업 성적에 큰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주변에는 공부를 매우 잘하는데도, 입시 걱정이 상상을 초월하는 학생들과 부모들이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 또는 연고대 상위권 학과 등 일류대 입시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 및 부모들에게 삶에 대해 뭔가 안내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경우도 없지 않다. 

한 세대 이상을 앞서 산 경험으로 보건대, 대학 학과 선택이라는 것 그리고 직업 선택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물론 'All or Nothing'도 아니다.  그저 한 세상 살다가는 것일 따름이다. 시골에서 태어나 어려운 세파를 뚫고 살아온 한 인생 선배의 시각이다.  

그렇다고 아둥바둥 코피 흘리고, 잠 못자고,가족 등 인간관계를 내팽개치고 산다고 행복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청년들이 그런 걸 알자면, 앞으로 한참 더 살아야 한다. 그런데 엄친아 분신자살 시도와 같은 케이스를 만나면 가슴이 꽉 막힌다. 이런 점에서 중장년층이 학생들에게 적절한 '인생 가이드'를 해주는 공공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이 세상은 엄친아의 세계도, 엄친딸의 세계도 아니다. 모두 얽혀 이렇게 저렇게 살다 가는 인생일 뿐이다. 굶주리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태어나지 않은 우리는 그래도 행복하다. 적어도 밥 세 끼는 먹을 수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음을 감사 드려야할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생각해 보고, 요즘 TV에 고인으로 자주 나오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도 떠올려 보자. 가수 고 김현식도 생각해 보고, 아픔만 겪다 홀연히 떠난 고 장자연에게도 관심을 가져보자.


어두운 측면만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삶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져보는 게 좋다. 가진 게 좀 부족하면 어떠랴. 사랑하는 사람들, 아끼는 사람들, 인연이 깊은 사람들과 더불어 따뜻하게 살아가는 게 진짜 아름답고 보람찬 삶이다. 분신자살을 시도한 엄친아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  


청소년들이 갖은 유혹에 무릎을 꿇고, 잠을 조절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비행을 일삼으면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원인을 지극히 단순화하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심플하다. 더도 덜도 아니다. 

대학시절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고교 시절까지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기대한 만큼 학업성취도를 올리지 못하는 것은 그 근본적인 이유야 어떻든 '자신과의 싸움'에서 상대적으로 패배하기 때문이다. 

추스를 수 없는 성적 충동으로 자위를 밥먹듯 해 집중력이 뚝 떨어지든, 컴퓨터 게임에 중독돼 밥과 잠을 거르고 빠져들든, 공연히 거리를 싸돌아다니며 하릴없이 시간을 낭비하든, 숲이나 건물의 어두컴컴한 지하실이나 다리 밑에서 담배를 피고 본드를 마시든, 그건 생존경쟁(Kampf ums Dasein)이 아니다. 사회에서,일터에서 다른 경쟁자와 치열하게 한 판 치르다 꼬꾸라진 게 아니다. 그건 다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을 따름이다. 





중국 핏줄을 이어받아, 미국 예일대 교수 로스쿨 교수로 있다는 에미이 추아의 이야기가 한 신문에 보도됐다. 최근 '타이거 마더(원제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라는 자녀 양육 관련서를 펴냈다는 잘난 여자와의 인터뷰 기사다. 그녀의 두 딸은 모두 '엄친딸'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글쓴이의 불친절 탓에 18세, 15세 딸이 얼마나 뛰어나게 자란지 잘 모르겠다. 다니는 학교가 대학교인지,아니면 명문 사립고인지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티클을 훑어보니 아마도 우리 식으로 따져 고3, 중3 쯤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 중 한 엄친딸은 A학점만 받고 수학 실력이 동급생보다 2년 앞서 있고, 그 유명한 카네기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 한 엄친딸은 피아노.바이올린 연주에 능하고 영어.중국어에 능통하다고 한다. 

이 잘난 여자는 호랑이 엄마를 자처하면서 "애들은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혹독하게 공부시켰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두 딸이 모두 아직 대학생도 아니라는 점이다. 인생의 큰 관문인 대학조차 가지 않은 미성년자들에게 '엄친딸'이라는 영광의 월계관을 씌워주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다.  취재기자야 나름대로 뜻이 있다고 판단해 인터뷰를 했을 터이지만, 이 잘난 여자의 행위 자체가 못마땅하다. 아직 껍질도 벗지 못한 자식들을 책 속에 감금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특히 15세에 불과한 둘째 딸의 경우, 아직도 변수가 너무 많다. "물컵까지 던진" 둘째딸은 교육 진행형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비뚤어질 수도 있다. 윽박지르는 호랑이 엄마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끝내 엉뚱한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을 보면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입시지옥인 대한민국에선 지금 청소년의 3명 중 한 명꼴이 우울증에 시달린 적이 있고, 자살충동을 겪은 청소년도 4명 중 한 명 꼴이나 된다. 부모가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우리 청소년들은 충분히 힘들다. 좋은 길로 가도록 안내하는 게 부모의 역할임은 자명하나, 부모의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게 자식들이다. 

지난해 한 명문대 경영학과 여학생은 취업 준비장이 된 대학 교육시스템 등을 강력히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했다. 예일대 교수의 딸들은 아직 알에서 깼다고도 볼 수 없는 '핏덩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스파르타식 교육 방식이 대성공을 거둔 것처럼 책이나 쓰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 여자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평소 아이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에그 스크램블이라도 하나 더 만들어 주는 게 바람직하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문대학 로스쿨 교수로서 훌륭한 논문이나 쓰면 될 일이지, 가당치도 않은 육아 경험서를 낸 사실 자체가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습관을 몸에 익힐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숱한 나날을 살아가면서 이 싸움에서 이겨야 다른 경쟁자들과의 싸움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아이들이 외부 충격에 반응해 마지못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 결과, 비교적 좋은 성적을 올리더라도 이는 썩 바람직하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잘 버틸 수 있는 끈기를 가져야 인생을 순항할 수 있다. 예일대 교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부모들은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공부 강박증에 걸린 숱한 청소년들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정신과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을. 


기사 내용 보기(미디어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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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