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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부족과 제도적 장애부터 해결해야



“상향 평준화된 의료 서비스를 보다 빠르고 편리하며 지속적으로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김석화 한국U헬스협회 부회장(58ㆍ서울대 성형외과 교수)은 유헬스 사업의 주된 목표를 이렇게 요약했다. 헬스케어와 IT를 접목해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는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인 그는 “유헬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요즘은 장 보는 것도 인터넷으로 해결할 정도로 우리 삶은 IT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의료 분야에선 그런 역동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21일 서울대병원 연구실에서 김 부회장을 만나 유헬스 사업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유헬스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기술적으로는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시스템 측면에서는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유헬스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모든 병원이 환자 개인의 건강기록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웍, 즉 개인건강기록부(PHRㆍPersonal Health Record)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소위 ‘빅5’로 불리는 병원들끼리도 이러한 네트웍이 구축돼 있지 않은 것이 현재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PHR이 유헬스 상용화의 선결조건이라고 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헬스는 개인 건강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서비스이고, PHR은 개인건강기록을 언제 어디에서든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PHR이 유헬스 사업의 필요조건이 되는 겁니다. 

의무기록을 전산화하는 EHR((Electronic Health Record))과 시스템적 연계가 필요하지만 구글에서 운영하던 ‘google health’도 이걸 이뤄내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미국부시 정부에서 시작하고 오바마 정부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healthcare-IT 사업’이 마무리되면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민감한 현안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보안 문제입니다. PHR은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의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 탓에 국민들은 행여나 자신의 건강정보로 인해 직장에서 승진을 하지 못 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지요. PHR의 보안을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정서의 밑바닥에는 사회적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이런 불신이 없어지고 국민 누구나 믿을 수 있는 기관이나 기업이 나와야 PHR이 하루라도 빨리 구축될 수 있을 겁니다. 해결해야 될 일이 많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유헬스 수준은 어떤가요.

“미국이나 싱가폴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4년 전 미국 유헬스 산업은 차량에 의료장비를 실어 오지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의 단순한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건강정보 및 건강관리 시스템과 사회 (HIMSS:Health Information and Management System and Society)12' 연례행사에 참석했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300개가 넘는 학술 소모임과 다양한 주제의 토론회, 1,100여 개의 부스 등 규모가 엄청났습니다. 

무엇보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3만7,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앞 다투어 많은 정보를 습득하려는 모습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하는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싱가포르도 지난해부터 국립대학병원 등 국공립병원 4곳을 대상으로 환자의 건강기록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EHR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해 시행 중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헬스가 아직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행법상 의사가 환자와 마주앉아 진료하는 형태를 제외하고는 원격진료 등을 포함한 유헬스가 추구하는 모든 형태의 의료 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남부럽지 않는 IT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법 때문에 사지가 꽁꽁 묶여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그나마 정부 주도로 진행된 시범 사업들이 있었는데 범위가 제한적이고 기간도 한정돼 있어 연속성이 없습니다.”

-그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되지 않나요.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몇 년간 의료진료 취약지역 거주민과 교도소 재소자 등에게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개원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유헬스 사업이 시행되면 상급 의료기관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개원의가 설 땅이 점점 사라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의료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환자는 끊임없이 늘어나지만 상급 의료기관의 진료능력은 한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긴급한 수술 등 특별한 처지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들이 하위 의료기관으로 분산되는 것을 종합병원은 오히려 원하고 있습니다. 유헬스를 통해 상ㆍ하급 의료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하면 환자는 개원의 책임 하에 상급 의료기관에서 받는 똑같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의료 서비스의 질이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관련 단체들의 눈치를 보며 방관하는 자세도 문제입니다. ‘눈가림용 사업’만 진행할 뿐 유헬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없으니 잘 될 리가 만무하죠. 다만 보건복지부가 한국U헬스협회와 공동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국민 유헬스 홍보사업’에 착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헬스로 어떤 이점을 기대할 수 있나요.

“지금은 환자들이 병원을 옮기거나 치료를 받을 때마다 자신의 의무기록을 복사해 가져가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그만큼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추가로 발생합니다. 유헬스는 이 모든 것들을 생략해줍니다.

또한 복합 질환을 가진 환자가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해 일어나는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처음 보는 환자라도 어떤 병으로 어떤 약을 먹고 있는 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여러 의료기관이 약물을 중복 처방하거나 의료비를 허위 로 청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유헬스는 의료계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획기적인 사업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석화 한국U헬스협회 부회장은=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 대학 성형외과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유헬스 산업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대한민국 IT Innovation 대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협회 산하의 u헬스사업기획단장으로 산업 활성화 협력체계 구축과 추진 분야별 심층연구 및 정책 제안, 비즈니스모델 발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EBS 메디컬 다큐멘터리 ‘명의’에도 소개될 만큼 ‘선천성 얼굴기형 치료’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윗입술 양쪽이 대칭으로 갈라진 구순열(언챙이)환자에게만 써왔던 밀라드 수술법을 비대칭 환자에게도 과감히 적용, 좋은 성과를 학계에서 인정받았다.

1996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동그라미회’를 결성, 매년 5∼6명의 얼굴기형을 무료로 수술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계의 영원한 휴머니스트로 추앙받는 김수용 감독의 장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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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현 기자 (cartier162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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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