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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03 장수에의 꿈,어디까지 바람직한가
종명 수필2011. 12. 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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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를 향한 인간의 욕망엔 끝이 없는 것 같다.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는 귀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한참 전 국내에선, 돈 많은 어떤 분의 죽음을 놓고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하루에 1억원 씩이라도 쓰고 싶었을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술자리 안주로 올린 재벌과 죽음에 관한 기억이 뚜렷하다. 


 해마다 5월이면 장수노인들에 대한 기사가 매스컴을 장식한다. 기대수명(life expectancy)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건강수명(healthy span)에 대한 염원이 콸콸 솟는다.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내 노후의 경제적 활동 및 능력에 생각이 미친다. 이젠 오래 산다는 게 결코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10년 정도다. 80세까지 살다가 죽는 경우, 마지막 10년은 크고 작은 병마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한때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선 '9988234'라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암호 같은 숫자를 풀이하자면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3일 안에 죽는다(234)"라는 뜻이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불과 2~3일로 줄이고 싶은 염원이 담겨 있다. 명실상부한 한국 중상층의 장밋빛 꿈인 셈이다.  

    

 의약계도 장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엔 장수의 비결 가운데 하나가 유전자의 돌연변이임을 밝혀낸 연구결과가 보도됐다. 또 코메디닷컴은 ABC방송을 인용,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블름 노화생물학센터가 유전자 조작으로 정원의 흙 속에 사는 선충의 수명을 6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간의 노화를 막고 수명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책임자는 15년 안에 손에 잡히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ttp://www.kormedi.com/news/article/1202444_2892.html )


 이런 희망섞인 소식과는 달리,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부닥치는 현실은 사뭇 가혹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년층의 상당 비율이 비참하거나 무기력하게 삶을 지탱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판 고려장의 이야기도 먼 옛날의 민담 따위가 아니다. 지금, 바로 여기(Now, here)에 똬리를 틀고 있다. 


 게다가 베이비부머들과 그 연령대 이상의 고단한 삶을 드러내는 지표나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50세 이상의 생계형 자영업자는 310만 3천 명(10월 현재)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보다 68만 5천 명이 늘어난 수치다. 뿐만 아니라 중년 여성들이 생계 유지를 위해 수입이 변변치 않은 취업현장에 무더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됐다. 50대 여성이 투잡을 해도 한 달 손에 쥐는 돈이 고작 120만 원에 그친다거나, 취업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학원에 몰리는 '스펙 쌓기 50대 여성'이 최근 두드러지게 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 자원봉사나 취미활동을 하거나, 무력감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일에 종사하는 건 행운이고 행복이다. 하지만 목구멍에 풀칠을 하기 위해 힘들고 보수도 시원치 않는 일터를 전전하는 건 삶의 굴레일 수 있다. 더욱이 병마에 시달리며 연명하는 숱한 사람들에게 장수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숨 쉴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데 감사를 드려야 할까. 수명이 길어지는 이 시대, 오래 사는 게 축복인가 재앙인가. 당신의 의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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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