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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3 새해 연휴 이후 읽을만한 책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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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는 내년 ‘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23일 선정했다. 

위원회는 문학, 역사, 아동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함께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 권장을 위해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뽑고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
http://www.kpec.or.kr)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M. 피어시그/ 장경렬 / 문학과지성사 
2010.10.29 / 799쪽 / 18,000원
 

저 옛날 브왈로(Boileau)가 “마침내 말레르브가 왔도다!”라고 감격했듯이, “마침내 이 책이 왔도다!”라고 외치는 순간이 가끔은 있는 법이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이다. 1973년 출간 즉시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소설은, 한국의 식자들에게도 곧바로 알려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도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한국인의 독서 취향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매우 길다. 오랫동안 단편에 길들여져 온 한국 독자들은 이런 분량의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몇 가지 예외가 있긴 한데, 그것은 온통 사건으로 가득 차 있는 소설들, 가령, ‘삼국지’, ‘대망’ 같은 것들이다. 또 한국인의 민족적 자존심을 채워주는 일련의 대하소설들이 있다. 이 두 부류는 한국의 독자에게 느낌만을 꽉 채워줄 뿐 성찰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머리에 쥐를 내지 않는다. 다음 이 소설에는 아주 구체적인 일상에 대한 묘사와 철학적인 질문이 겹쳐져 있다. 이런 소설을 두고 한국의 비평가들은 간혹 ‘관념적’이라는 잘못된 용어를 붙여서 제쳐 놓곤 하는데, 이는 한국인이 생각이 많은 글을 싫어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이 많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조지 오웰은 유럽의 독자들이 단편을 싫어하는 까닭에 대해 조소적인 답변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주제가 자꾸 바뀌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추어 본다면, 한국인의 단편 취향은 주제가 자주 바뀌는 것을 좋아하되, 한 주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즉 한국인은 재빨리 결론 나는 생각들을 좋아하고 굴곡이 복잡한 생각을 잘 읽어내지 못하며, 더 나아가 그 재빨리 결론 나는 생각들을 액세서리 갈아 치우듯 자주 바꾸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가 가진 고질로 흔히 거론되는 냄비성향과도 얼마간 상통하는 얘기다. 그런데 이 소설은 사실 매우 특이한 소설이다. 왜냐하면, 아주 단순한 이분법에서 출발해서 점점 복잡하게 생각의 덩굴을 만들어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모터사이클과 선, 공학과 명상, 전원과 문명이라는 간단한 도식만이 보인다. 그러나 슬그머니 공학의 명상성과 명상의 공학성을 분화시키고 다시 빛 반사 놀이를 하듯 그것들에 거듭 반대 가치를 끼워 넣음으로써 독자를 서서히 삶의 질들의 거대한 미궁 속으로 안내한다. 그런데 그런 생각 방법을 찾아내게 된 데에는, 작가가 군복무를 한 한국에서 이방의 친구들과 성벽을 만난 경험도 얼마간 관련되어 있다니, 참 산다는 것의 미묘함을 느낄 만하지 않은가? 여하튼 이 학수고대하던 책을 무려 37년 만에 장경렬 교수의 번역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의 노고에 거듭 경하의 마음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 추천자 :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교수)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전국역사교사모임 / 휴머니스트 
2010.11.15 / 327쪽 / 20,000원 

이 책은 과연 한국인은 세계인에게 한국의 역사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What Do Koreans Talk About Their Own History and Culture?)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장장 6년간의 작업 끝에 한국어판 영어판을 올 컬러판으로 동시 출간하였다. 그동안 전문 역사학자들의 한국사 저서를 영역한 책은 있었으나, 본 책은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각자료와 함께 대중적 서술을 시도한 점에서 또 다른 기념비적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5월 1일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10만 6884명으로, 주민등록인구의 2.2%를 차지한다. 공적이거나 개인적인 관계의 외국인 벗들이 늘어나고 이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한국의 역사는 더 이상 ‘국사’ 또는 ‘일국사’로서의 지위에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 세계사의 맥락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외국에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언론에서는 종종 ‘외국에 잘못 알려진 한국 역사’의 실상을 고발하기도 한다. 이제 외국인을 비롯해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소개하는 책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E. H. 카는 ‘역사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책을 쓴 ‘역사가’를 이해하라고 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것이 대학의 교수가 아니라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데에 더욱 의의가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그동안 지역사와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등 교과별로 학습 자료를 개발하는 한편, 인터넷·사진·동영상·현장체험학습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교육방법론을 개척한 바 있다. 아마도 대학의 교수 연구자와 중고등학교의 교사가 각각 그 역할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며 서로 소통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역사학일 것이다. 

본 책은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전근대시기 역사와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한국인의 생활과 문화를 폭넓게 다루고, 또한 제3 세계의 여러 나라와 달리 민주화와 산업화를 함께 이룬 한국의 역동적인 근현대사를 정면으로 소개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굴곡진 현대사에서도 희망의 역사를 창조해온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오랜 기간동안의 결실을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며, 모두에게 본 책의 일독을 권한다. 

- 추천자 : 김기덕(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철학, 불평등을 말하다 
서정욱 / 함께읽는책 
2010.12.06 / 478쪽 / 16,000원 

자신이 결여하고 있는 것을 채우려는 인간의 욕망은 당연하다.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 하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룰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이루려고 하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것은 반드시 나쁜 것만도 아니다. 불가능한 목표를 한 글자로 표현하면 그게 바로 ‘꿈’이다. 꿈이란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답다. 아름답기 때문에 이룰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다. 꿈이 없는 삶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꿈은 역설적이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이 역설적이기 때문에 꿈도 역설적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충족될 수 없는 두 가지 목표가 서로 부딪치면 딜레마가 된다. 그것이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 가슴 속에 쌓이면 ‘한’이 된다. 그러나 딜레마를 잘만 활용하면 인간을 미래로 추진시키는 로켓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불평등한 세상에 살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완전 평등을 꿈꾸는 유토피아 건설에 관심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실 완전 평등만이 아니라 완전 자유도 현실에서는 불가능이다. 아니 모든 완전함이 다 현실에서는 불가능이다. 책은 고전 저자의 삶에 대한 간략한 소개에 이어서, 가상적 대화를 이어 나간다. 그리고는 고전의 핵심사상을 전달한다.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다. 

대중의 어리석음이 그들로 하여금 행복하게 만든다고 한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에 대한 논의로 이 책은 시작된다. 영원한 유토피아의 대명사인 토마스 모어의 책도 등장한다. 신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군주보다 잔인하더라도 안전을 제공하는 군주가 더 낫다. 역시 마키아벨리다운 역발상이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절대군주의 독재보다 더 열악하다. 내전에 찌든 상황에서 안전 제일주의를 주창하는 홉스의 아이디어다. 한 명의 반대 토론도 반드시 들려져야 한다는 존 스튜아트 밀의 자유론은 지금도 유효하다. 자유롭게 태어나서 사회인이 되면서 자유를 박탈당했다. 급진적 개혁주의자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한다. 

이 책은 좋은 고전 길라잡이가 된다. 그러나 원전을 꼭 읽으라는 저자의 권고는 존중되어야 한다. 

-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김희정 외 / 부키 
2010.11.05 / 366쪽 / 14,800원 

평소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또다시 조목조목 지적하는 저서를 출간하였다. 이 저서는 올해 8월 영국에서 영문으로 출간되었으며, 우리말 번역본이 10월 말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잘 알려진 그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으나 지금에야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있으니 만시지탄의 마음을 누를 길 없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들이 국내외에서 수도 없이 많이 출간되었다. 그런데 이 책이 다른 책들을 누르고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비결은 어디 있을까. 첫 번째로 이 책이 쉽게 쓰였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은 현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상당히 자세하게 논의를 하고 있는 반면, 이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논의를 하지 않고 그 이전부터 문제가 노정된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23가지로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둘째, 각각의 문제점들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혹은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식을 짧게 정리하고,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들을 강조하면서 독자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인도한다. 

그런데 왜 하필 문제점이 23가지뿐일까. 저자는 이 점에 관해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으나 냉혹한 현실의 문제점을 직시하다보니 23가지 문제점이 적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적된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논의가 불충분하다거나 다소 주관적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저자가 제시한 7가지 읽는 방법에 따라 보다 종합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기 바란다. 

- 추천자 :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복지 국가 
정원오 / 책세상 
2010.11.10 / 169쪽 / 8,500원 

한국사회에서도 IMF 금융위기 이후 사회적 양극화, 고용 불안정, 가족해체 등을 배경으로 ‘복지/복지국가’ 담론이 전면에 부상했다. 노숙인과 부랑인 등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과 빈곤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복지국가의 정의와 기원, 발전단계, 제도와 유형, 위기와 전망까지의 총체적 역사를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객관적 입장에서, 평이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기본적 전제는 ‘복지는 국가의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의 권리’이며, ‘정치적 민주주의는 민주국가에서 달성되지만,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복지국가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질문들을 만나고 그것들에 대한 진지한 답변과 고민을 들을 수 있다. 복지국가는 국민 생활에 어느 정도로 개입해야 하는가? 국민의 최저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정도인가, 아니면 평등한 수준의 실현에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복지국가인가? 초강대국 미국이 복지 후진국이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구에서 신자유주의의 출현 배경으로 지목되는 복지국가의 위기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복지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결론은 “21세기 한국의 과제는 품위 있는 근대국가의 완성이며, 이는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로의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추천자 : 강정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바이오필리아 
에드워드 윌슨/ 안소연 / 사이언스북스 
2010.11.10 / 238쪽 / 13,000원 

유엔은 올해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생물다양성의 해로 정했다. 인간의 활동으로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생물종의 감소를 억제하기 위해 전 세계는 사진전에서 국제회의에 이르는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외친다. “우리는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들 중 하나일 뿐이며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자연은 파괴되기도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개미’, ‘인간의 본성의 대하여’로 유명한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20년도 훨씬 전에 쓴 이 책을 생물다양성의 해인 올해에 읽어보길 추천한다. 우리의 생명 사랑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본능적인 성향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자연 그 자체에 애정 어린 눈길이 머물기 때문이다. 

바이오필리아는 ‘생명(Bio-)’과 ‘좋아함(-philia)’의 조합어로 생명사랑이란 말로 저자가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호소하기 위해 탄생시킨 개념이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이 생명을 탐구하고 생명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정신 성장에 필수적인, 심오하고 복잡한 과정임을 증명하기 위해 수리남의 베른하르츠도르프에서 브라질, 뉴기니, 쿠바에서 펼친 탐사 활동에서 깨달은 생물 종들의 다양성과 특성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자신을 보여준다. 

우리가 다른 생물을 잘 안다는 사실이 생명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하기 때문에 인간이 고귀하다고 표현한 저자의 생명사랑을, 마법의 샘이라 부르는 다양한 생물 종들의 특성을 마음 속 가득 담아보길 바란다. 

- 추천자 : 장경애(동아사이언스 경영기획실장) 



로마에서 말하다 
시오노 나나미, 안토니오 시모네/ 김난주 / 한길사 
2010.11.10 / 345쪽 / 15,000원 

일반적인 문장은 잘 삼켜지지 않아 혼자서 힘겹게 되새김질을 해야 하는 것에 비해, 대화의 형식을 빈 문장은 누군가 옆에서 먹기 좋게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는 것 같아 한결 소화하기가 쉽다. 대화체는 상대가 한 말에 맞장구를 치고, 찬반을 표하거나, 부연 설명하는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지금 자신이 어느 편에 서 있는지 맥락을 파악하면서 흐름을 쫓아가기 편하게 해준다. 특히 요즘처럼 긴 호흡의 책을 읽는 것보다 짧은 문장들의 나열에 익숙한 세대에게 잘 맞는 형식이라고 할까. 

대화체를 이용하여 책을 쓰기에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한 사람은 주로 물어보고 다른 한 사람은 질문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줄 수 있는, 한 분야의 전문가와 상식이 풍부한 비전문가의 관계일 것이다. 전문가와 전문가의 대화는 전문 지식으로만 편협하게 흐르기 쉽고, 일반 작가들끼리의 대화는 자칫 산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말하다’는 그 점에서 완벽한 만남이다. 어머니인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를 비롯하여 다방면에서 광범한 지식을 가진 글쟁이이고, 아들인 안토니오 시모네는 영화에 대한 애착과 예리한 관점, 그리고 실무 경험까지 두루 갖춘 전문인이다. 두 사람의 시각이 합쳐져서 영화라는 주제는 배우, 감독, 국가적 특성, B급 영화 및 옛 영화 다시보기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아주 입체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나나미의 애독자라면 그녀의 개인적인 취향도 슬그머니 들여다 볼 수 있어 금상첨화이다. 

-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지식의 역사 
찰스 밴 도렌/ 박중서 / 갈라파고스 
2010.11.15 / 922쪽 / 35,000원 

때때로 사람들에게 무식하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남들이 아는 만큼은 알고 있어야 하는 분위기인데 자신만 모르고 있다면 교양이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교양이 하루 아침에 쌓이지도 않기에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보입니다. 이 책은 이런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어 보입니다. 우선은 읽기 쉽고 편합니다. 고대부터 현대는 물론 미래에 대한 지식까지 다루고 있는데 애를 쓰고 읽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 읽힌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꽤 깊은 내용도 나옵니다. 게다가 분야도 교양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알려줍니다. 이런 책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 거의 전 시대의 중요한 문제들에 관해 일관된 시각에서 쓴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경우는 전문가가 자신의 분야에 대해 쓰고 한 권의 책으로 묶습니다. 이런 책에 비해 한 저자가 쓴 책은 읽기가 훨씬 더 편합니다. 

겨울은 밤도 길고 밖도 추워서 책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무식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르는 것은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 터이고 알고 있는 것들은 한 줄에 엮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 추천자 : 탁석산(철학자) 


위로 
이시형 / 생각속의집 
2010.11.25 / 319쪽 / 12,800원 

우리 시대의 원로 가운데 늘 놀라움을 던져주는 분이 계시다. 이어령 교수와 이시형 박사. 장년의 한국인 가운데 두 분의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은 분이 드물 듯하지만 이들은 지금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한다. 그렇다고 지나간 회고담이나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의 핫이슈나 트렌드를 붙잡는 어엿한 현역이다. 

이시형 박사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신간 서적을 쏟아낸다. 지난 7월 ‘세로토닌하라 :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인간’을 펴내더니 11월에 다시 ‘위로’를 출간했다. 4개월 만에 두 권의 책을 내는 경이로운 에너지가 놀랍다. 최근 저자의 관심사인 세로토닌의 심리를 스스로 임상실험하고 있는 것일까. 

신간 ‘위로’ 역시 세로토닌 포엠(serotonin poem)과 세로토닌 마인드(serotonin mind)를 활용했다. 좋은 시가 전해 주는 좋은 마음의 상태를 제시한다는 전제 하에 모두 49편의 시가 등장한다. 5개의 카테고리 가운데 ‘일상 속에서’가 13편으로 가장 많고, ‘연애와 결혼’, ‘가족의 울타리’, ‘직장 생활’, ‘대인 관계’ 등 나머지 주제에서 각 9편을 모았다. 그러니까 49개의 상황을 설정한 뒤 49편의 시를 들려주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형식이다. 

내용은 시 해설이 아니라 시 한 구절에서 인생의 철학을 발견하고, 시 한 토막에서 지혜의 광맥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난 가을,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글판을 장식했던 정석주의 시 ‘대추 한 알’을 읽어 보이고는 그 대추를 돌본 사람의 손길을 기억한다. “시 한 편이 쌀 두 말이고, 시집 한 권이 국밥 한 그릇”이라는 함민복의 시 ‘긍정적인 밥’을 소개하고서는 절망과 희망의 관계를 설명한다. 

당신이 나이를 낮추어 말한 적이 있거나, 우연히 첫사랑을 만났거나, 어머니의 빈자리가 그리워지거나, 성공이라는 말이 막연하게 느껴지거나,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국민주치의 이시형 박사가 49개의 물음에 일일이 시 한 편씩을 낭송하면서 따뜻한 위무의 처방전을 손에 쥐어 준다. 

-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지하 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글, 그림/ 김숙 / 북뱅크 
2010.11.10 / 34쪽 / 9,500원 

이 그림책은 우선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아주 많다. 아이는 목욕 중에 거북으로부터 지하 100층에서 열리는 잔치에 초대받아 지하 1층에서 100층까지 내려가면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난다. 1층부터 10층에는 토끼의 집, 11층부터 20층에는 너구리의 집, 21층부터 30층에는 매미 애벌레의 집, 이런 식으로 열 개 층 단위로 여러 종류의 동물들의 집이 그려져 있다. 각 층에는 해당 동물의 생활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어찌나 자세한지 비록 상상 이야기지만 실제 이야기 같은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그림에 담긴 동물들의 일상사에는 놀이하는 모습이 많이 포함되는 등 아이들의 생활상과 닮아 있어서 어린이 독자들이 공감할 만하다. 거북과 경주하는 꿈을 꾸는 토끼의 모습이나 장래 매미가 돼서의 생활을 비디오를 통해 시청하는 매미 애벌레의 모습은 유머러스하다. 그리고 동물들이 거북 할머니 생신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은 처음 볼 때는 눈에 잘 안 띄지만 뒷부분에 거북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며 선물을 건네는 동물들이 나오는 장면에 이르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선물을 준비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확인하게 된다. 동물들의 집 모양도 아주 다양하여 다음 장에는 어떤 구조의 집이 나타날지 기대하게 한다. 

돌벽으로 된 너구리 집, 나무뿌리로 된 매미 애벌레 집, 공룡뼈에 둘러싸여 있는 도마뱀 집 등은 동물의 특성과 이야기 내용을 적절하게 반영한 그림이다. 또한 책장을 위로 넘기면서 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고 책을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읽게 되어 있는 형식은 주인공 쿠가 지하 100층까지 계속 내려가면서 동물들과 만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책은 수 세기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은 주인공 아이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1부터 100까지의 수를 별 어려움 없이 셀 줄 알게 될 것이다. 

- 추천자 : 오은영, 서정숙(동시·동화작가, 그림책 평론가)

출처: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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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