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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따라, 붓길따라(隨想 隨筆)]
= 박지원, 박지선 그리고...=
1. 36번 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엄마와 함께 모질게 세상을 떠난 개그맨 고 박지선씨(1984년 11월 3일~2020년 11월 2일)에 대한 옛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2. 유튜브에서 노래를 듣다보니, 문득 홍대앞 전설의 가수 '카를로스'(언더그라운드 밴드'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리더)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 이 밴드는 '정열의 느와르 마초 밴드'를 자처한 괴짜들이다. 우주의 3요소(불나방+ 스타+ 쏘세지)를 합쳐 클럽 이름을 지었단다.
 
 
3.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옛 영상(https://youtu.be/yM-tJOupsWo?t=40)을 시청하면서, 무명을 막 벗어난 시절로 보이는 고 박지선씨의 앳된 얼굴(아래 사진)을 다시 보게 됐다.
 
 
생전의 박지선씨. 홍대앞 언더 가수 카를로스의 노래를 듣고 있다. 
 
 
4. 박지원 국정원장의 페북이 그 발단이었다. 그가 장사익의 노래 '봄날은 간다'를 페북에 올렸기에 퍼왔다. 그리고 링크(위)를 눌러 해당 영상을 보다가 카를로스에 생각이 미쳤고, 박지선의 생전 모습까지 다시 보게 된 것.
 
 
5. 박지선을 내가 실물로 본 것은 2008년말 겨울 또는 2009년초 이른 봄의 일이었다. 충북 음성군의 미사일사령부에서 군 복무 중이던 큰 아들을 면회 갔다가 박지선과 그녀의 동기 및 선후배 기수들을 줄잡아 10명은 족히 보게 됐다.
 
 
6. 고인의 KBS 개그맨 동기(김준현, 허경환, 박성광, 박영진, 김원효, 곽현화, 송중근, 최효종, 양상국)들 가운데 몇 명과 선후배 몇 명이 단체로, 군 복무 중인 다른 동료 개그맨을 면회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7. 당시 군 부대에는 면회객이 썩 많지 않았다. 그 때문에 면회 대상자가 나타날 때까지, 옆 자리에 앉은 박지선에게 우리 일행이 말을 많이 걸었다. 귀찮을텐데도 그녀는 아주 싹싹하게 답변하고 친절하게 대해줬다. 얼굴도 TV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예뻤다. 그 때만해도 악성 피부질환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8. 그 인연으로 우리 식구들은 박지선을 더욱 더 좋아하게 됐고, 마음 속으로 항상 응원했다.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녀가 피부질환으로 고통이 심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그녀가 세상을 등졌다는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됐다.
 
 
9. 매우 사소한 일이지만, 박지원에서 박지선으로 연결되는 게 신기했다. 박지원 원장의 경우 어떤 장소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선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적이 몇 차례 있다.
 
 
10. 가만히 보면 세상이란 반드시 필연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우연이 필연으로 바뀌는 경우도 꽤 많다. 우연, 필연, 운명 등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오늘 가졌다.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11.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봄날이 가는 것은. 오늘은 국회 안마당에서 점심 때부터 사진을 찍으며 봄 타령을 하다가, 오후 늦게 박지원 원장이 올린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감상하고, 카를로스 노래를 듣다가 일장춘몽처럼 살다간 젊은 사람을 떠올리며 하루를 마치고 있다. 우연의 장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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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