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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년(過年)한 미혼의 딸을 둔 부모들은 해가 바뀌면 속이 새까맣게 탄다. 주위의 친척이나 친지들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그 '과년한 딸년'의 나이 기준은 30세다. 만혼이 일종의 트렌드로 굳어지면서 30세 정도는 콧방귀를 뀌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혹시 혼기를 놓쳐 엉뚱한 사단이 발생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부모들이 참 많다.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이다. 

더욱이 30대 중반으로 분류되는 33세(30~32세는 30대 초반,33~36세는 30대 중반, 37~39세는 30대 후반)가 되는 딸을 여전히 슬하에 거느리고 있는 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들에겐 2010년 겨울이 무척이나 길었을 것 같다. 그 이상의 경우엔 더 말할 필요없다.  

빵빵한 직장을 갖고 있어 이른바 '미스 골드'라고 불리는 딸은 그나마 낫다. 변변한 정규 직업이 없는 경우엔 부모의 걱정이 배가된다. 설령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기업 관행으로 보아, 결혼하면 그만둘 확률이 높은 편에 속하는 직종,예컨대 일부 기업의 비서직 같은 일자리를 갖고 있는 딸 부모의 근심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물론 요즘엔 비서직도 전문직이 됐다. 전문성이 강한 분야의 비서직일수록 대접받고 수명도 길다. 하지만 뼈대가 작은 기업에선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직종을 바꿔주면 오죽 좋을까. 하지만 아직도 사시적 시각이 꽤 남아 있다. 

가까운 친척 가운데 과년한 딸이 있는 집안의 분위기는 썩 밝지 않다. 연말이라 더 그런 것 같다. 모두 반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부모 마음은 편치 않다. 딸 결혼 걱정 탓에 잡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종종 있다고 한다. 딸에 비해선 걱정의 강도가 낮지만, 아들도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부모의 걱정 시리즈가 시작되는 것 같다. 돈벌이를 웬만큼 한다면, 결혼해 완전 독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 요량이라 하더라도 과년하면 분가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나이 30을 놓고 이래저래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른 살이라...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2011년엔 마음에 쏙 드는 여친,남친 만나세요!"


   이솝 우화에 따르면 인간의 수명은 본래 30년이었다. 하지만 동물 가운데 유독 인간만이 불만을 나타냈다. 제우스 신은 나귀에게서 18년, 개에게서 12년, 원숭이로부터 10년을 덜어 인간의 수명을 70년으로 늘려 주었다.

 나귀의 18년은 사회를 이끌기 위해 힘차게 일하는 시기, 개의 12년은 가족의 부양을 위해 눈치를 보는 시기다. 그 뒤엔 다시 어린이가 되어 주위의 보살핌을 받으며 원숭이의 10년을 살게 된다. 그래도 인간은 만족한 기색이 없었다고 한다.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태어나 처음 30년은 책임으로부터 해방된 기간이라 즐거움만 있지만 그 뒤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한 사람이 가족을 위해 기여할 만큼 성숙하는 데는 3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0년이란 시간과 성숙의 관계는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유사하게 나타난다. 세례 요한은 30세 때 설교를 시작했고, 예수도 30세 때 세례를 받고 광야로 나섰다. 선지자 에제키엘이 예언을 시작한 나이도 30세다.

   알베르 카뮈도 ‘시지프의 신화’에서 30세는 ‘시간의 의미를 깨닫는 나이’라고 말했고, 카프카의 ‘심판’에서 주인공 요제프 K는 30세 생일 아침에 알 수 없는 죄목으로 체포된다. 태어나 처음 현실을 직면하는 나이라는 의미다. 석가모니도 30세에 도를 찾아 안락한 궁궐을 버리고 떠났고, 공자는 ‘흔들림 없이 든든히 서는 나이’라는 뜻으로 30세를 이립(而立)이라 불렀다.  [JTBC 송원섭 기자가 1일자 중앙일보에 쓴 '분수대'에서 발췌]                                (기사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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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