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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여정인 밀라노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일을 만났다. 한국 여행사 '레드캡 투어'의 프리랜서가 밀라노의 호텔에 의뢰해 푸짐한 과일 바구니를 선물한 것이다. 과일 바구니를 가져온 호텔 보이가 "Just married?"라고 했을 때 깜짝 놀라 "결혼 25주년이 됐다"고 말하며 바구니를 물리쳤다. 하지만 프런트에서 만난 호텔 지배인은 "호텔 매니지먼트가 드리는 선물"이라며 자신이 보증한다는 뜻에서 명함에 사인까지 해줬다. 외국에서 이런 행운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돈으로 따지면야 얼마 되지 않으나, 내 인생이 극진한 대접을 받는 듯 뿌듯했다. 
 
 


 
 
 
○… 베네치아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해물탕과 해물 파스타를 먹었던 추억도 내세울 만하다. 제3세계에서 온 웨이터들이 길가에서 손님 유치전을 벌이는 것도 참 재미있었다. 일명 '삐끼'를 물의 도시에서 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건 대도시의 유흥가에서나 볼 법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이탈리아 여행 중 최고 코스는 피렌체였다. 피렌체 호텔의 우아함과 쾌적한 공간은 크나큰 행복감을 안겨줬다. 세련되고 멋진 객실 디자인과 샤워기등 최신식 아이디어 장치를 부착한 화장실도 부수적인 쾌감을 불렀다. 또 피렌체 두오모(대성당)의 웅장한 위용과 좁다란 400계단을 올라간 돔(dome)에서의 피렌체 전경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됐다. 피렌체 두오모는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아름다운 스토리와 합쳐져 '행복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이 냈다고 본다. 
 
 
 
 
○… 무엇보다도 로마 시스티나 예배당(성당)의 천장화를 온갖 간난을 무릅쓰고 완성한 미켈란젤로의 투혼,예술혼,불굴의 의지는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교훈이 될 것 같다. 삶이 나를 속이거나,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미켈란젤로를 떠올린다면 강력한 활력소가 될 것으로 믿는다. 미켈란젤로의 교훈은 며칠 뒤 이어진 일본  패키지여행에서 가이드가 언급한 '1만 시간 투자론'과 맞물려 재충전의 빵빵한 전력이 될 것이다.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어떤 분야에선 일가견을 갖게 된다는 말,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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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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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글로벌화가 눈에 띄게 진행되고, 우리의 식생활도 많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국에서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먹기란 썩 쉬운 일이 아니다. 물의 도시,대운하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맛있는 해물 요리를 먹은 행복한 기억이 새롭다. 
 
베네치아엔 피렌체에서 기차로 왔다. 베네치아 메스트레 역 바로 앞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 일대는 운하가 없는 주거지역이다. 메스트레 역으로 나가 1유로 씩 내고 지방열차로 산타 루차 역으로 가야 운하로 연결된 '물의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수상버스를 타는 역(정거장)은 산타 루차 역 바로 앞에 있다.  
산타 루차 역으로 가는 지방열차를 타기 전, 포즈를 취했다. 피렌체에서 베네치아 쪽으로 올 때 타는 열차는 트레니탈리아(TRENITALIA)열차였다. '유로스타(EUROSTAR)의 장거리 특급열차(AU)다. 이에 비해 메스트레 역에서 산타 루차 역까지 갈 때 타는 열차는 트레보(TREVO)열차다.단거리 지방( 레지오날)열차로 후지다. 
 
산타 루차 역에서 내리면 수상버스인 바폴레토(vapoletto)의 역(정거장)인 '페로비아'역이 코앞에 있다. 이탈리아 여행 가이드북에 나오는 급행버스 82번을 타려고 했으나, 그런 건 없었다. 아마 교통체계의 개편이 있었던 것 같다. 
 
2번 노선의 바폴레토를 타고 도시를 한 바퀴 돈 뒤,페로비아 역에서 다시 섬 정거장 '리알토' 역으로 이동했다. 베네치아에선 가급적 무슨 광장이나 성당 같은 유적지를 찾아가지 않기로 했다. 로마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실컷 봤기 때문이다. 대운하를 일주하며 바닷바람을 맘껏 쐬고, 맛있는 걸 먹고, 발품을 덜 팔고 편하게 투어하기로 한 것이다.  
 
 
해상도시 베네치아는 참 아름다웠다. 바다는 겨울바다가 좋다. 여름 바캉스철엔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숱한 인파에 묻히기 때문이다. 수상버스 바폴레토를 타고 베네치아의 바닷바람을 실컷 맞았다. 
 
이탈리아의 '미친 겨울 날씨' 덕분에, 한국과 달리 한파가 없었다. 강한 바람을 그냥 맞아도,겨울날씨치곤  썩 춥지 않았다. 그런데 바폴레토에서 내려 리알토 일대의 거리를 걸을 땐 약간 추웠다.   
베네치아 거리를 걷다보면 곳곳에서 운하를 잇는 다리와 그 밑 물에 평화롭게 떠다니는 곤돌라를 만날 수 있다. 베네치아에선 곤돌라를 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곤돌라는 그들에게 낭만의 상징이다. 
 
곤돌라 한 대에 6명(정원)까지 탈 수 있는데, 70유로 이상을 요구한다고 한다. 값은 흥정하기 나름이라고 가이드북은 전한다. "가급적 함께 타고 싶다"는 한 한국인 그룹의 가벼운 권유를 가볍게 거절하고,우린 수상버스와 걷기로 베네치아 관광을 마무리했다. 
 
 
바폴레토의 리알토 역에서 또 물어물어 리알토 다리를 찾아갔다. 리알토 다리는 16세기에 만들어 졌다. 당대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하나, 이탈리아에 와서 예술작품을 워낙 많이 봤기 때문인지 이렇다할 감흥은 없었다. 투어를 웬만큼 했다고 느꼈을 때 여행 가이드북에 올라 있는 '알라 마돈나'라는 음식점을 찾아 갔다가 이곳이 2009년 1월에 없어졌음을 확인했다. 
 
 
이 지도를 보고 이 음식점이 있다는 곳을 빙빙 돌고 있으니 방글라데시 쯤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이방인이 접근했다. (이탈리아의 밑바닥 계층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사람들이 매우 많은 것 같다.) 그와 대화를 나눈 끝에 '알라 마돈나'가 문을 닫았음을 알게 됐다. 그 이방인은 우릴 꼬드겨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마르코 호텔(Hotel Marco) 옆에 있는 플로리다 리스토란테(Ristorante Florida)였다. 
주문한 해산물 요리(seafood). 바닷가재,큰 새우,작은 새우, 가리비 등 해산물이 짭짤하다. 싱싱한 것과 소금에 절인 것이 섞여 있다.  소스가 우리 입맛에 딱 맞다. 
빵이 마치 과자 같다. 바삭바삭하고 한 입에 쏙 들어와 먹기에 좋았다. 건빵과 빵의 중간? 
 
이 음식점의 요리 값은 해산물 요리가 18유로,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가 14유로, 해산물 수프가 15유로였다. 부가가치세 12%는 별도다. 서양식 요리만 먹어 속이 거북해 느끼함을 없앨 필요가 있는 여행자에게는 이 리스토란테가 제격이다. 강추! 
플라자 호텔 모습이다. 이번 여행에서 묵은 로마의 우니베르소 호텔, 피렌체의 브루넬리스키 호텔, 베네치아의 메스트레 호텔,밀라노의 플라자 호텔 가운데 이 호텔의 만족도가 가장 낮다. 로마의 우니베르소 호텔은 로마의 땅값과 물가 등을 감안해 이해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베네치아 노선 열차의 끝에서 두 번 째 역 근처의 이 호텔 시설은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객실이 좁고, 인테리어가 후지고, 화장실 시설도 썩 좋지 않다. 여행사들이 재고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선 비교적 어렵지 않게 투어를 마쳤다. 이제, 패션의 도시 밀라노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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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