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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4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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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매일 낮 베틀 앞에 앉는다.
날실과 씨실이 교차할 때마다 님을 향한 그리움에 몸을 떤다.
그렇게 2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별이 스무 번이나 하늘을 돌고,서리도 스무 번이나 내렸다.
그녀의 얼굴엔 어느덧 잔주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다.아니다. 오히려 무르익은 육체가 뭇 남성들을 잠 못이루게 한다.
밤 마다 독수공방을 하는 그녀에겐 구혼자 112명의 모습이 차례로 떠오르기도 한다. 그 때마다 고개를 내젓는다. 님의 커다란 어깨가 그녀의 눈에 가득하다.
그녀는 불나비처럼 달려드는 남자들에게 말하곤 한다.
"시아버지의 수의를 다 짜면 재혼하겠어요.여러분 가운데 한 사람과 인연을 맺겠어요."
도시에 밤이 다시 찾아온다. 그녀는 손으로 다시 베를 풀기 시작한다.

그가 마침내 돌아왔다.
거지 꼴을 하고 고향에 왔다. 하지만 마주친 아내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아르고스 때문에 이내 정체를 들킬 뻔했다. 아르고스는 그의 애견이다. 녀석은 이미 늙을 대로 늙어 눈이 멀었다.그런데도 주인을 냄새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한 줄로 세워놓은 도끼 자루 열 두개의 구멍을 남편 오디세우스의 화살로 단번에 꿸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발표했다.드디어 활 재주를 보는 날이 왔다.
오디세우스는 열 두개의 구멍에 화살을 보기좋게 관통시킨다. 그리고 협력자들의 도움으로 아내에게 추근거리던 112명을 모두 죽여 피바다를 만든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20년 생이별은 그렇게 끝났다.

10월 31일은  '상징의 날'인 모양이다.
그 상징은 이 가을 내내 지속될 것이다.
싸이월드,네이버 카페 등 곳곳에는 이를 기리는 글과 그림이 가득하다.
옛 애인에 대한 추억,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닯음....
10월 31일 밤엔 이 용의 '잊혀진 계절'이, 가장 인기있는 신청곡이 되는 건 당연하다.
어느 누가 추억이 없으랴.
하지만 절제가 필요하다. 잠시 옛 추억에 잠겨 센티해지는 건 좋지만 '한계령'을 넘어선 안된다. 그게 현재에 대한 예의다.
현재의 남친,여친과 미래를 그리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게 옳다.
남편,아내와 따끈한 술을 한 잔 하면서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사랑 이야기류를 나누는 삶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솔로는 완전 자유다. (2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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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