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이슈_생활2010. 6. 28.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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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은비'살해사건을 접하면서, 얼마 전 양재천에서 발견한 새끼 고양이들의 순진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새끼 고양이 세 마리를 양재 6교 근처에서  본 뒤, 그들의 안위에 한동안 걱정이 태산같았다. 최근엔 잊고 지내다 이번 사건을 간접적으로 듣고 보면서 다시 그 새끼 고양이들이 어찌됐을까 걱정된다. 어미가 아파트단지와 쓰레기통, 양재천변 등을 떠돌며 '도둑고양이'로 천대받고 살아온 탓에, 그 고양이들도 참변을 당했을지 모르겠다.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 한다. 특히 밤중에 아파드 단지에서 쓰레기를 버리다, 집을 잃었거나 버림받은 고양이와 마주치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고양이를 아끼는 분들과는 달리,난 고양이 공포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검은 고양이 네로,네로~"라는 노래를 부를 때나, 아주 예쁘게 생긴 서양 고양이를 볼 땐, 그런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오밤중에 괴상한 눈빛을 내뿜는 고양이를 만나면 소름이 오돌토돌 돋는다. 사람에게 덤벼드는 고양이가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아마도 '도둑고양이 류'가 사나운 개들처럼 공격 자세를 취한다면, 나도 두려움에 가만 있지 않을 것 같다.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의 몸을 흉기로 무참히 찌르다가, 장동건에게서 "고마 해라.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나는 겁많은 살인 청부업자처럼 눈깔이 뒤집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비'처럼 생긴 고양이는 차원이 다르다. 가끔 양재천을 산책하다 귀공자처럼 생긴 고양이를 보는 경우가 있다. 전혀 무섭지 않다. 오히려 안아주고 싶을 따름이다. 옛날 어릴 적에, 쌀가게 등에서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와는 딴판이다. 

어쨌든, 어미는 비록 '도둑고양이'와 비슷한 신세이지만, 갓 태어나 순진무구하고 귀여운 양재천 고양이들의 행방이 어느날 묘연해 졌다. 그 뒤, 양재천에 산책을 나갈 때마다 새끼 고양이들의 앳띤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린 것들은 참 귀엽다.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의 새끼도 그렇거늘, 반려동물(애완용 동물)의 어린 것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예쁘다.
 
'은비'가 모질고 포악한 사람을 만나 목숨을 잃었듯, 양재천의 그 새끼 고양이들은 누구에게 맞아 비명에 갔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다행히 돌봐줄 주인을 찾았을까. 이번 사건으로 마음이 매우 착잡한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분들은 '은비'가 무참히 맞다 죽은 사건에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몸을 부르르 떨며 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과 같은 비문명적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죄없이 죽임을 당한 '은비'의 명복을 조용히 빌어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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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