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가 일본 열도에 상륙하던 지난달 28일, 드디어 미국에서 'wi-fi 전용 아이패드'(32G)가 날아서 내 손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선 가을쯤 시판될 것으로 보이니 희소성이 주는 기쁨은 더할 나위없이 크다고 하겠다. 약 1,000명이 아이패드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얼리 어댑터가 된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21년 전, IBM이 산더미만한 IBM 5550을 과학기술 담당 기자들에게 빌려주었을 때는 기껏해야 워드 프로세서를 쓰면서 어깨에 힘을 줬다. 그 뒤 정보통신부가 생기기 전에 체신부와 한국통신,데이터통신 등을 출입했다.
이에 앞서 연합통신(연합뉴스의 전신) 에 근무할 땐 반도체,컴퓨터,통신업체와 과학기술부 산하 연구소를 맡는 바람에 머리에 쥐가 났었다. 아는 게 없어 끙끙댔다. 그러다1988년 5월 중앙일보로 옮겨 건강의학 담당을 거쳐 환경,정보통신 담당으로 일했다. 하지만 1991년 봄,사회부로 옮기면서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분야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이런 분야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4년 봄이다. 조인스닷컴이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후배기자들의 참여를 독려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때부터 인터넷 강호와 바다를 떠돌다가, 2007년 봄에 행정국장 겸 웹 2.0TFT 팀장으로 일하게 됐다. 중앙일보 자회사에서 파견나온 팀원들을 현장지휘하며 함께 만든 게 워크홀릭 닷컴(
http://www.walkholic.com) 과 '열린백과' 오픈토리 닷컴(
http://www.opentory.com) 이다. 지난해 회사의 배려로 휴직하고 고려대 언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웹 프로그래머 과정과 웹 디자이너 과정을 컴퓨터학원에서 한 바퀴 돌았다. 그러니, 이젠 각종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접하는 게 썩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이번에 아이패드를 다루면서도 그걸 실감했다. 블로그로 석사학위 논문을 쓰고, 웹2.0 서비스 개발현장을 지휘하고, 블로그나 카페를 여럿 운영한 경험이 경영학도였던 나를 '기계치(痴)'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다. 어쨌든 아이패드로 다시 얼리 어댑터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무한한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아이패드를 손아귀에 거머쥐자, 정보지원실 근무자에게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그리고 아이팟을 사용한 덕분에 낮설지 않은 아이튠스에서 계정을 만들었다. 국내 신용카드(마스터카드)로 등록했다. 또 미국에서 등록한 것처럼 우회하는 편법을 검색으로 발견해 시도해 봤으나, 며칠 사이 그 방법이 블로킹됐음을 알았다. 신용카드를 none으로 하고 기프트 카드를 써서 성공한 사람들의 가이드는 물거품이 됐다. 하는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적용하는 이른바 탈옥을 할까 한동안 망설였다. 하지만 순정본을 따르기로 최종 결심했다. 탈옥 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편리하긴 하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결심한 이상,댓가를 치러야 한다. 미국 앱스토어에서 앱(어플,apps)을 마음대로 살 수 없다. 또한 한글 키보드 앱을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아이패드의 기본 화면은 위와 같이 매우 심플하다. 우선, 2.99달러를 신용카드로 지불하고 한글/영문 키보드 앱을 샀다. 하지만 매우 불편하다. 이걸 쓸 때마다 탈옥의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 메모장에서 한글로 글을 쓴 뒤 복사해 붙여넣기를 해야 한다. 트위터에서 했더니 비교적 잘 붙었다. 주말엔, 가죽 케이스와 화면보호 필름 등이 패키지로 묶여 있는 제품을 주문했다. 2만 8천 원대로 비교적 싼 것이다. 필름을 붙이고 가죽 케이스로 쌌더니 멋진 모습으로 다가왔다.
미국에서 공수된 아이패드는 30달러의 관세를 물고 들어왔다. 모두 합쳐 약 76만 원 들었다. 거기에다 케이스를 별도로 구매했으니 꽤 큰 돈을 지른 셈이다. 지름신 강림! 아이패드가 마음에 쏙 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놀라운 터치 감(感)이다. 한마디로 '죽인다'. 버벅거리는 옴니아2 같은 제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우리 삼성전자도 많이 분발해 이와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속히 만들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는 엄청난 애플리케이션을 강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무료(free) 어플도 쓸만한 것들이 참 많다.
아이패드의 기본기를 갖추자, 얼마전부터 신경쓰기 시작한 트위터와 내 조인스 블로그를 북마크에 즉각 추가했다. 하지만 탈옥하지 않는다면, 한글 키보드 문제 때문에 귀찮아서 트위팅이나 블로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 조블에 글을 써보려 했더니 선택(select),복사(copy),붙여넣기(paste) 기능이 불구다. 이제,하나 둘 아이패드의 기능을 익히고 콘텐트를 소비하면서 불편함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면 탈옥을 감행할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의 전환기를 만들어준 조인스 블로그. 아이패드를 손으로 만지면서 화면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참 좋다. 특히 3차원 그래픽이나 동영상의 기능은 최상의 선물이다. 블로그를 막 시작할 때 스캐너를 샀고, 디카도 있고,삼성 캠코더도 장만해 촬영과 편집을 연습하고 있고, 웹캠으로 1인 방송국도 실험해 보았고, 쓸만한 이미지 및 동영상 응용 프로그램을 여러 개 발견해 잘 쓰고 있고, 다양한 2.0 블로그와 카페를 시험운영하고 있다. 또 버벅거리긴 하나 스마트폰인 옴니아2 내부를 샅샅이 들여다보며 작동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패드가 손에 들어왔다. 어차피 지름신을 모시기 시작했으니, DSLR카메라에도 곧 지를 계획이다. 포토스쿨에도 나가고, 캠코더와 DSLR카메라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걷기나 등산에도 관심을 쏟고 싶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손에 익으면 지난해 잠깐 배우다 잠정 중단한 색소폰 배우기도 재개할까 한다. 내 목표인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에 한 걸음 한 걸음 차근히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