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명 수필2019. 3. 1. 18:09
반응형

"넌 20년 째 '배 들어오는 날' 타령인데 도대체 언제 배가 들어오냐?"

저녁 먹다가 친구 A가 친구 B에게 놀리는 듯한 말투로 한 마디 한다. 하지만 친구 B에게 '배 들어오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닥쳐 오길 내심 바랄 터다. 딴은 그래야 비까번쩍하게 한 턱 얻어먹을 수 있다. 

친구 B는 오퍼상을 오랫동안 해왔다. 젊은 날엔 무려 100만달러를 무역으로 단 한 번에 손에 거머쥔 적이 있다고 한다. 큰돈을 번 경험, 호기 있게 강남에서 거나하게 술 마시던 일 등 그의 이런 저런 무용담을 듣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배 들어오는 날'을 기다리는 행위의 영어 표현은 'Waiting for the day my ship comes in'이라고 한다. 재미 작가 겸 영어교재 저술가인 조화유 선생에 따르면 그렇다. 



멀리 떠난 배가 들어오길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비단 컬럼버스 항해 시절에 그치지 않는다. 당시엔 신대륙을 발견해 금,향료,비단 등 귀한 물건을 배에 몽땅 싣고 오면 투자자는 팔자를 고치거나 어마어마한 부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원양어선을 타고 나간 배가 고래나 참치 등 바닷물고기를 배에 가득 싣고 만선가를 부르며 입항해도, 호주머니 사정이 확 펴게 마련이다.     

풍각쟁이, 허풍선이라는 별명을 들어도 싼 친구 B는 그러나 성격이 밝고, 심성이 착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녀석이다. 그러니 사업하느라 우여곡절을 겪어 경제적인 사정이 썩 좋지는 않은 그에게 '쨍 하고 볕들 날'이 곧장 닥치면 좋겠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찾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Every dog has his day."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날이다. 그러니 그는 배 들어오는 날을 기다려봐야 한다. (He need to wait till his ship comes in.) 

그나저나 나에게도 '배 들어오는 날'이 한 번쯤 열릴까? 조용히 기도나 해야 겠다.  


 

41. Every dog has his day.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조화 | 제98호 20090123 입력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TV 생중계로 보았다. 취임식 사회자가 the 44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Barack Hussein Obama(제44대 미국 대통령 버랙 훗세인 오바마)라고 호명할 때 성명에 훗세인이란 이름이 들어가고, 피부색이 검고, 짧은 곱슬머리를 한 사람이 정말 미국 대통령이 되었구나 생각하니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우리가 그러한데 흑인의 감격이야 오죽했을까?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남부 일부 주에서는 투표권도 없고, 버스나 식당에서 흑인 전용 칸으로 내몰렸던 흑인이 아니었던가? 이날 TV 화면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흑인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와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는 우리말 표현이 생각났다. 

이 말들에 해당하는 영어 속담은 Every dog has his day.(에브리 도옥 해즈 히즈 데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개에게는 그들의 날이 있다”는 말이니까 “누구에게나 기회는 꼭 한번 찾아온다”는 뜻이다.

미국 사람은 또 행운이 찾아오는 것을 배가 들어오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인기 가수 Dolly Parton(달리 파아튼)이 왕년에 부른 히트곡 “Nine to Five”의 가사에도 Waiting for the day my ship comes in…(웨이딩 포 더 데이 마이 쉽 캄즈 인) 어쩌고 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것은 “내 배가 들어올 날을 기다리며…”가 아니라 “나에게도 행운이 찾아올 날을 기다리며…”란 뜻이다.

A: Why so blue?
B: Everything’s gone to the dogs. 
A: What happened?
B: I got fired from my job and my girlfriend left me! I feel like killing myself!
A: Never say die. Every dog has his day. Just wait till your ship comes in.

A: 왜 그런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지?
B: 만사가 틀어졌어. 
A: 무슨 일이 있었는데?
B: 난 직장에서 쫓겨나고 여자친구는 날 버리고 떠났어. 죽고 싶은 심정이야!
A: 죽는다는 소리 마.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너한테 행운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


반응형
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