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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겐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프로 블로거(상업활동을 하는 파워블로거)의 실체가 하나둘 씩 속속 드러나고 있다. 파워블로거 H씨가 살균세척기 공동구매를 알선.독려했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을 계기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H씨가 업체로부터 2억 10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기고 판 살균세척기에서 기술표준원의 안전성검사 결과 국제기준을 넘는 오존이 검출됐고, 소비자들이 환불.보상 요구와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 이번 파워블로거 사건의 골자다. 

이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한국블로그산업협회(회장 명승은)는 5일 이른바 '블로그 10대 준수사항'을 재공시했다. 관련 문구를 보니 상당히 구체적으로 블로그를 포함한 소셜미디어의 산업적 준수사항이 규정돼 있다. 또 삼성전자는 5일 온라인 홍보와 관련한 소통원칙을 발표했다. 정직,투명,기업시민정신 등 3가지 개념이 담겨 있다. 

파워블로거 H씨 사건은 온라인 세계의 정화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그동안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을 받은 일부 파워블로거들이 축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로그.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세계의 판도를 확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업계가 '클린 온라인 홍보'에 동참하면 상당부분 변화가 불가피해 진다. 삼성전자처럼 블로거가 회사의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시토록  하고, 입소문 마케팅을 하는 업체들이 블로거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더 정확한 팩트를 다룰 수 있게 한다면 블로그 생태계 자체가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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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스페셜 리포트]

기업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
일부 블로거 ‘기업 지원’ 안 밝혀 문제
“사업으로 커진 블로그, 가이드라인 절실”

이나리·박혜민·심서현 기자, 권재준(한국외대 법학4) 인턴기자 

지금 온라인 세상은 한 유명 블로거의 공동구매 알선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150만 회원을 둔 ‘파워 블로거’ H씨가 안전성에 문제 있는 상품의 공동구매를 알선하고 2억여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기로 한 것. 이를 계기로 일부 유명 블로거들의 ‘도덕 불감증’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고료’나 수수료를 받은 사실을 숨긴 채, 특정 제품에 대한 긍정적 리뷰를 쓰거나 공동구매를 독려하는 행위다. 논란이 커지면서 불로거들 사이에선 자정 노력도 시작됐다.


“무명 중소기업의 오존 세척·살균기를 단기간에 3000대나 팔 수 있었던 게 바로 파워블로거 H씨의 힘이었죠.”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최근 문제가 된 파워블로거 H씨의 공동구매 알선·독려 논란에 대해 5일 이렇게 말했다. 네티즌들은 H씨가 고액 수수료 수령 사실을 감춘 채 문제 있는 제품의 공동구매를 알선한 사실에 놀라움과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블로그 마케팅의 세계를 잘 아는 이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말 국내 문화·예술 분야의 유명 블로거 5명이 유럽의 한 도시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경비를 댄 것은 전시마케팅업체 A사. 이 업체는 블로거들에게 답사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되 반드시 그 도시 출신 모 화가의 작품을 언급할 것을 요구했다. 곧 열릴 이 화가의 전시회를 미리 홍보하려는 것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블로거들은 자연스럽게 이 화가의 작품을 블로그에 노출했고, 이들의 글을 본 사람들은 “너무 멋진데요. 이 화가의 전시회는 언제 하나요?” 등의 댓글을 올렸다. A사로선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이처럼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 기업 마케팅이 본격화한 건 3~4년 전이다. 유명 블로거들의 막강한 영향력에 눈 뜬 기업들이 이들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거나 대량 판매를 시도하기 시작한 것. 전문 업체도 여럿 생겼다. 대기업들까지 나서 블로거에 제품을 기증하거나 일종의 ‘원고료’를 지급하고, 신제품에 대한 긍정적 리뷰를 부탁하는 일이 관행화됐다. 문제는 일부 업체들이나 블로거들이 이 같은 ‘지원’ 사실을 감춘 채 마치 자발적 선택인양 긍정적 리뷰를 반복적으로 게재하고 있는 점이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블로거 수준에 따라 리뷰 한 건당 10만~70만원의 원고료를 제공한다”며 “기업체 의뢰를 받고 리뷰를 쓰게 되면 아무래도 단점보다 장점 위주로 쓰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한 블로그 마케팅업체 관계자는 “입소문이 중요한 제품일수록 블로거의 힘을 빌리게 된다”며 “우리 회사도 수십 명의 파워블로거를 상시 관리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일부 블로거들은 기업 지원 사실을 회원들에게 고지하지 않는 점에 대해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요리·살림 분야의 한 파워블로거는 “조리기구나 식품에 대한 리뷰를 하려면 직접 요리를 해봐야 한다. 재료 구입비부터 조리와 리뷰 작성에 걸리는 시간까지, 투자해야 할 것이 많다”며 “원고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공동구매 추진 때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것도 일인데 공짜로 진행하리라 믿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블로그들은 특히 유통망과 광고 채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마케팅 창구로 각광받고 있다. 한 파워블로거는 실제로 “힘 없는 중소기업의 좋은 제품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 또한 블로그를 통해 소형 가전제품과 식품들의 공동구매를 수십 차례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모든 파워블로거들이 기업 마케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요리 관련 유명 블로그인 ‘올리브엣홈’ 운영자는 “파워블로거가 되니 기업 이곳저곳에서 공동구매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그러나 나를 믿는 이들에게 혹시나 피해를 줄까 걱정돼서 한번도 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블로거들은 자신의 블로그 회원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명목으로 기업체에 공동구매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한 파워블로거는 청소기를 판매하는 기업체에 공동구매를 하고 싶으니 가격을 15% 할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노세일’ 전략을 구사하고 있던 이 업체로서는 이런 요구가 당혹스러웠다. 파워블로거는 그러나 “우리 회원들의 수가 3만여 명이다. 이 정도면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고, 파워블로그의 강력한 힘을 무시할 수 없었던 이 업체는 해당 블로거와의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5% 할인한 가격에 제공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은 “일부 파워블로거는 이제 개인기업의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취미 삼아 한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면 영업을 위한 얘기라고 감안해서 들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며 “블로그와 기업의 연계 자체보다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블로그산업협회의 명승은 회장은 “블로그의 영향력이 기존 미디어를 위협할 만큼 커졌지만 이를 운영하는 일부 블로거들의 전문성이나 책임감은 이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블로거들이 자신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보다 높은 책임감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 차제에 블로그의 상업적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생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파워블로거(Power Bloger)=방문자 수가 많고 댓글도 많이 달리는 등 호응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인터넷 블로그 운영자.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업체들이 해마다 블로거 중 상위 0.01~0.1% 이내에서 파워블로거를 선정한다. 이들은 고정 독자층을 형성해 ‘1인 미디어’로 활동한다. 인터넷 여론 지배력 때문에 기업들의 ‘입소문 마케팅’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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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오존 세척기’ 사태 … 피해자들 집단소송 추진

[중앙일보] 입력 2011.07.06 00:07

피해자 측 “사기죄 적용 가능”
공정위에 “과장 광고” 제소도
제조사 측은 계속 환불 거부


파워블로거 H씨를 통해 오존 살균 세척기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5일 H씨와 제조업체에 대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이들은 인터넷에 보상 카페를 만들어 H씨와 제조업체 L사에 환불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요리·살림 전문 블로거로 활동해 온 H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신의 블로그에서 세척기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그런데 기술표준원 안전성 조사에서 국제기준을 초과한 오존 농도가 검출됐고, H씨가 제조사로부터 2억여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본지 7월 4일자 20면>

 소비자들은 소송대표단을 꾸려 변호사를 선임할 예정이며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집단 소송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이들은 먼저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는 한편, “허위·과장광고를 했다”며 제조사와 H씨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다. 6300여 명의 카페 회원은 이와 함께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보상받게 해 달라”는 글을 올리고, 국세청 홈페이지에 “파워블로거의 탈세를 조사해 달라”고 진정하는 등 개별적인 활동도 벌이고 있다.

 변론을 맡을 예정인 법무법인 다산의 서상범 변호사 측은 H씨에 대해서는 형법상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 변호사는 “수익을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선의에 의한 공동구매’로 소비자들이 믿도록 한 것은 일종의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기망이란 허위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는 행위로,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36만원짜리 제품 한 개를 팔 때마다 20%에 달하는 7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조사에 대해서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토록 하는 제조물 책임법과 허위과장광고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제조사가 제시한 시험성적서는 인증받은 시험기관이 아니라 사설업체에 의뢰한 것으로 공신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오존 살균 세척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먼저 이 기준을 만든 이후에야 법 위반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제조사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환불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H씨는 5일 자신의 블로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지금은 그 어떠한 말씀도 드리기 어려운 시간이네요”라는 말을 남긴 채 블로그 내용을 모두 삭제한 상태다.

이나리·박혜민·심서현 기자, 권재준(한국외대 법학4)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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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블로거 지원할 땐 공개”

[중앙일보] 입력 2011.07.06 00:10

‘클린 온라인 홍보’ 선언

권희진 기자 
일부 파워블로거가 기업으로부터 과다한 수수료를 받은 것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클린 온라인 홍보’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5일 정직·투명·기업시민정신, 3개 축으로 구성된 온라인 소통원칙을 발표했다. 사실에 기반해 정직하게 소통하고(정직),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투명하게 진행하며(투명), 법과 규범을 준수하고 상식과 정서에 맞도록 행동한다(기업시민정신)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임직원은 개인적인 글이라도 회사나 경쟁사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할 때는 반드시 실명을 통해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가령 휴대전화 개발자가 자사 제품을 개인 블로그나 익명의 댓글을 통해 과대포장하거나 타사 제품을 거짓으로 매도하는 일은 금지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를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블로거가 회사의 지원을 받는 경우 해당 사실을 명시하도록 해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방침은 산업계 전반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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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미국선 블로거가 ‘대가’ 받았는지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2011.07.06 00:09

파워 블로거 선정하는 포털업체
공신력 문제는 방치해 비난 일어

블로그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이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아예 정부가 나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09년 10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블로그가 상품 리뷰를 할 경우 그것이 기업의 전략적 홍보물인지, 직접적 대가를 받는지를 명기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제공받았으나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때엔 리뷰 작성 뒤 제품을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는 규정도 넣었다. 법적 강제력은 없으나 이를 어길 경우 소송을 비롯한 다양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일부 블로거들의 공정하지 않은 리뷰가 소비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도 블로그 리뷰의 진실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몇몇 정보기술(IT) 유명 블로거가 특정 휴대전화에 대한 칭찬 일변도의 리뷰를 반복 게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해당 블로거들이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원고료는 물론 100만원 상당의 제품을 증정받고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진 탓이다. 이후 블로그 마케팅 전문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블로그산업협회’에선 ‘블로그 마케팅 10대 준수 사항’을 제정·발표했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이 없는 만큼 전면적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10대 준수 사항’이 5일 블로그산업협회 홈페이지에 다시 한번 게재됐다. 명승은 회장은 “최근 불거진 사태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자정 노력을 강화하자는 뜻에서 가이드라인을 재공지했다”고 밝혔다.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자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문제 많은 파워 블로거들을 방치하는 포털 업체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2008년부터 약 1700명의 ‘파워 블로거’를 선정했다. 다음 또한 2007년부터 인기도, 방문자 수 등을 기준으로 ‘우수 블로그’를 선정하고 있다. 포털들은 이렇게 선정한 블로거에게 명함과 선정패를 지급하고 추가 서버 용량, 무료 배경음악, 독립 도메인 같은 여러 혜택을 준다.

파워 블로거 선정은 해당 블로그에 공신력을 더해줘, 네티즌을 유인하는 효과가 크다. 그럼에도 포털 업체들은 그간 몇몇 블로그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라는 입장만 보여왔다. 공동구매 등 블로그에서 이뤄지는 상거래 또한 이용자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란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파워 블로거의 명예를 돈으로 바꿔놓은 사건인 만큼 내부적으로 여러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나리·박혜민·심서현 기자, 권재준(한국외대 법학4)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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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