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능력강화 혼합곡 ‘열공’ 상품 개발 성공
농업, 식품, 의학계에서 언제 식탁에 오를지 궁금증을 키우던 ‘머리 좋아지는 혼합곡’이 마침내 상품화돼 밥상에 오르게 됐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연구프로젝트에 따라 전북대 총장 출신의 의학박사와 식품공학 분야의 대가가 함께 개발한 ‘인지기능 향상 곡식’이다. 지난해 7월 식품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뉴트리션(nutrition)’에 발표된 지 1년 여 만에 밥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전북대 총장을 역임한 두재균 의학박사(전주 베아트리체여성병원장)와 신동화 한국식품안전협회 회장은 5일 “수험생들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성장을 돕는 혼합곡의 개발을 마치고 과학자들의 검증을 거쳐 전북 익산의 영농법인 푸르메에서 대량생산의 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두 박사는 48세에 최연소 국립대 총장의 기록을 세우며 전북대 총장에 취임한 입지전적 인물. 의사 발명가로서 낭종수술용 두씨흡수관, 두씨탯줄가위, 두씨색시수술법, 위내시경용 마우스피스 등을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북대 총장 재직 때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를 기획 개최하는 등 식품 산업화에도 관심을 쏟아왔다. 신동화 회장은 전북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이자 식품공학 박사로 ‘순창고추장’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을 돕는 ‘엔젤 연구가’로 이름이 나있다.
두 박사는 “지금까지 인지기능 곡물을 개발하려는 연구에서는 곡식에 특정 물질을 투여하거나 코팅하는 등의 방법에 주로 관심을 가져왔지만 우리는 기존 곡식의 영양성분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적절히 배합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확인하고 아이들이 이 쌀을 먹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에서 이름을 ‘열공’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열공’은 기술보다는 과학적 효능, 효과에 초점을 맞춘 개발품이라는 설명이다.
이들 연구진은 2008~2010년 농림수산식품부의 ‘고부가 가치 농축산물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혼합곡을 개발했다. 수십 가지 곡물 가운데 발아현미, 발아현미 찹쌀, 흑미, 강낭콩, 호두 등에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성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 성분의 적절한 배합비율을 찾았다. 영양 뿐 아니라 겉모양, 냄새, 색깔, 차진 정도, 맛과 씹히는 정도가 최상이 되도록 배합비와 가공방법을 조절했다.
인지능력을 강화하는 열공의 효능은 학술논문으로 입증됐다. 2010년 전북대 의대 정영철 교수팀이 전북대 사대부고 학생 30명을 두 무리로 나눠 9주 동안 기숙사에 머무르게 하면서 한쪽에는 열공, 한쪽에는 기존 기숙사 밥을 먹게 했다. 그 결과 ‘열공’을 먹은 학생들은 뇌에서 스트레스 처리와 기억 활동을 담당하는 단백질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뼈에서 칼슘 합성에 관여해 인체성장을 돕는 특정 단백질(S100B)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해 식품 분야의 최고 학술지《Nutrition》7월 1일자에 발표됐다. 혼합곡을 먹은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며 인지능력이 높아졌다. 또 연합모의고사에서 언어 영역 점수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반면 흰쌀에 약간의 잡곡을 섞은 기숙사 밥을 먹은 학생들은 혼합곡 그룹에 비해 정신적 피로를 더 느꼈으며 언어영역 점수는 변화가 없고 수리영역 점수는 오히려 떨어졌다.
연구진은 2010년 6월 ‘인지능력 증강용 혼합곡 조성물’로 특허도 받았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곡식을 정확한 비율로 섞는 작업을 사람 손으로 하게 되면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때문이다. 시제품은 완성했지만 일반인의 밥상에 오를 가격에 상품화할 방법이 없어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이웃 익산시에서 희소식이 들려왔다.
화가 출신의 문점석 씨가 세운 혼합잡곡 전문회사 ‘푸르메’가 잡곡 혼합 공정의 자동화에 성공한 데 이어 잡곡의 맛을 내기 위한 압착기술 등에서 진전을 이뤘다는 소식이었다. 푸르메의 기술을 이용해 ‘열공’의 대량생산에 성공, 제품으로 첫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잡곡밥에 비하여 맛이 있고 상품 그대로 밥을 짓기 때문에 조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을 갖추게 됐다. 쌀과 잡곡의 원곡은 전북 부안군의회 의장을 지낸 김성수 씨가 대표로 있는 등용RPC로부터 공급받는다. ‘열공’의 주연뿐 아니라 두 조연도 지역에선 유명인사인 셈이다.
두 박사는 “수험생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지만 스트레스와 싸우는 아버지, 폐경기에 들어서 기억이 자주 깜빡깜빡하는 어머니가 함께 먹어도 좋다”면서 “즉석밥, 삼각김밥, 떡볶기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으로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열공 판매수익의 2%는 가난 때문에 열심히 공부할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판매는 건강식품 쇼핑몰 ‘힐샵(http://healshop.co.kr)’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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