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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7 김병만.심형래의 슬랩스틱과 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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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최근 열린 '개그 콘서트'에서 달인 김병만이 "슬랩스틱(slapstick) 코미디의 스승" 심형래를 모셨다. 한 해를 보내는 연말이다. 그런 만큼,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가였던 심형래를 등장시킨 것은 시청자들에게도  짙은 향수를 불러 일으켰음에 틀림없다. 또 심형래 입장에선 영화 '라스트 갓파더'(마지막 대부)의 개봉을 앞두고 은막 비즈니스에 작은 도움이나마 됐을 터다.  

물 한 컵으로 웃기는 슬랩스틱을 오랜 만에 즐겨봤다. 
올해 작고한 '비실비빌' 배삼룡과 같은 세대 코미디언들은 '저질 코미디'를 한다는 이유로 일부에서 배척의 대상까지 됐었다. 당시 점잔을 빼고, 고급코미디가 아니면 보지 않겠다고 하던 사람들도 막상 배삼룡.서영춘.구봉서 등의 코미디를 보면 킥킥거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의아한 일이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이른바 지식인 그룹이 슬랩스틱을 '저질 코미디'라고 비아냥거리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코미디에서 좀 떠들고 과장된 액션을 취하는 게 그리 천하게 느껴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물벼락을 맞거나, 도망자를 뒤쫒거나,접시를 깨거나,소파.의자.양탄자.사다리 등에 걸려 넘어지거나 하는 우스꽝스런 액션은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치지도 않는다.  

"국내 코미디는 저질스럽다"며 슬랩스틱 코미디언들을 지탄의 대상으로 삼던 옛 사람들 가운데서 찰리 채플린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을 본 기억은 없다. 물론 무성영화 시대, 슬랩스틱(slapstick)코미디의 세계적인 스타였던 찰리 채플린과 국내 코미디언을 같은 급으로 볼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무성영화의 슬랩스틱 코미디 역시 '로우 코미디(low comedy)'다. 이 로우 코미디가 영화환경의 변화와 함께 세인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면서  '하이 코미디(high comedy)'가 등장했다. 이 코미디는 연기(몸짓)보다는 대사(말)로 먹는다. 상대적으로 세련된 연극에 바탕을 둔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을 우리말로 옮길 땐 주의해야 한다. 저급 코미디,고급 코미디로 옮기는 것도 마뜩찮다. 더욱이 로우 코미디를 '저질 코미디'로 번역하는 데는 완전 반대다. 방송 프로그램에 여러 장르가 있듯이, 코미디에도 장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웃기는 도구와 수단이 '몸짓'과 '대사'로 서로 다를 뿐이다. 이것 또한 '차별'이 아니라 '차이'일 뿐이다.  

무거운 시대는 갔다. 엄숙의 시대 또한 지나갔다. 때문에 '슬랩스틱 코미디'든 '하이 코미디'든  세상사에 찌든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을 안겨준다면 그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보는 게 옳다. 그게 지극히 현실적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  어떤 '웃기는 도구'를 쓰느냐에 따라 질을 따지는 건 완전 시대착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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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