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대학교와 대학원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졸업하기도 전에 서둘러 창업에 뛰어들려는 학생들이 많다. 이 때문에 '창업국가' 미국의 일부 대학에선 학생들에게 신중하게 창업을 준비하라고 경고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학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억만장자를 배출한 스탠퍼드대학교가 재학 중인 예비창업자들에게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라"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스탠퍼드대학교 당국은 학생 창업자들이 창업에만 정신이 팔려 학과과정을 소홀히 하거나 캠퍼스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MBA 과정 학생들에게 창업 야망을 졸업할 때까지 억제하고 학점 따는 데 집중하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스탠퍼드 대학은 평소 재학생들에게 "크게 생각하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장려하지만, 요즘엔 벤처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기다림'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뜻밖의 움직임이 '창업명문'스탠퍼드에서 일고 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탠퍼드는 총 28명의 억만장자를 키워냈기 때문이다. 이들 스탠퍼드 졸업생들의 창업 기업이 올리는 연 매출 총액은 2012년 현재 기준으로 모두 약 3,0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스탠퍼드 출신 억만장자는 휴렛 팩커드 설립자 윌리엄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 시스코 시스템즈 설립자 레너드 보색과 샌드라 러너, 엔비디아 공동 설립자 젠슨 황, 구글 설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나이키 공동 설립자 필 나이트, 페이팔 설립자 피터 틸, 야후 설립자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야후 CEO 머리사 마이어, 전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 이베이 초대 사장 제프리 스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 설립자 비노드 코슬라,일렉트로닉 아츠 설립자 트립 호킨스, 빅토리아 시크릿 설립자 로이 레이먼드 등이다. 그야말로 쟁쟁한 영웅적 인물들이다.
미국의 청년들이 이처럼 학업 중에 창업을 서두르는 것은 아마도 서부 개척시대 이후 대물림돼 온 창업DNA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미국인들에 못지않은 창업 열기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최근 나타났다. 바로 중국 사람들이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지원단지인 중관춘(中關村)에는 40여 개 대학 학생들이 창업하기 위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이곳 창업거리엔 지난 1년 새 600개 기업이 창업됐다. 수많은 촹커(創客·혁신 창업자)들이 둥지를 틀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2일 발표한 ‘한·중·일 청년창업, 중국 열풍, 일본 미풍, 한국은…’보고서에 의하면 졸업 후 창업을 희망하는 대학(원)생의 비중은 중국이 40.8%나 됐다. 이에 비해 한국은 6.1%, 일본은 3.8%였다. 이는 10월 4~7일 세 나라 수도권의 대학(원)생 5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런 통계에 접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진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경제성장률 4~5%를 유지해도 '고용없는 성장'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54.6%에 그쳤다. 하지만 대학조교 같은 실속없는 직장이나 각종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수준의 직장 등을 모두 빼면 제대로 된 취업률은 뚝 떨어질 게 분명하다.
'실업대란'이나 '청년실업자 100만시대'라는 표현은 결코 헛된 말이 아니다. 게다가 앞으로 취업난은 더욱 심화될 것 같다. 자동화의 진전과 로봇기술 탓에 있는 일자리마저 크게 줄어들 판이다. 브라질엔 1930년에 이어 두 번째 대공황이 닥쳐 매월 1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어쩔 것인가. 이 난국을 헤쳐나가려면 고용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대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타파해야 마땅하다. 이와 함께 대우세계경영연구회와 같은 진취적인 취,창업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기술창업을 중심으로 하는 청년창업의 활성화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시민들 사이에서 산불처럼 번지고 있는 '헬조선'을 속히 차단해야 한다. 애국심이 없다고 우리 아들 딸들만 나무라선 안된다. 기성세대의 대오각성과 빠른 결단은 시대적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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