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저널 2005년 봄]
기자블로그의 공익성과 책임성
김영섭 (중앙일보 부국장)
블로그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때론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는 이 블로그의 위력은 퍼가기(중앙일보 & 조인스 닷컴) 또는 스크랩(조선일보 & 조선 닷컴) 기능에서 나온다. 일반인이든 기자든 '블로그 집단'의 폭발력이 가히 혁명적일 수 있음은 바로 이 놀라운 '퍼뮤니케이션(Pummunication)' 기능 때문이다.
광고회사인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즈는 2004년 9월 신조어를 두 개 만들었다. '펌(글을 퍼가는 행위)+커뮤니케이션=퍼뮤니케이션'이 그 하나다. '펌(글을 퍼가는 행위)+킨(kin,웹상에선 '즐거움'이라는 뜻,글자를 오른쪽으로 세우면 한글로 '즐'처럼 보임)=펌킨족'이 그 둘이다.
퍼뮤니케이션의 기능은 다른 사람의 글을 퍼오는 데다,같은 사이트의 카페·클럽 등에 자신이 쓴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자동적으로 펌질할 수 있게 해준다.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는 블로그 등 1인 미디어를 갖고 있는 전국의 16∼34세 500명을 대상으로 '펌' 이용 실태를 조사,분석했다. 그리고 '퍼뮤니케이션의 시대'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엔 "펌 문화가 인터넷 시대의 새 의사소통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펌질'을 통한 디지털 입소문은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필자의 블로그 필명은 파우스트다. 독일어 faust는 영어로는 fist(주먹)라는 뜻이다. 조인스 닷컴 블로그(http://blog.joins.com/edwdkim)에선 이걸 쓴다. 조인스 닷컴 외에도 여섯 개의 블로그를 개설해 놓고 있다. 모두 연구용이다.물론 각기 다른 필명을 쓴다.
필드 경력은 2005년 3월말로 만 1년. 필자는 현장 경험과 관련 서적 연구를 거쳐 직접 만든 '블로그 10계명'(http://blog.joins.com/edwdkim/3816318) 과 '블로그 예찬 10조'(http://blog.joins.com/edwdkim/3838872)로 퍼뮤니케이션의 위력을 시험한 적이 있다. 만 하루가 지났을 때 놀랍게도 이 글들이 포털사이트들의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서로 넘나들며 자가증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사이트 블로그에서 내 글을 긁어,출처를 밝히지 않고 조인스 닷컴 블로그에 띄운 경우도 있었다. 블로거들은 같은 사이트에 있는 글의 경우 퍼가기(스크랩)기능을 활용한다. 하지만 다른 사이트로 넘어갈 때는 복사해 무단으로 긁어가거나 긁어간 다음 출처만 간단히 밝힌다. 그게 이종(異種)사이트의 블로그에선 '짜퉁'이 아닌 진짜 자기 것처럼 유통되기 일쑤다.
싸이월드 가입자는 2004년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싸이월드는 '일촌'관계를 바탕으로 자기 홈피를 꾸미는 게 기본이다. 언론사 블로그보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성격을 보완하기 위해 싸이월드는 2004년 10월 페이퍼와 페이퍼진을 열었다.
페이퍼는 블로그와 비슷하고, 페이퍼진은 카페(커뮤니티)와 블로그의 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 측은 가입자가 1천5백만 명에 달하고,이 가운데 5백만 명이 액티브 블로거(Active blogger)라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엠파스,야후,다음 등 포털 블로그 가입자도 무척 많다. 이로 미뤄 중복 가입자가 상당히 많을 게 분명하다.
언론사 블로거들을 살펴보면 미니홈피나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와 함께 열어 놓은 경우가 많다. 은밀하고,아담하고, 폐쇄적인 미니홈피와 별도로 노출도가 높고 개방형인 블로그를 함께 개설해 놓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링크 기능을 많이 활용한다. 자신을 찾는 친구, 친지 등을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유도하는 사례가 흔하다.
필자의 경우 다른 미니홈피,블로그에 링크를 걸어 중앙일보 블로그로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김중태문화원(www.dal.co.kr) 원장 김중태씨는 미니홈피는 푸시(push)의 성격을, 블로그는 풀(pull)의 성격을 갖는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규정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블로그는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다.
블로그를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언론사 사이트는 조인스 닷컴이라고 할 수 있다.2004년 3월 30일 조인스 닷컴은 중앙일보 기자 전원을 전면에 내세워 언론사 블로그의 새 역사를 열었다.그 때까지 블로그를 운영해온 포털 사이트들은 탤런트·영화배우·가수 등 인기인들을 미끼로 손님을 끌었다.
조인스 닷컴은 당초 블로그 전문업체인 인티즌 마이미디어와 제휴해 블로그를 개설했다. 이 제휴선에는 경향신문(미디어칸)·디지털타임스도 동참했다. 하지만 조인스 닷컴 블로그는 곧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어 조선일보&조선 닷컴이 2004년 8월 초 '블로그가 대세다'를 케이프레이스로 내걸고 언론사 블로그 대열에 동참했다. 조선은 특히 신문 지면의 기자 바이라인에 e메일 대신 블로그 주소를 실었다. 국내 첫 사례로, 매우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주요 언론사가 '1인 미디어'라는 블로그의 현장에 신문기자들을 대거 등장시킨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목적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고,추락하는 신문의 가정구독률(2005년 2월 현재 41%)을 올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목적이 어디에 있건 주요 신문사가 블로그를 출범시키고 기자들에게 블로깅을 독려한 것은,최소한 블로그가 '준(準)저널리즘'의 영역에 진입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현실 언론으로서 기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의 공익성과 책임문제는 저널리즘의 한 축에 자리하면서 중요한 테마가 돼 가고 있다. 필자는 업무 상 블로그의 활성화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면서 그것을 절실히 느꼈다. 초창기의 일이다.
한 유명인사의 재판정 입,퇴정과 관련한 뉴스가 보도됐을 때한 기자가 쓴 블로그에 올린 글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험악한 내용의 덧글이숱하게 많이 올라왔다. 그 기자의 글을 중앙일보의 입장으로 오인한 사람들의 항변이었다. 내부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서둘러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일보 블로그의 '기자 블로그'페이지(http://blog.joins.com/center/journallist.asp) 하단에 있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그 조치의 하나다. "블로그는 1인 미디어입니다. 따라서 글 내용이 회사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걸로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한 인기가수를 평한 기자의 블로그 글을 놓고 관련자들과 팬들의 항의 덧글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왔다. 또 한 편집기자가 전문적 시각에서 나름대로 '조중동의 편집 비교론'을 잇따라 썼다가 안팎에서 적지 않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런 경우는 해당 블로거와 언론사를 싸잡아 불화살을 쏘는 게 일반적이다.
필자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동료에게서 추천받은 책을 읽은 뒤 후기를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출판사와 짜고 그런 것 아니냐는 덧글에서부터 그 책의 주인공과 신문사의 관계를 들어 비난을 쏟아 붓는 덧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혼비백산해 그 글을 서둘러 내렸다. 차마 입에 담기도 겁나는 욕설을 동반한 악성 리플달기는 익명의 그늘에 숨어 자행하는 행위다.
어디 이 것뿐인가. 조선일보의 한 기자가 아나운서와 관련된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낭패를 보았다. 그는 '블로그=1인 미디어'라는 등식을 철석같이 믿고 그 글을 썼을 것 아닌가. 2005년 3월 초에는 조선일보의 한 기자가 '대통령 부부의 눈꺼풀 수술비'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이에 대해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독기를 품은 덧글도 적지 않았다. 한 일반 블로거는 "이런 것을 글이라고 써놓는 기자나, 이런 글이 중요하다며 대문에 걸어놓는 신문사나 한심하기는 똑같다"라는 가시 돋친 덧글을 올렸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언론사나 기자가 아무리 '블로그는 1인 미디어'라고 목청을 높여도 안팎, 특히 외부의 고정관념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올린 블로그 글 내용을 소속 회사의 의견 및 입장과 동일시한다.
기자 블로그에는 신문에 실린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이 뒤섞여 있다.지면에서 볼 수 없는 블로그 글의 편집권은 주인 기자에게 있다. 그런데도 이게 먹히지 않는다. 이 '검열 받지 않은 글‘은 항상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기자 블로그는 전문성 차원에서 공격받기도 한다. 스포츠,음악,미술 등 특정 분야의 매니아들과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고, 인터넷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언론사 기자 블로그를 유심히 살펴보자. 일부 기자들은 신문을 '업무'영역에, 블로그를 '개인 배설' 영역에 각각 놓고 본다. 이 그룹에 속한 기자들은 신문에 못다 쓴 이야기를 가공,생산할 의향을 갖고 있다. 반면 블로그를 배척하거나 백안시하는 기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본업의 카테고리를 여간해선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신문만 잘 만들면 되지,무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연히 블로그 때문에 골치아픈 일이 생기거나 논란의 대상이 되길 꺼린다. 특히 블로그에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올렸다가 '전문성이 있네, 없네' 식의 구설에 오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도 전문 분야나 쟁점 분야를 다루는 취재기자들에겐 시간 여유가 없고, 본업에서 파생되는 스트레스도 여간 아니다.그러다 보니 유연한 글이 기자 블로그에 많이 뜰 수밖에 없다. 이 글들은 '잡문,잡사'라는 비판을 일각에서 받기도 한다.
하지만 망각해선 안될 게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 블로거들 가운데 상당수는 골치 아픈 문제보다는 부드러움(softness),재미(fun),즐거움(joy)을 추구한다는 사실이다.
언론사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기자들은 익명과, 거기서 배태되는 공격성· 상스러움을 싫어한다. 이른바 '눈팅족'을 자처하며 덧글을 함부로 쓰고 빠지는 네티즌들로 인해 마음이 상하는 걸 피하고 싶어 한다. 이런 이유로 사상이나 의견이 강하게 표출되는 글을 꺼리는 기자들이 적지 않다.
익명의 눈팅족들이 쏘아대는 불화살을 막는 방화벽(firewall)시스템도 있다. 조인스 닷컴의 경우 관리메뉴로 들어가면 각 '폴더 보기'를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지 블로거 본인이 선택하도록 돼 있다.모든 방문객에 허용,(블로그에서 등록한)친구에게만 허용, 비공개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골라 적용하면 된다.
'덧글 쓰기'도 모든 방문객에게 허용,블로그 회원에게만 허용,비허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사진 정보'도 보이거나 숨길 수 있다. 각각의 폴더에 이런 선택권을 블로그 주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주인은 더 무서운 조치도 취할 수 있다. 특정 블로거가 아예 블로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문 사절 목록'에 올리면 된다.
조선 닷컴의 경우엔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덧글을 아예 달 수 없게 방화벽을 쳐놓았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로그인을 한 사람도 '1인 미디어'의 주인에게 눈엣가시로 보여 '이웃차단 목록 설정'란에 ID가 오를 경우 그 블로그를 볼 수 없다. 두 블로그 기능 중 어느 게 좋은지는 블로거들이 판단할 몫이다.
방화벽 시스템이 있다고 해서 블로그를 살벌한 미디어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거기엔 뜨거운 관심과 사랑, 훈훈한 인정이 살아 숨쉬고 있다. 조인스 블로그에선 오프라인 모임(일명 벙개,'번개'의 변형),이벤트,선물 주고 받기 등 흐뭇한 정경이 벌어지고 있다.
조인스 블로그에서 인기도와 방문객 두 가지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자 블로거 '빈섬'(http://blog.joins.com/isomkiss)은 문학을 좋아하고 자신의 블로그를 찾는 일반 블로그들과 수차에 걸쳐 모임을 갖고 정을 나누고 있다. 모임의 후기가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속속 뜨고 있다. 빈섬과 필자 파우스트는 퀴즈 등 이벤트를 종종 벌인다. 상품으로는 문화상품권이나 책을 내건다.
일반 블로거 '보헤미안 토'(http://blog.joins.com/meisterts)은 파우스트의 이벤트에도 당첨된 바 있는 블로거다. 그녀는 밸런타인 데이 때 초컬릿과 모자·향수 등 선물을 택배로 파우스트에게 보내 조인스 블로그에서 화제를 뿌렸다. 클럽이나 카페처럼 운영자와 회원 간의 상하관계가 없는 블로그에서 나름의 독특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신문기자들이 국내에서처럼 블로깅을 권장, 권유 또는 독려 받고 블로그를 대거 운영하는 사례는 외국에선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일반 블로거들이 언론사를 압박하고 있다. 그들이 주로 활약하는 분야는 정치,군사 등과 각 전문분야다.
재미 저술가인 조화유씨는 일반 블로거들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05년 1월 3일 언론사 블로그에 띄운 '파자마 군단(Pajama Brigade) 블로그 파워'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신문,방송,시사주간지 등에 종사하는 주류 언론인들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블로거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4년 온라인 영어사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였고 지금도 7초에 하나씩 생겨나고 있는 게 블로그"라고 전했다. 또 "자기 집안에서 잠옷 바람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블로거들을 주류 언론은 '파자마 군단'이라고 부른다.
블로거들의 인터넷 상 활동무대를 블로그스피어(blogsphere)라고 한다"고 썼다. 일반 블로거와 주류언론 기자의 대치 상황을 충분히 연상케 하는 글이다. 이 '파자마 군단'은 뉴스의 생산자이자 파괴자다. 사회 감시역(watch dog)을 자처하는 주류 언론인들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
국내에 보도된 것처럼 일반 블로거들은 저널리스트들을 무섭게 압박해오고 있다. 세계적인 방송사 CNN의 뉴스본부장 이슨 조던,CBS의 간판 앵커 댄 래더 같은 거물 언론인이 파자마를 입고 자판을 두드리는 일반 블로거 때문에 옷을 벗었다.
이슨 조던은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서 "이라크에서 미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언론인 가운데 일부가 표적 살해됐다고 믿는다"는 말을 했다. 이를 지켜본 30대 블로거 로니 아보비츠(미국 의료 기술업체 사장)는 포럼의 공식 블로그에 '미군은 이라크에서 언론인들을 겨냥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결국 조던을 사임케 했다.
또 댄 래더는 지난해 9월 대선 때 부시 대통령의 주방위군 복무 시절 특혜의혹을 들고 나왔으나, 부시의 상관이 남긴 메모를 작성했다는 타자기가 허위라는 블로거들의 글로 인해 은퇴해야 했다.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월간지 'Media World Wide ' 2004년 8월호에는 '블로거들의 침공은 이미 시작됐다'제하의 글이 실렸다. 미디어오늘 백병규 객원논설위원이 편역한 이 글의 필자는 온라인 저널리즘 리뷰(OJR) 2004년 5월 26일자에 소개된, 기술혁신 전문 칼럼니스트 마크 그래서.
그는 패트릭 프레이라는 블로거의 말을 인용해 블로그의 영향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LA타임스와 같은 주요 일간지에 필적할만한 영향력을 가진 블로거는 없다. 사실은 비교평가의 기준도 없다. 유명한 블로거 사이트의 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그러나 블로거 한 사람이 아니라, 블로거들의 '집단'으로 보았을 때 그들의 가능성은 가히 '혁명적'이다.(후략)"
한편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2005년 3월 7일, 미국 백악관이 가렛 그라프(23)라는 블로거에게 출입기자증을 발급하고, 일일 브리핑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 사상 처음이다. 이 블로거는 언론인을 위한 웹 사이트인 ‘미디어 비스트로 닷컴’에서 운영하는 ‘피시볼 DC 블로그’ 편집인 자격으로 출입증을 땄다. USA 투데이와 CNN 기자들과 백악관 출입기자단장은 그라프가 출입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블로그 통계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사정이 좀 다르다. 조인스 닷컴의 블로그 시스템에선 하루에 몇 명이 방문했는지 알 수 있다. 조선 닷컴 블로그의 경우 특정 글(포스트)을 읽은 사람의 숫자까지는 알 수 없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블로거가 특정 글을 몇 명이 읽었는지 알 수 있게 해달라고 운영자에게 올린 청원 덧글을 최근 본 적이 있다.
조인스 닷컴의 경우엔 블로그 방문객 숫자는 물론, 개별 글을 클릭한 숫자도 알 수 있다. 그 숫자에는 블로그 주인의 클릭 수가 포함돼 있으나, 실제 블로그 방문객 숫자와 특정 글을 읽은 사람의 숫자를 거의 정확히 알 수 있다.굳이 알고 싶지 않으면 '폴더 타입' 세 가지(방명록,섬네일,게시판) 중에서 방명록으로 설정하면 된다.
기자 블로거나 일반 블로거나 마찬가지다.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도 이와 비슷하다. 어쨌든 블로그 방문객 숫자를 알 수 있으니,국내 블로거들의 영향력을 국내에선 웬만큼 가늠할 수 있다.
뉴미디어 시대의 기술에서 비롯된 퍼뮤니케이션 기능과 링크 기능을 통해 블로거들은 큰 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전통적인 언론사들이 이들을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친다. '연예인 X파일'등의 사례에서 보듯, 그들은 정보를 삽시간에 유통시킨다. 때론 언론에 도움을 주지만,때론 언론에 큰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이런 판국에 어찌 일반 블로거들의 힘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이제 저널리스트들이 시대 상황에 신속히 적응하고 '미디어 빅뱅'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때가 됐다. '블로그=1인 미디어'에 입각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자신의 일기를 쓰고, 자료를 축적하는 정도로는 어림없다.
'파자마 블로그 군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글(기사)의 정확도를 더 높이고, 개인의 전문성을 더 쌓아야 한다. 오프라인을 기본으로 하되, 온라인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외에 갖고 있는 마니아적 기질도 충분히 살려 '파자마 블로그 군단'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특히 언론사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중견 언론인들은 블로그를 무시하거나 겁내선 안된다. 도토리가 무엇이고 전자화폐가 실제로 어떻게 유통되는지 알고 느껴야 하며, 인터넷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사진과 동영상을 컴퓨터 하드웨어에 저장했다가 쉽게 블로그에 끌어다 쓸 정도의 기본 지식은 갖춰야 한다. 또한 블로그의 묘미를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 수준의 '자기 검열'을 할 필요가 있다.
기자 블로그의 성패는 유연성(재미,즐거움 포함)과 전문성 확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신문에 실리는 기사 외에 취재 뒷 이야기와 특정 전문분야에 관한 글의 양을 늘리고 질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 미디어 빅뱅시대, 블로그의 시대에 우리의 자세는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본다. '몸소(in the flesh)'가 아닐까. 백견(百見)이 불여일행(不如一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