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문 선생의 ‘정통 종합영어’(성문 종합영어)에 대한 내 기억은 아주 특별하다. 내 삶에서 큰 꿈을 꾸게 해준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 덕분에 많은 금언과 영웅·위인들의 명언을 접했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존 F 케네디의 대통령 취임사 등을 달달 외워 쓰고, 읊고, 때론 뽐내던 옛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고1 때부터 고3까지 ‘정통 종합영어’와 벗하며 지낸 그 시절, 돌이켜보면 정말 ‘꿈의 계절’이었다.
중간에 당시 유행하던 일본 도쿄대 입학시험 문제 등이 담긴 영어책 ‘1,200제’와 ‘영어의 왕도’ 그리고 학교에서 부교재로 쓰던 영어 책 여러 권도 공부하긴 했다. 하지만, 줄곧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은 바로 ‘정통 종합영어’였다. 마치 성경책처럼 항상 가까이에 두고 봤던 책이다. 너덜너널하게 변한 그 책을 몇 년 전까지도 보물처럼 보관했다.
그러다 어느 날 ‘과거를 정리하는 엄숙한 마음가짐’으로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내 깐에는 대단한 결심의 한 가닥이었다고 해도 틀림없다.
얼마 전의 일이다. 대학 동기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 끝에 ‘정통 종합영어’에 대한 추억의 말과 촌평이 오갔다. 그 때 한 친구가 “정통 종합영어는 어린 촌것들에게 인문학을 처음 접하게 한 고마운 책이었다”고 논평했다.
언제부턴가 ‘성문 종합영어’로 바뀐 ‘정통 종합영어’ 책이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고속버스터미널 옆 신세계백화점의 서점 반디앤루이스에 갔더니 재고가 단 한 권도 없었다.
금요일 귀가 길에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내려 교보문고에 들렀다. 검색했더니, 마침 재고가 몇 권 있었다. 지정된 서가에 ‘성문 종합영어’가 딱 버티고 있었다.
참 반가웠다. 책을 펴서 내용을 확인해보니 체제는 많이 바뀌었으나, 인용한 문장 특히 독해용 장문이 예전과 똑같은 게 무척 많았다. 반가운 마음에 ‘성문 종합영어 단어·숙어집’까지 2만 4천원을 들여 구입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죽을 때까지 쉬엄쉬엄 ‘성문 종합영어’를 다시 읽고, 외우고, 베끼길 즐기겠노라고. 비록 인생에서 세속적으로 썩 성공을 하지는 못했으나, 어린 시절 그 책을 읽으며 애틋하게 꿈꿨던 즐거움 속에 푹 빠져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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