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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꼬마 아빠. 오늘 만화 보러 가요."
고2 큰 아들이 매우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꼬드긴다. 제깐에는 아빠와의 친밀감을 최대한 이용해 먹자는 심산이겠지. 토요일 오후다. 신문사가 쉬는 날이지.
"그래요.아빠. 만화본 지 오래됐잖아요. 응?"
중3 둘째 아들도 가세한다.
"이 짜식이,이게 죽을래,살래."
나는 큰 아들에게 종주먹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애들은 안다.
'꼬마아빠'가 지네들을 무지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특히 외탁해 아빠보다는 훨씬 큰 자기들을 은근히 시기,질투하는 걸 다 안다. 그래도 따른다.지들이 별 수 있나. 아들들인 주제에.
"오늘은 딱 네 시간만 보는 거다. 오늘은 짱깨(자장면의 비속어)도 없다."
"예! 아버님."
두 놈이 조폭 어깨 모습을 지어내 보인다. 나는 흐뭇하다.
"그래.요놈들은 첫 미팅 때 바람을 맞아선 안돼."
나는 첫 미팅 때 무참히 깨진 쓰라린 아픔을 간직하고 산다. 이젠 오십줄인데 뭘. 하지만.....
그랬다. 같은 대학 다른 학과의 참한 여학생을 첫 미팅에서 만났다. 분위기 정말 죽였지.
그런데 나올 때 솟다리가 문제가 됐다. 으악. 한동안 나는 다리가 문어발로 변하는 꿈을 꾸면서 소리를 지르고 식은 땀을 흘리곤 했다. (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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