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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마지막 강의를 한 뒤 학생들에게서 귀한 선물을 받았다. 샤또 시삭 1997년산 와인과 스타벅스의 물병(텀블러). 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동학(同學)의 마음을 모아 사준 선물이다.
한 여학생은 그래도 서운했던지,초컬릿 세 알과 함께 그림을 그려넣은 쪽지를 건네주었다. 가슴이 벅차다. 1학기 땐 스승의 날에 뜻밖의 많은 선물을 받고 당황 반, 기쁨 반의 심정을 속뜰에 심었다. 하지만 2학기 땐 그런 날도 없어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 적이 놀란 게 아니다.
더욱 놀라게 한 값진 선물은 롤링 페이퍼(rolling paper)였다. 1학기 땐, 2학기 수업에 참고하기 위해 비판과 충고를 적어주도록 설문조사를 했었다. 2학기 수강생들이 나름대로 정성껏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완성한 롤링 페이퍼에는 참으로 고마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행복감에 몸이 잠시 떨렸다. 성적 처리를 끝내면, 1년 동안 깊게 정든 고려대를 떠난다. 내가 그동안 가르치면서 배웠던, 젊고 패기에 찬 학생들이 모두 꿈을 이루길 두 손 모아 빈다.
(2009.12)
(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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