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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오랫동안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 가르치거나, 알려주는 직업인은 특히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려고 애쓰는 건 인지상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사의 관광 가이드도 그런 직업인 가운데 수위 그룹에 속한다. 코스마다 익숙해진 컨텐츠를 주절주절 숱하게 풀어 놓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관광 투어 안내를 하면서 상대하는 사람들이 달라지고, 계절이 바뀌고, 날씨와 기후에 차이가 있고, 약간의 상황 변화도 일어나겠지만 기본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질 조건을 상당분 내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선 그걸 훌쩍 뛰어넘은 관광 가이드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열정적으로, 매우 친절하게 바티칸미술관 투어를 가이드 해 준 사람은 로마 자전거나라(검색으로 공식명칭을 확인해 봤더니 '유로자전거나라(romabike.com)' 소속의 '로마 자전거나라'로 돼 있다. 조직이 사업부제인지, 지사 형식인지는 모르지만)의 김민주 대리다.
그녀는 1시간 40분 안팎의 바티칸미술관 투어에 앞서, 29명의 일행을 불러모아 특유의 '썰(說)'을 풀었다. 투어에 필요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여러 가지 유머로 좌중을 즐겁게 해줬다. 김민주 대리는 특히 미켈란젤로의 4년 8개월에 걸친 투혼을 비롯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로 로마 여행의 가치를 확 높여줬다. 미칼란젤로의 투혼이란 그가 온갖 고난을 딛고 불후의 명작인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를 완성한 역사적 사실을 일컫는다.
가이드의 자질과 노력,그리고 열정과 책임의식에 따라 평범해 보이는 여행도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그녀는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바티칸미술관에 들어간 순간, 난 준비해간 노트를 꺼내 열심히 메모했다. 하지만 본인의 무식함과 기억력 감퇴 및 시간 부족 등으로 그녀의 해박한 설명을 제대로 복기(復記)하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하다.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뒤 노트를 보며 기억을 되살리려 애썼으나 역부족이었다. 오류나 없는지 모르겠다.
로마 자전거나라의 탁월한 가이드인 김민주 대리의 설명을 듣기 전, 산 피에트로 대성당(성베드로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뒤에 빨간 스웨터를 입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청년은 이틀 후 피렌체에서 또 우연히 만났다. 로마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꽤 많았다. 아마도 한국 관광객의 숫자가 일본 관광객 숫자를 훨씬 앞지르고 있지 않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잠시 동안의 휴식시간이 끝난 뒤 우리 투어 일행은 미술관 한 귀퉁이에 모였다. 그리고 김민주 대리의 재미있고 유익한 썰에 혼신을 맡겼다. 그녀는 그날의 자신을 " 신 들려 작두를 타는 가이드"로 묘사했다.
우리에게 열과 성을 다 쏟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김민주 대리의 말을 종합해 보건대, 그녀의 설명을 듣는 우리 투어 일행의 눈들이 반짝거리고 적절한 반응을 즉각즉각 보였던 것 같다. 좀비족처럼 맥없이 반응하는 사람이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 때문에 김민주 대리가 나름대로 신바람을 내서 우리를 열정적으로 안내한 것임에 틀림없다.
김민주 대리의 투어 가이드가 감동적이어서, 그녀가 속해 있는 회사의 사이트를 찾아봤다. 유로자전거나라 본사가, 서소문에 있는 신문사를 퇴직한 뒤 옮겨온 내 사무실에서 썩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탈리아 로마자전거나라'를 클릭해 들어갔더니 "엇?" 김민주 대리가 찍힌 사진이 나온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오른손으로 V자를 그리고 있는 이가 김민주 대리다. 그녀는 사춘기 여고시절 여행에 빠지기 시작했고, 엄마의 가슴 아프고 슬픈 죽음 이후엔 여행 매니어가 됐고, 로마에서 "머리에 후광이 있는 나이 든 오빠"를 만나 얼마전 결혼했다고 한다. 그녀와 같은 훌륭한 가이드가 있는 여행사는 믿음직하다. 이탈리아 여행을 떠날 계획인 분들에게 강추!!!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 생면부지의 '후광 오빠'에게 간곡히 부탁 드린다. "(그녀의)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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