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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대선 때의 일이다. 장년의 A씨는 고액 연봉을 받고 있던 회사에 사표를 내던지고 한 대통령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A씨 부인은 그가 4년제 대학 졸업생 초봉의 약 20배에 달하는 연봉을 포기하고 험난한 정치판에 뛰어드는 걸 한사코 반대했다. 하지만 “손자들의 미래를 위해 새정치 활동에 참여해 달라”는 며느리들의 간절한 부탁에 A씨는 결단을 내렸다.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이라는 사회병리를 어떻게든 치료해야겠다는 데 시아버지와 며느리들이 의견일치를 본 셈이다.


대한민국이 ‘저출산의 덫’에 걸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은 혼자 따로 노는 게 아니다. 높은 자살률과 함께 나쁜 세계 순위표의 상단에 오르고 있다. 암울한 현상의 쌍끌이 지표인 셈이다. 어느 나라는 자연재해 탓에 침몰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겨 소멸될지 알 수 없다.


실제 악몽이 한국을 떠돌고 있다. ‘대한민국 소멸’이라는 악몽이! 유엔인구기금(UNFPA)은 2008년 11월 “2305년 대한민국 소멸”이라는 강력한 경고음을 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15~49세의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아이 수를 뜻하는 지표인 ‘합계출산율’이 당시 1.2를 밑돌아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그런 추세가 꺾이지 않고 지속된다면 300년도 채 못돼 대한민국이 나라 꼴을 못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유엔인구기금은 2305년 한국의 인구가 남자 2만 명, 여자 3만 명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구문제연구소)는 “2305년 한국 인구는 제로”라며 “한국이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극단적이고 저주스러운 예측을 내놨다. 이른바 ‘인구 대재앙’으로 사회시스템이 무너져 내려 지구에서 사라지는 제1호 국가가 될 운명을 한국이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코리아 신드롬’이라는 기분 나쁜 꼬리표까지 붙여 놓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노력 끝에 지난해 ‘초(超)저출산국’의 굴레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2012년 합계출산율은 1.3 정도로 추산됐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 멀었다. 인구학 용어인 ‘인구치환 수준’(치환율,replacement rate)에 해당하는 출산합계율은 2.1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 정도가 돼야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이제, 인구정책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할 때가 됐다. 패러다임 시프트(shift)에는 특히 앞으로 5~10년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력을 투입해 번 돈으로 생산성이 없는 노인들과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이 그나마 많을 때 인구정책을 확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인구학적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많을 때 손을 써야 한다.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 3612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가 이후 점점 줄어든다. 따라서 새로운 인구정책이 비교적 잘 먹힐 때(이른바 ‘마지막 인구보너스 기간’) 집중 공략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인구보너스 기간의 전반기가 바로 ‘박근혜 정부’의 집권기와 일치한다. 그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사뭇 크다.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의 부정적 쌍끌이 지표를 깨고 이 땅에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울어제치는 소리, 그 이름 거룩한 고고성(呱呱聲)이 끊이지 않게 해주길 바란다. 목표 출산합계율은 1.7~1.8이다. 친조카를 얻었을 때 뛸 듯 기뻐했다는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짊어지고 갈 우리 아이들이 많은 가정에서 쑥쑥 태어나게 힘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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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