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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따라, 붓길따라(隨想 隨筆)]
= 노후의 버팀목, 국민연금 =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 채워준 참(!) 고마운 국민연금(조기노령연금)>

 

 

1. 거의 빈털털이로 직장을 일찍 그만두면, 참 난감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진다. 당장 생활비가 펑크 나고, 아이들 학비도 문제다.

 

2.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용돈조차 없어 쩔쩔매게 된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후배, 친구 등과 밥 한 끼, 술 한 잔도 마음대로 못하게 된다. 경조사가 생길까 두렵다. 직장 생활을 하며 비교적 잘 나갔던 사람은 삶이 비참해지고 우울증이 생긴다. 인간관계가 대부분 정리된다.
 
 
3. 그 어려운 '소득 크레바스(틈새)'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채워준 것은 다름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연금이었다. 이름하야 '조기노령연금'이다. 법으로 정해진 수급연령보다 훨씬 더 일찍 받겠다고 하면 액수가 크게 적어진다. 5년 더 일찍 받을 경우 정상연금의 70%를 받는다.
 
 
4. 나는 지난달까지 모두 약 1억 1,240만원(물가상승률 감안한 현재 가치 환산치)의 조기노령연금을 받아 썼다. 1957년 8월생으로 과거의 법규(현재보다 2년 더 빠름)에 따라 만 55세 2개월이 된 2012년 10월 첫 연금을 수급했다. 당시 89만 여원을 받았다. 물가상승률 2.5%를 가정하면, 내년 1월에는 약 102만원을 받게 된다.
 
 
5.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연금은 손을 벌릴 데도 없고, 수입도 전혀 없던 완전 백수 시절, 목줄을 죄던 생활고를 꽤 줄여줬다.
 
 
6. "그동안 수고했으니 '정년+1~2년' 더 일하고 나가라"는 조직의 배려 약속(?)을 유력한 선배로부터 전달 받고, 난 고민 끝에 조기 퇴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더 이상 조직에서 발전도 없고, (최소한 내 생각으로는) 퇴보하는 길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7. 그래서 최장 2014년 12월까지 할 수 있었던 직장 생활을 2010년 11월에 때려치웠다. 그 덕분에 1년 후배를 인사권자로 모셔야 하는 끔찍한 일은 내 인생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8. 나름대로 퇴직 준비를 좀 한답다고 했으나, 신문사를 나와보니 찬바람만 쌩쌩 부는 허허벌판이었다. 법인카드가 그리워지고, 아이들 학비 보조가 아쉽고,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절히 느껴졌다.
 
 
9. 그런 비참한 상황에서 2012년 10월 조기노령연금 월 89만원은 사막의 오아시스에 다름아니었다. 조기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어찌어찌하여 알게 된 나는 여러 사람에게 꼭 받으라고 권유해 줬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 일쑤였다.
 
 
10. 돈을 많이 모아뒀거나, 부모의 유산을 상속 받아 나름 부자가 된 사람들은 이런 데 신경 쓸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썩 많지 않다. 강남3구 거주자도 많은 경우 그렇다.
 
 
]11. 조기노령연금의 할인율은 30~6%다. 법정 수급 연령(출생연도에 따라 다름)의 5년 전에는 정상 연금액의 70%를 받으며 4년 전에는 76%, 3년 전에는 82%, 2년 전에는 88%, 1년 전에는 94%를 각각 받는다. 그러나 '소득 크레바스'에 딱 걸린 사람들에게는 조기노령연금을 강력히 권한다.
 
 
12. 직장생활 할 때를 떠올리면 소액에 불과한 조기노령연금을 받는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우리집 마누하님은 재복이 썩 없는 나를 향해 평소 "당신, 좋은 대학 경영학과 나온 게 맞소?"라며 비아냥거렸다.
 
 
12-1. 그녀의 다음 말씀은 칭찬인가, 비아냥인가? "당신, 좋은 대학 경영학과 출신으로 그나마 잘한 짓은 연금 일찍 받은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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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