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팀 ”세균성 질염, 사실상 성병”…부부 동시 치료했더니 50%가 염증 사라지고 재발되지 않아
여성의 질염에는 세균성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 칸디다 질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성병으로, 나머지 두 가지는 ‘질내 미생물군’의 균형이 깨져 생기는 일반 질병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전 세계 여성의 약 3분의1에 영향을 미치는 세균성질염이 사실상 성병에 해당한다는 뜻밖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모나시대·멜버른대 공동 연구팀은 세균성질염을 앓는 여성과 파트너를 동시 치료한 결과 이 병의 재발 사례가 50%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때문에 세균성질염을 성병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캐트리나 브래드쇼 교수(멜버른성건강센터)는 “세균성질염 환자인 여성만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여성과 파트너를 함께 치료하면 재발률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걸 확인하고, 서둘러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세균성질염은 질내 미생물군의 불균형(교란) 탓에 발생하며 불임, 조산, 신생아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 일주일 동안 항생제를 복용하면 3개월 안에 50% 이상의 환자가 질내 미생물군의 균형을 회복한다.
세균성질염이 다른 성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연구의 제1저자인 렌카 보드스트실 박사는 “세균성질염은 대부분의 성병과 비슷한 잠복기(성관계 후)를 갖고 있고, 클라미디아 등의 위험 요인(성행위 상대자의 변화, 콘돔 미착용 등)과 깊은 관련이 있어 이를 성병으로 의심해 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일부일처제 관계에 있는 남녀 커플 164쌍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1주일 동안 이들 여성에게 표준치료용 항생제를 복용하게 했다. 일부 여성의 경우 환자 자신만 치료를 받았고, 일부 여성의 경우 파트너도 경구 항생제, 국소 항생제 크림 투여 등 치료를 받게 했다. 세균성질염 환자(여성)만 치료를 받는 게 현재 전 세계 의료관행이다. 연구팀은 12주 동안 참가자를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균성질염은 여성 환자와 파트너 두 사람을 동시에 치료하면 여성 환자만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치료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여성만을 치료하는 것보다 파트너를 동시에 치료하면 세균성질염의 재발률이 약 50%로 뚝 떨어졌다.
질염 가운데 트리코모나스질염은 성병에 속한다. 이 질염에 걸린 여성의 약 60%는 세균성질염에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부부나 파트너 관계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토론과 논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 결과(Male Partner-Treatment to Prevent Recurrence of Bacterial Vaginosis)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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