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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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는 알크메네와 간통해 헤라클레스를 태어나게 했다.알크메네의 남편 암피트리온은 헤라클레스의 양아버지가 되었다. 헤라클레스는 열 두가지의 과업을 풀었다.30년 동안 청소하지 않아 지저분하기로 유명한 아우게이아스의 마구간을 단 하룻 만에 깨끗이 치웠다.지하세계의 수문장인 무서운 개 캐르베로스를 생포했다.또 머리가 숱하게 많이 달린 히드라를 처치했고,네메아 숲의 사자를 목졸라 죽였다.마지막으로 헤라클레스는 헤스페리데스의 딸들이 지키는 정원에서 황금사과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나자렛 예수의 어머니는 처녀였다. 그의 부친은 요셉이 아니라 신이다. 요셉은 이를 믿은 대가로 후세 사람들에 의해 거룩하다는 평을 들었다. 요셉의 운명은 그리스신화의 암피트리온과 비슷하다. 예수는 성전의 환전상들을 몰아낸다. 헤라클레스의 마구간 청소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예수는 앉은뱅이를 고치고, 죽은 라자로를 되살린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술이 떨어지자 즉각 공급한다. 폭풍을 잠재우고,미친 사람들의 몸 속에 맴돌던 귀신들을 쫓아내 돼지들의 몸 속으로 들어가게 한 뒤 일제히 자살하게 한다.물 위를 유유히 걷기도 한다. 예수는 “전쟁 대신에 사랑을 하라”고 설파한다.이는 후세 히피들의 삶의 모토가 된다.


예언자 나사렛 예수의 등장(기원전 7년에 출생,서기 30년 경 사망)은 이스라엘의 신과 국민의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그것은 신과의 관계를 사육제 축제처럼 만들었다. 축제는 항상 '뒤짚어짐'을 뜻한다. 거기에서는 바보가 왕이 되고, 왕이 격하된다. 그리스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신은 지극히 가난한 가정의 아이 모습으로 태어난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그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여관에 들어갈 돈조차 없어 사실상 노숙자로서 마구간의 소와 당나귀 사이에서 신은 태어난다.('Die Bildung 교양'에서 발췌 및 재구성, 디트리히 슈바니츠 저)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바짝 다가왔다.

연말에 할 일이 태산 같아,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메리 크리스마스'와 '미리 크리스마스'.

조어(造語)가 애교스럽고 그럴 듯하다.

지방 근무를 하던 2년 동안,11월 중순만 되면 큰 플라스틱 통에 소나무를 심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객지의 외로움을 달랬던 일이 기억난다. 쓸쓸한 연말을 훈훈하게 만들고자 애썼으나,뻥 뚫린 가슴엔 찬바람만 가득찼다. 크리스마스는 가진 게 없는 사람들도 왕이 되는 축제의 날이다.'미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만든 분도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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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