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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 시장을 찾아 나서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로마에 도착한 셋 째 날, 새벽 5시 30분쯤 새벽 장을 보러 갔다. 그 전 날 새벽에 혼자 산책을 나갔다가 만난 청과물 시장을 옆지기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시설이 형편없는 로마의 우니베르소 호텔에선 커피 포트도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니글니글한 속을 달래려고 한국에서 챙겨간 컵라면을 화장실의 뜨거운 물을 받아 끓여야 했다. 외국인들에게도 최근 인기를 끈다는 라면을 익힌 듯 만 듯 조리해 먹었다.  "집 떠나면 모두 고생"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라면을 제대로 끓여 먹는 데 실패한 우리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찾아 잠끝을 줄여야 했다. 

새벽 도깨비시장은 우니베르소 호텔 뒤편 골목에 섰다. 트럭으로 나른 청과물을 가판대에 뿌려놓는 장삿꾼들의 손이 잽싸다. 바나나,오렌지,밀감,서양 배,딸기 등의 가격표를 눈여겨 봤다. 낮에 가판대에서 만난 과일.채소 값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쳤다. 

호텔,주점,식당 등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만 즐비하게 늘어선 거리에서 도깨비 시장이 얼마나 재미를 볼까 의아해 했는데, 가격을 보니 의문이 풀렸다. 이들 청과물은 거의 대부분 호텔에서 사들이는 것 같았다. 주변에 일반 가정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두새벽에 우리 같은 관광객이 추위를 무릅쓰고 도깨비시장을 나서는 일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 가게 종업원도 한국 사람에게 나름대로 호감을 드러냈다. 월드컵 때 우리나라가 이탈리아에 이긴 덕분인지도 모른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종업원은 "맛 있어' 등 몇 마디 한국어를 구사하며 조금이라도 더 팔려고 애쓴다. 

1996~1997년 영국에서 공부할 때의 경험 덕택에 서양 배는 더럽게 맛이 없는 걸 잘 안다. 또 사과는 붉은 색이 감돌면 푸석푸석하고 당도가 매우 낮다. 오렌지의 경우엔 알맹이를 봐야 알 수 있다. 이 역시 붉은 색이 감돌면 시고 맛이 없는 편이다. 딸기도 단맛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포도는 한국과 비슷하게 알이 굵고 붉은 색을 띄면 맛이 덜하다. 토마토,방울토마토는 오케이. 바나나는 만국 공통. 

같은 도깨비 시장 공간에서도 부지런한 사람과 덜 부지런한 사람의 가게가 눈에 띈다.학교나 회사에 지각하는 사람이 꼭 지각하듯, 가게들이 이틀째 좌판을 까는 데도 비슷한 시차가 보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는 속담은 도깨비 시장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 

 채소 가운데 신토불이 청과물과 사뭇 다른 것 가운데 하나가 가지다. 좌판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가지는 서양의 중장년 여자들처럼 뚱뚱하기 짝이 없다. 옆지기는 작은 양배추를 맛보고 싶어했으나, 고추장이 없어 포기했다. 어쨌든 경험칙에 따라 과일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사과 맛 오케이. 딸기 맛 예상대로. 오렌지는 껍질을 벗겨보니 과육이 붉어 신맛이 강했다. 역시 경험은 중요하다. 세상사가 그렇고, 매사가 그렇다. 로마 자유여행이 힘든 것도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선험적 지혜도 필요하지만,경험적 지혜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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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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