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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 분수를 찾아 동전 한 개 던지려고 온갖 고생을 다했다. 가이드 없이 찾아다니는 자유여행을 한 탓이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피로감이 부쩍 부쩍 쌓였다. 당초 이탈리아 여행을 배낭여행 수준으로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컸다. 
 
젊은 나이도 아닌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만류하는 분위기 일색이었다. 하지만 비용 문제도 고려했고,무엇보다도 두 번 다시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자유여행'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오후 늦게 로마에 도착해 우니베르소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사실상 첫 로마 관광은 가이드 투어를 했다.하지만 이후엔 모두 옆지기와 내가 물어물어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호텔에서 지도를 보고 여행계획을 세웠다. 
 
로마 지하철 테르미니 역에서 세 번째인 스파냐(Spagna)역에서 내려 스페인 광장(Plazza di Spagna) 앞의 명품 숍들을 둘러보고 아우구스투스 황제 묘를 본 뒤, 트레비 분수-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기둥-판테온-베네치아 광장-캄피돌리오 광장-진실의 입 광장-포로 로마노-콜롯세움을 구경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오후 7~8시에 콜롯세움의 모습이 가장 예쁘다는 말을 듣고 짠 관광계획이었다. 콜롯세움을 본 뒤 바로 옆에 있는 콜로세오(Colosseo) 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세 정거장 째가 테르미니 역이다. 
 
이 역에서 숙소인 우니베르소 호텔까지는 걸어서 2분이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엄청 헤매는 바람에 코스가 많이 헝클어졌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 앞이다. 이 사진의 왼쪽 일대엔 구찌 등 각종 명품의 거리가 즐비하다. 여자들이 눈 쇼핑(eye shopping)을 하기에 딱 좋다. '지름신의 강림'에 맞서야 함은 물론이다. 
 
스페인광장에 있는 계단이다. 계단 위로 트리니타 델 몬티 교회가 보인다. 스페인광장 앞의 명품거리에서 이곳저곳 많이 들러 구경했다.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아이쇼핑이고,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아이쇼핑이다. 다행히 몇 달 전부터 스타일에 대해 관심을 가진 터라 함께 아이쇼핑을 하는 게 전혀 괴롭지 않았다. 
 
밟히는 게 명품 숍이다. 스페인광장에 도착했을 땐 너무 이른 아침이라 숍들이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묘를 둘러본 뒤 다시 와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지도를 보고 묘를 향해 떠났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 와 있었다. 이탈리아 여행 가이드북의 부록인 로마 지도의 축약이 몇 분의 1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도가 매우 정교하게 그려져 있으니 이 점에 주의해야 겠다. 하지만 지도 읽는 감각이 무딘 탓에 여행이 끝날 때까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아우구스트 황제의 묘를 찾아 걷는다는 게 엉뚱한 유물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현장을 확인해보니 스페인광장에서 서쪽으로 가야 하는데, 북서쪽으로 한참 와 있다. 포폴로 광장에 발을 딛고 서 있다. 
이왕 온 김에 기념사진을 찍고 다리를 쉬게 했다. 탑 등 조형물엔 라틴어로 쓰여 있어 정확히 의미를 파악하는 건  무리다. 독법을 잠깐 배우긴 했으나, 로마에 대한 짧은 지식으로는 제대로 풀이하기가 어렵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지도를 보고 다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묘를 찾아 떠났다.  
 
가까스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묘에 도착했다. 이곳에선 관광객을 볼 수가 없었다. 너무 이른 시각이거나 로마 관광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게 분명하다.  이곳이 종점인 버스가 있는데도 한산하다. 
 
이 황제의 묘는 참 쓸쓸하다. 관리소도 없다. 역사 속의 그를 떠올리며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 계획을 바꿨다. 스페인광장 앞으로 돌아가 명품 아이쇼핑을 한 뒤 판테온에 들렀다가 트레비 분수로 가기로 했다. 아이쇼핑을 한 뒤 판테온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한참 걷다보니 또 엉뚱한 곳에 와 있다. 확인해 보니 테베레 강 옆이다. 이것 참! 하는 수 없다. 이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강 근처 길가에 있는 타베르나 리페타 리스토란테(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메뉴를 달라고 해보다가 웨이트리스에게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파스타와 닭고기 요리 각 한 종류와 전채 요리, 그리고 이탈리아 맥주를 추천받았다. 파스타는 면이 넓적한 것이다. 
 
그럭저럭 입맛에 맞다. 전채 요리는 맛있다. 닭고기 요리는 맛이 약간 독특하다. 하지만 도전했으니 심리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비르(맥주)는 뭐,아무런 문제가 없다.  49유로나 썼다. 
로톤다 광장이다. 이 광장 옆에 웅장한 고대 신전인 판테온이 자리잡고 있다.  광장 옆에는 레스토랑과 술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관람객들도 상당히 많다. 광장의 오벨리스크 옆에 앉아 발품을 쉬게 한 뒤 기념 사진 찰칵! 
 
판테온은 공사 중이다.(공사 중인 사진의 행방이 묘연하다.뭔가 오류가 있었던 모양이다.)  판테온 전면의 오른쪽 출구를 통해 들어 갔다. 판테온은 '모든 신들의 성전(聖殿)'이르는 뜻이라고 한다. 판테온은 고대 건축물이니 2000년도 더 된 세계적인 유물이다.  판테온은 이후 교회로 바뀌었다고 한다. 내부엔 기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르젠티나(아르헨티나) 광장에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 기념관으로 가는 사이에 있는 로마 유물 발굴 현장이다. 이 근처 여러 곳에서 이런 현장을 발견했다. 로마 사람들은 건축을 하다 유물이 발견되면 재산 상의 피해를 보기 때문에 유물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주 같은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발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유물이 발굴되는 걸 당연히 싫어한다.  
 
판테온에서 트레비분수 쪽으로 가야 하는데, 로마박물관과 아르젠티나 광장 일대를 빙빙 돌면서 다리를 힘들게 했다. 특히 아르젠티나 광장을 네 차례나 밟는 시행착오를 저질렀다. 우! 힘들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과 소통이 힘들다. 하는 수 없이 아르젠티나 광장 옆 커피숍에서 쉬면서 이탈리아어로 길을 묻는 표현을 적어 묻기로 했다. 
 
행인이 가르쳐준 방향으로 왔는데, 또 엉뚱하게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 기념관에 이르렀다. 이 기념관은 이탈리아의 현충원에 해당한다. 뜻밖에 마주친 곳이나 나름대로 의미를 두기로 했다. 이탈리아 통일을 이룬 초대 국왕을 기념하는 곳이며, 무명용사의 묘,위령비가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또 하나의 큰 착오가 발견됐다. 
 
아르젠티나 광장 옆 커피숍에 이탈리아 관광 가이드 책을 놓고 왔음을 알게 됐다. 몸과 마음은 피곤하고 화가 치밀었으나 꾹 참았다. 무척 미안해 하는 마누하님에게 괜찮으니 다시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책을 찾은 뒤 다시 트레비 분수를 찾아 떠났다. 수 차례 묻고,수 차례 지도를 확인하고, 길을 오르고 내려가고 한 끝에 드디어 트레비 분수를 찾았다. '고생 끝에 낙'인가. "아이쿠 다리야!" 
트레비 분수다. 분수 바닥엔 뜻밖에 동전이 썩 많지 않았다. 시 당국이 최근 건져냈을까?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지 않으면 두 번 다시 이탈리아에 올 일이 생기기 않는다는 속설을 거스리지 않기 위해 분수에 동전을 힘껏 던졌다. 
 
이곳에도 젊은 한국 관광객이 적지 않다. 교교생 또는 대학 새내기로 보이는 여학생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여학생은 "두 분이 참 잘 어울려요."라고 덕담을 해줬다. 
발품을 참 많이 팔고, 묻기도 참 많이 해서 트레비 분수에 왔으니 달콤한 맛을 봐야 겠다. 인근의 젤라토(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개 당 3유로나 주고 사서 먹었다. 시원하고 달콤하다. 마누하님이 이탈리아에서 가장 필이 꽂힌 것 가운데 하나가 젤라토다. 
 
트레비 분수에서 길을 물어 바르베리니 역까지 오는 도중에 그림도 하나 샀다. 길거리 화가가 그린 그림인데, 무척 섬세하게 그려놓아 놀랐다. 바르베리니 역을 확인한 뒤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약국을 발견, 일본제 파스(살렘 파스)를 2만 원 넘는 돈을 주고 샀다. 너무 비싸지만 발바닥과 무릎 보호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호텔로 돌아와 씻은 뒤 잠을 청하고 싶을 정도로 피로했지만, 콜롯세움 관광을 강행했다. 방글라데시 등 후진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잡상인들이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바람에 화가 났다. 하루 종일 걷고, 묻고,헤맨 탓에 신경이 날카로워 졌다. 
 
그 옛날 네로 황제 등의 유희를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콜롯세움엔 부서진 곳이 많아 걱정이 됐다. 고건축 복원 기술자들의 섬세한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밤이라 지나는 행인이 혹 강도로 돌변하지 않을까 불안했다. 로마 둘쨋 날 혼자 밤에 거리에 나갔다가 준(準)강도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눈이 불량하게 생긴 로마인 두 명이 다가와 "당신 영어 할 줄아느냐"고 묻더니 "폴리스!"라고 외치면서 가짜 신분증을 꺼냈다. 순간 "노! 탱큐"라고 크게 외쳤다. 인근의 레스토랑에서 나오던 젊은이들이 관심을 기울여 줬다. 순간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숙소 우니베르소 호텔로 부리나케 돌아왔다. 어느 나라, 어느 거리에도 소매치기나 사기꾼 또는 강도가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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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