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3.26 엄친아 분신자살 기도
  2. 2010.07.14 세월은 여시,여시 같은 세월
이모저모/이슈_생활2011. 3. 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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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고교 2학년 성적이 1등이라는 한 '엄친아'의 분신자살 기도 소식이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부모님의 희생적인 사랑에 이렇다할 보답을 못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를 꼽고 있다. 

SBS는 25일 방영된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프로그램에서 이 이야기를 다뤘다. 길거리에서 분신 자살을 시도한 고교생은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이 엄친아의 장래 희망은 교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학생은 평소 자살을 하리라고 생상할 수 없는 모범생이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다만 보름 전 부모에게 "기숙사에서 나오고 싶다"는 말을 했을 뿐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친구들을 찾아 물었다. 그 결과 자살을 시도한 이유로 두 가지를 추정했다. 

즉 학생이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에 대해 제대로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 그리고 온갖 노력에도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데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교생들이 얼마나 학업 성적에 큰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주변에는 공부를 매우 잘하는데도, 입시 걱정이 상상을 초월하는 학생들과 부모들이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 또는 연고대 상위권 학과 등 일류대 입시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 및 부모들에게 삶에 대해 뭔가 안내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경우도 없지 않다. 

한 세대 이상을 앞서 산 경험으로 보건대, 대학 학과 선택이라는 것 그리고 직업 선택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물론 'All or Nothing'도 아니다.  그저 한 세상 살다가는 것일 따름이다. 시골에서 태어나 어려운 세파를 뚫고 살아온 한 인생 선배의 시각이다.  

그렇다고 아둥바둥 코피 흘리고, 잠 못자고,가족 등 인간관계를 내팽개치고 산다고 행복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청년들이 그런 걸 알자면, 앞으로 한참 더 살아야 한다. 그런데 엄친아 분신자살 시도와 같은 케이스를 만나면 가슴이 꽉 막힌다. 이런 점에서 중장년층이 학생들에게 적절한 '인생 가이드'를 해주는 공공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이 세상은 엄친아의 세계도, 엄친딸의 세계도 아니다. 모두 얽혀 이렇게 저렇게 살다 가는 인생일 뿐이다. 굶주리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태어나지 않은 우리는 그래도 행복하다. 적어도 밥 세 끼는 먹을 수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음을 감사 드려야할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생각해 보고, 요즘 TV에 고인으로 자주 나오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도 떠올려 보자. 가수 고 김현식도 생각해 보고, 아픔만 겪다 홀연히 떠난 고 장자연에게도 관심을 가져보자.


어두운 측면만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삶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져보는 게 좋다. 가진 게 좀 부족하면 어떠랴. 사랑하는 사람들, 아끼는 사람들, 인연이 깊은 사람들과 더불어 따뜻하게 살아가는 게 진짜 아름답고 보람찬 삶이다. 분신자살을 시도한 엄친아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  


청소년들이 갖은 유혹에 무릎을 꿇고, 잠을 조절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비행을 일삼으면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원인을 지극히 단순화하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심플하다. 더도 덜도 아니다. 

대학시절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고교 시절까지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기대한 만큼 학업성취도를 올리지 못하는 것은 그 근본적인 이유야 어떻든 '자신과의 싸움'에서 상대적으로 패배하기 때문이다. 

추스를 수 없는 성적 충동으로 자위를 밥먹듯 해 집중력이 뚝 떨어지든, 컴퓨터 게임에 중독돼 밥과 잠을 거르고 빠져들든, 공연히 거리를 싸돌아다니며 하릴없이 시간을 낭비하든, 숲이나 건물의 어두컴컴한 지하실이나 다리 밑에서 담배를 피고 본드를 마시든, 그건 생존경쟁(Kampf ums Dasein)이 아니다. 사회에서,일터에서 다른 경쟁자와 치열하게 한 판 치르다 꼬꾸라진 게 아니다. 그건 다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을 따름이다. 





중국 핏줄을 이어받아, 미국 예일대 교수 로스쿨 교수로 있다는 에미이 추아의 이야기가 한 신문에 보도됐다. 최근 '타이거 마더(원제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라는 자녀 양육 관련서를 펴냈다는 잘난 여자와의 인터뷰 기사다. 그녀의 두 딸은 모두 '엄친딸'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글쓴이의 불친절 탓에 18세, 15세 딸이 얼마나 뛰어나게 자란지 잘 모르겠다. 다니는 학교가 대학교인지,아니면 명문 사립고인지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티클을 훑어보니 아마도 우리 식으로 따져 고3, 중3 쯤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 중 한 엄친딸은 A학점만 받고 수학 실력이 동급생보다 2년 앞서 있고, 그 유명한 카네기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 한 엄친딸은 피아노.바이올린 연주에 능하고 영어.중국어에 능통하다고 한다. 

이 잘난 여자는 호랑이 엄마를 자처하면서 "애들은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혹독하게 공부시켰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두 딸이 모두 아직 대학생도 아니라는 점이다. 인생의 큰 관문인 대학조차 가지 않은 미성년자들에게 '엄친딸'이라는 영광의 월계관을 씌워주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다.  취재기자야 나름대로 뜻이 있다고 판단해 인터뷰를 했을 터이지만, 이 잘난 여자의 행위 자체가 못마땅하다. 아직 껍질도 벗지 못한 자식들을 책 속에 감금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특히 15세에 불과한 둘째 딸의 경우, 아직도 변수가 너무 많다. "물컵까지 던진" 둘째딸은 교육 진행형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비뚤어질 수도 있다. 윽박지르는 호랑이 엄마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끝내 엉뚱한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 우리 주변의 아이들을 보면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입시지옥인 대한민국에선 지금 청소년의 3명 중 한 명꼴이 우울증에 시달린 적이 있고, 자살충동을 겪은 청소년도 4명 중 한 명 꼴이나 된다. 부모가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우리 청소년들은 충분히 힘들다. 좋은 길로 가도록 안내하는 게 부모의 역할임은 자명하나, 부모의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게 자식들이다. 

지난해 한 명문대 경영학과 여학생은 취업 준비장이 된 대학 교육시스템 등을 강력히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했다. 예일대 교수의 딸들은 아직 알에서 깼다고도 볼 수 없는 '핏덩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스파르타식 교육 방식이 대성공을 거둔 것처럼 책이나 쓰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 여자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평소 아이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에그 스크램블이라도 하나 더 만들어 주는 게 바람직하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문대학 로스쿨 교수로서 훌륭한 논문이나 쓰면 될 일이지, 가당치도 않은 육아 경험서를 낸 사실 자체가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습관을 몸에 익힐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숱한 나날을 살아가면서 이 싸움에서 이겨야 다른 경쟁자들과의 싸움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아이들이 외부 충격에 반응해 마지못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 결과, 비교적 좋은 성적을 올리더라도 이는 썩 바람직하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잘 버틸 수 있는 끈기를 가져야 인생을 순항할 수 있다. 예일대 교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부모들은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공부 강박증에 걸린 숱한 청소년들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정신과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을. 


기사 내용 보기(미디어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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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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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여시(如矢). 정말이지 쏜살 같다. 나이 탓인가. 종전엔 여간해선 못느꼈던 걸 요즘엔 느낀다. 시시때때로 목이 마르다. 마시고,또 마셔도 갈증은 나를 풀어주지 않는다. 고독을 씹는다더니,반대로 고독이 나를 씹는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나 보다. 최근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지난 13일 대학의 홈커밍 행사가 열렸다. 가끔씩 모임에서 보는 얼굴이 대부분이지만, 그 날 학과 동기들의 모습은 웬지 달라보였다. 나이테를 공식확인한 자리였기 때문인 것 같다. 모두들 중얼거렸을 게다. "많이 늙었구나." 


그 시절,대강당에서 진행되는 채플 시간에 우린 '가짜(家字) 대학생'들과 함께 기도를 올렸다. 우린  '연세/상(商)'자를 새긴 배지를 달았고,그녀들은 '연세/가(家)'자  배지를 달고 다녔다. 당시의 가정대학은 요즘 생활과학대학으로 바뀌었다. 상경대학과 가정대학은 같은 시간에 예배를 드렸다.  참 다행이었다. 함께 입학했던 중국 화교 여학생은 1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바람에 입학정원이 160명에 달하던 우리 경영학과엔 여자의 씨가 말랐다.  입가에 작은 점이 있던 그녀는 예뻤다.  출결 점검이 매우 엄격해 '연세 고등학교'라고 일컫던 경영학과 커리큘럼을 따라가지 못했을까. 특례입학했던 그녀는 돌연 자퇴를 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린, 대학당국이 여학생만 있는 가정대학을 상경대학과 묶어준 걸 감사하게 생각하곤 했다.
  
"문과대학에는 여학생들이 많았었지. 그런데, 자칫 잘못 했다간 맞아죽을까봐 접근하지 못했었지."  대학 배지가 새겨진 베레모를 받아 쓴 동기들의 이런저런 회상이 이어진다. 

"교양학부 식당은 좀 비쌌지. 음식은 고급스러웠지만 말이야."
"상경대학 건물은 교육과학대학 건물로 바뀌었대. "
"경영학과가 경영대학으로 독립하려고 했을 때, 경제학과와 응용통계학과의 반대가 무척 심했대. 돈 되는 학과가  빠져나가려고 하니 그럴수밖에 없지."
"결국 독립한 경영대학은 문과대학 뒷쪽에 자리잡았다는데..." 

단과대학 기(旗)를 든 학군단 소속 학생들의 뒤를 따라 우린 행진했다. 강당에서 백양로로,언더우드 동상이 있는 문과대학 앞뜰로... 그러나 축제 기간 중에 있는 후배들은 우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치 우리가 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어느덧 행진대열은 백주년기념관에 도착해 있었다. 우린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앗, 그 때였다. 낮익은 여자 몇 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난 잠시 심호흡을 한 뒤 그녀를 불렀다.
"xxx씨!"

그녀는 나를 단박에 알아보지는 못했다. 명찰을 본 뒤 기억을 더듬으면서 그녀는 손을 내밀어 악수에 응했다. 하지만 옛날과 달리 활달했다. 그래,나이가 몇 살인데...

가정대학 출신의 그녀는 같은 동아리(클럽)에서 활동했던 내 동기들을 많이 알고 있는 듯했다. 계를 묻어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 동기에게 물었다. 그녀는 졸업 후 외국계 은행에서 일했고, 그 때 거래 관계로 알고 지낸 사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명단을 찾아보니,서초동에서 살고 있었다. 직위란은 비어있지만,직장이 명기된 걸로 보아 그녀는 아직도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동기들과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 우선,남학생이 전무한 가정대학 학생들이 상경대학 학생들과 미팅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  대학 시절에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는 오대산 등산의 파트너였고, 여러 모로 친했던 동기(사업가)와 나의 첫 미팅 파트너가 동일 인물이었다!

"그러니까,우리 둘 다 그녀에게 결국 차인 셈인가?"
우린 키득대며 웃었다. 그녀는 지방대학의 교수다.

스스로 당긴 운명의 화살에 따라 난 삶을 꾸려 왔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쏜살에 얹혀 살아온 인생!  하지만 날아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신 없다. 마누하님과 나에겐,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하는 순간이 있다. 좀 쑥스럽지만  그건 TV 시청 시간이다. KBS1의 대하 드라마 '서울 1945' 를 매주말 함께 즐긴다. 오래 전 소설 '태백산맥' 매 권을 가슴 졸이며 함께 즐겼던 것처럼. 끝날 때마다 아쉬워 한 마디 한다. 

"에이~ 짜식들 좀 길게 하지." 
그럴 때마다 마누하님의 말씀은 한결 같다. "여보, 일 주일 금~방 간다!"
정말이다. 금방 간다. 아찔하다. 아무래도 올해는 이 드라마와 함께 세월 가는 걸 체감하고 살 팔자인가 보다. 세월은 여시(如矢)다. 여시(여우) 같은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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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