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1.25 (2)로마의 도깨비시장과 라면
  2. 2011.01.25 (1)로마 자유여행_공항에서 로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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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 시장을 찾아 나서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로마에 도착한 셋 째 날, 새벽 5시 30분쯤 새벽 장을 보러 갔다. 그 전 날 새벽에 혼자 산책을 나갔다가 만난 청과물 시장을 옆지기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시설이 형편없는 로마의 우니베르소 호텔에선 커피 포트도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니글니글한 속을 달래려고 한국에서 챙겨간 컵라면을 화장실의 뜨거운 물을 받아 끓여야 했다. 외국인들에게도 최근 인기를 끈다는 라면을 익힌 듯 만 듯 조리해 먹었다.  "집 떠나면 모두 고생"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라면을 제대로 끓여 먹는 데 실패한 우리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찾아 잠끝을 줄여야 했다. 

새벽 도깨비시장은 우니베르소 호텔 뒤편 골목에 섰다. 트럭으로 나른 청과물을 가판대에 뿌려놓는 장삿꾼들의 손이 잽싸다. 바나나,오렌지,밀감,서양 배,딸기 등의 가격표를 눈여겨 봤다. 낮에 가판대에서 만난 과일.채소 값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쳤다. 

호텔,주점,식당 등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만 즐비하게 늘어선 거리에서 도깨비 시장이 얼마나 재미를 볼까 의아해 했는데, 가격을 보니 의문이 풀렸다. 이들 청과물은 거의 대부분 호텔에서 사들이는 것 같았다. 주변에 일반 가정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두새벽에 우리 같은 관광객이 추위를 무릅쓰고 도깨비시장을 나서는 일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 가게 종업원도 한국 사람에게 나름대로 호감을 드러냈다. 월드컵 때 우리나라가 이탈리아에 이긴 덕분인지도 모른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종업원은 "맛 있어' 등 몇 마디 한국어를 구사하며 조금이라도 더 팔려고 애쓴다. 

1996~1997년 영국에서 공부할 때의 경험 덕택에 서양 배는 더럽게 맛이 없는 걸 잘 안다. 또 사과는 붉은 색이 감돌면 푸석푸석하고 당도가 매우 낮다. 오렌지의 경우엔 알맹이를 봐야 알 수 있다. 이 역시 붉은 색이 감돌면 시고 맛이 없는 편이다. 딸기도 단맛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포도는 한국과 비슷하게 알이 굵고 붉은 색을 띄면 맛이 덜하다. 토마토,방울토마토는 오케이. 바나나는 만국 공통. 

같은 도깨비 시장 공간에서도 부지런한 사람과 덜 부지런한 사람의 가게가 눈에 띈다.학교나 회사에 지각하는 사람이 꼭 지각하듯, 가게들이 이틀째 좌판을 까는 데도 비슷한 시차가 보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는 속담은 도깨비 시장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 

 채소 가운데 신토불이 청과물과 사뭇 다른 것 가운데 하나가 가지다. 좌판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가지는 서양의 중장년 여자들처럼 뚱뚱하기 짝이 없다. 옆지기는 작은 양배추를 맛보고 싶어했으나, 고추장이 없어 포기했다. 어쨌든 경험칙에 따라 과일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사과 맛 오케이. 딸기 맛 예상대로. 오렌지는 껍질을 벗겨보니 과육이 붉어 신맛이 강했다. 역시 경험은 중요하다. 세상사가 그렇고, 매사가 그렇다. 로마 자유여행이 힘든 것도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선험적 지혜도 필요하지만,경험적 지혜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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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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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자유여행은 일종의 모험이다. 모든 걸 부닥치며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더욱이 소매치기가 득실거린다는 '미확인 소문'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렸다. 
 
경제발전이 되기 전엔 내국인,외국인 가릴 것 없이 호주머니와 지갑,가방을 털었다. 좀 잘 살게 된 뒤엔 주로 외국인을 겨냥했다. 로마도 사람 사는 곳인데 소매치기가 없을 리 없다. 주로 우리 같은 어벙벙한 외국인을 노릴 게 틀림없다. 바가지를 씌우는 로마의 사악한 택시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무성하다.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다.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해 파리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다.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 터미널 2E에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터미널 2F로 옮겨가 환승했다. 로마의 관문이라는 피우미치노 공항(일명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여기까진 식은 죽 먹기다. 또  "공항에서까지 소매치기들이 판 칠 리 없다"는 생각에 느긋한 기분이었다.   
 
 
공항에서 나오면 긴장의 도를 부쩍 높여야 한다. 당장 실수없이 로마로 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 'Just go'엔 공항에서 로마까지 보통열차(FS-Train),심야버스,택시를 타고 갈 수도 있다고 돼있다. 
 
하지만 예약된 호텔이 테르미니 역(Stazione Centrale di Termini,테르미니 중앙역) 근처라면 굳이 다른 교통수단에 눈길을 돌릴 필요없다. 아마도 한국 여행사가 테르미니 역 근처에 숙소를 잡아줄 확률은 매우 높다. 공항에서 특급열차인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타면 된다. 
 
공항에서 짐을 끌고 기차 표시를 따라 가면 열차역이 나온다. 승차권은 자동 발매기를 이용해도 되나, 익숙하지 않으므로 곧장 개찰구 바로 앞에 있는 예약창구로 가서 손가락 두 개를 펴고 "테르미니 투(two)!"라고 외치며 돈을 냈다. 가이드북엔 편도 요금이 1인당 11유로로 나오나, 2011년 1월부터 14유로로 올랐다.(시공사는 가능한 한 빨리 정보를 업데이트 하길!) 
 
티켓을 받아들고 역무원이 가르쳐준 탑승구로 갔다. 여기서 주의 사항 하나! 탑승구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검표 기계가 있다. 티켓을 구멍에 넣으면 '찰칵' 소리와 함께 티켓에 구멍이 뚫리면서 확인된다.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는 30분마다 있다. 테르미니 역까지는 약 30분 걸린다. 
 
드디어 로마 최대의 중앙역인 테르미니 역에 도착했다. 과연 소매치기나 거지(홈리스)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바가지를 씌울 것으로 보이는 택시기사들도 이곳저곳에서 호객한다. "No,thankyou!"를 짧고 힘차게 외치고 역 밖으로 나온다. 
 
아예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줄 여유도 없다. 지갑과 가방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다행히 우니베르소(universo)호텔은 지도만 보고 찾기가 쉬웠다. 무릇 여행사는 이런 호텔을 잡아줘야 한다. 걸어서 줄잡아 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니베르소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했다. 객실에 들어가 보니 별 4개 짜리 호텔치곤 너무 초라하다. 동행자의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마치 "내 인생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좀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유여행자를 위한 여행사의 조치인데. 방도 너무 작고 시설도 형편없다. 기억의 힘에 기대자면 외국에 나와서 이런 호텔에서 묵은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짜증이 솟았지만,마누하님을 더 불쾌하게 할까봐 꾹 참는다. 
짐을 방에 집어던지고 샤워부터 했다. 비행기 이코노미 석을 타고 먼 길을 날아왔더니 피곤하다. 비행기 안에서도 마누하님과 함께 "앞으로 더 나이가 들어 장거리여행을 할 땐 최소한 비즈니스 클라스를 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제를 놓고 한참 동안 이야기했다. 또 "유럽 등 외국여행은 심신이 건강한 중장년에 다 끝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의 일치를 봤다. 
 
호텔 주변의 지형지물도 살필 겸 저녁식사도 할 겸 밖으로 나갔다.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리스토란테,ristorante)이 없다. 아메리칸식 식사를 하자고 했더니 옆지기가 기꺼이 응하지 않는다. 한참 걷다가 터키의 케밥 집을 만났다. "외국에 왔으니 색다른 음식에 도전해 보자"는 내 제안이 받아들여져 케밥 리스토란테에 들어갔다. 
 
한 외국인이 돌연 한국말로 "서울,한국(에서 왔느냐)?"라고 묻는다. 어쨌든 반갑다.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대충 의사소통이 된다. 케밥 리스토란테 주방장은 경기도 일원에서 산업연수생으로 몇 달 지낸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 말은 거의 초보수준이다. 그래도 아줌마,아저씨,맛있다 등 몇 마디는 할 줄 안다. 
 
반가운 마음에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종류의 케밥을 시켰다. 양이 엄청 많아 절반도 채 먹지 못했다. "돈 많이 벌어 부자 되라"는 덕담을 건네고 호텔로 돌아왔다. 내심 "저 방글라데시인이 한국에서 악덕 기업주를 만나 구박이나 폭행, 또는 임금체불 등을 당하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잠시 머무른 나라라고 우리를 반겨주었을 뿐이다. 
 
호텔 가이드 팸플릿에 보니 "인터넷은 무료"라고 돼 있었다. 안내데스크에 가서 와이파이 비밀번호(access code)를 물었더니 작은 서류를 프린트아웃해 건네준다. 곧장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세팅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시도했다. 그런데 여기서 2박 3일을 보낸 뒤 체크아웃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인터넷요금을 20유로나 내라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항의했더니 " 당신은 스스로 선택해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사용했기 때문에 유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호텔 비즈니스센터 옆에 있는 컴퓨터에서 잠깐 검색하는 것만 무료이고, 호텔 객실에서 내 마음대로 인터넷을 하는 것은 유료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 1만원 정도를 내고 인터넷을 한 셈이다. 
 
기분이 매우 상했다. 가이드북을 보면서 내일의 일정을 의논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시차로 고생하기는커녕 코를 드르릉드르릉 골면서 잠만 잘잤다. 자유여행이지만, 내일 하루는 가이드를 따라 바티칸시국을 관광할 예정이다. (다음회에 계속) 
 
[이탈리아 여행 시리즈 예정]
* 바티칸시국은 미켈란젤로를 만나는 곳
* 트레비 분수를 찾아 엄청 헤매다
* 피렌체의 감동_호텔 그리고 두오모
* 베네치아 음식에서 '바다'를 맛보다
* 패션의 발상지 밀라노 다웠다
* 이탈리아의 으뜸 음식,으뜸 호텔
* 여행 가이드북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들
* 신들려 '작두 탄' 로마 자전거나라 가이드(김민주 대리) 
 
 
[로마에 관한 10가지 필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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