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명 수필/단상 회상2011. 7. 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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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방송국을 개설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와콤 뱀부)를 사서 연습하고, 삼성 캠코더로 촬영 및 편집하고, 성능이 많이 향상된 소니 디카를 일본 여행 귀국길에 장만하고, 외장하드 USB(500GB)를 사서 활용했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맥 미니PC 등 애플 시리즈를 완비했다. 

그런데 벌써 일부 도구의 사용법이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망각의 강을 건널 채비를 하나둘 해가는 걸까? 오늘 집에서 도구들과 가이드북 등을 챙겨 사무실로 나왔다. IT.모바일 장비 일제점검 및 보수의 날이 된 셈이다. 잘 쓰지않는 케이블은 스카치테이프로 묶어 한켠에 모아놓았다. 메모지와 함께.   

비가 장대처럼 쏟아져 집에 가지 못하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다. 빗줄기가 언제나 좀 가늘어질지 알 수 없다. 함께 있는 친구들이 모두 떠난 밤,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듣는 건 작은 행복이다. 세찬 빗줄기의 파편이 튀어 이따금씩 살갗으로 스며든다. 참 좋다. 

망각의 강 줄기를 따라가는 건 피할 수 없는 노정이지만, 아직은 조금씩 통제할 수 있어 다행이다. 통제력을 많이 잃게 되면 와콤 뱀부든 캠코더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무실 옆 입시학원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우렁차다. 빗소리를 뚫고 귓전을 때린다. 이제 슬슬 정리하고 가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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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