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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없이 앓는,
안동댐 민속촌의 헛 제사밥 같은,
그런 것들을 시랍시고 쓰지는 말자.

강 건너 臨淸閣 기왓곡에는
아직도 북만주의 삭풍이 불고,
한낮에도 무시로 서리가 내린다.

진실은 따뜻한 아랫목이 아니라
성에 낀 창가에나 얼비치는 것,
선열한 陸史의 겨울 무지개!

유유히 날던 鶴 같은 건 이제는 없다.
얼음 박힌 山川에 불을 지피며
오늘도 타는 저녁 노을 속,

깃털을 곤두세우고
찬바람 거스르는
솔개 한 마리.

시'솔개'전문 (김종길 시인)


요즘 솔개 예찬론이 뜨겁다.
온-오프가 따로 없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의 홈페이지에는,솔개의 진취적 기상을 들어 개혁세력의 비상을 촉구하는 외부 칼럼이 실려 있다. 황영기(黃永基) 우리은행장은  '생존을 위한 개혁'을 강조하면서 솔개가 생명을 연장하는 몸부림을 소개했다. 뿐만 아니다. 각종 포털사이트,언론사 사이트,각종 단체 심지어 교회 홈페이지에도 솔개 예찬 글이 속속 올라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오늘 자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 분수대 칼럼엔 경제부 이세정 차장이 쓴 '솔개'제하의 글이 실렸다.
이러니 솔개에 대해 모르다간 간첩으로 오인받거나 무식꾼이 될 판이다. 솔개 예찬의 요지는 이렇다.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조류다. 최고 약 70세의 수명을 누릴 수 있는데 이렇게 장수하려면 약 40세가 되었을 때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한다.  솔개는 약 40세가 되면 발톱이 노화해 사냥감을 효과적으로 잡아챌 수 없게 된다. 부리도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고, 깃털이 짙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매우 무겁게 된다. 따라서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나날이 힘들다.  이즈음이 되면 솔개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약 반년에 걸친 매우 고통스런 갱생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산 정상부근으로 높이 날아올라 곳에 둥지를 짓고 머물며 고통스런 수행을 시작한다.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는 것이다. 그런 후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약 반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된다.(매일경제 연재 <우화경영>, 정광호 세광테크놀러지 대표의 글)

솔개(소리개,수리개)는 영문명이 Black Kite이고,학명은  Milvus migrans lineatus (J.E. GRAY) 이다. 몸길이는 68.50cm, 깃은 어두운 갈색,부리는 검은 색, 다리는 녹색이다. 꼬리가 다른 수리에 비해 길고, 꼬리를 폈을 때 가운데가 안으로 들어간 게 특징이다. 겨울철새로 도시와 경작지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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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남쪽의 연도(소리도)의 등대>

살펴보건대 솔개에 얽힌 이야기가 적지 않다.  장자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제자들이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의 시신을 먹을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러자 장자는 "땅 위에 있으면 까마귀나 솔개의 밥이 되고, 땅 속에 있으면 땅강아지와 개미의 밥이 되거늘 어찌 한 쪽 것을 빼앗아 딴 쪽에 줘 한 쪽 편만 들려고 하느냐"며 나무랐다고 한다.
조선시대 성종은 장군 어유소에게 "날아가는 솔개를 쏴 맞히면 그 놈이 떨어진 곳까지 땅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장군 어유소가 쏜 화살에 맞은 솔개가 떨어진 곳이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이라고 한다.
용인시에는 솔개초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이 맹금류의 정신을 가르치기 위해 '솔개교육'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여수 남쪽에는 솔개가 날개를 편 모양의 연도(鳶島)가 있다. 주민들은 이 섬을 '소리도'라고 부른다. 이밖에도 전국 곳곳에 솔개와 관련된 지명이 적지 않다.
 솔개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의 꿈 그 자체이기도 하다. 시인 김종길처럼 솔개의 웅혼한 기상과 말없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가수 이태원은  '솔개'라는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 나르는 솔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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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성 감독의 '솔개,그 마지막 몸짓'에서>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다. 예부터 우리의 삶 곳곳에 투영된 솔개들이 사라졌다. 연포 해수욕장이 있는 자리는 물론,서울의 고궁 근처에 떼를 지어 살던 솔개들이 자취를 감췄다. 2004년 초에는 TV에서 환경스페셜 프로그램의 주제로 '한반도 마지막 솔개,최초공개!'를 다룰 정도가 됐다. 마지막 생존지가 낙동강 하구라는 것이었다. 또 환경영화제엔 '솔개,그 마지막 몸짓'이라는 작품(박환성 감독)이 출품돼 상을 받았다. 지금 우리 산하에서 과연 몇 마리의 솔개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이쯤되면 매우 착잡하다. 우리 스스로 환경을 파괴하는 바람에 그 놈들이 단말마 같은 비명을 지르며 죽어 가지 않았을까. 아예 이 땅을 떠나 서식지를 옮기지 않았을까. 생각은 '솔개 예찬론'에까지 이른다. 이솝우화에도 등장하는 이 용맹하고 진취적인 새가 우리 눈앞에 잘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솔개를 이렇게 예찬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정신을 상기할 수는 있겠지만,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기업이 과연 솔개를 배울 수 있을까. 기업은 두 발로 달리는 자전거와 같다는 말이 있다. 조금만 멈추어도 뒤뚱거리다 거꾸러지고 만다. 적자생존(the survival of the fittest)의 좋은 예가 될 수 없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괜히 트집을 잡는 것 같아 좀 미안하다. 하지만 차라리 '바퀴벌레'를 배우는 게 좋지 않을까? 
<<바퀴벌레의 비밀>>

Posted by 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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