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이 노래가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르겠다.
"원숭이 똥구멍은 빠~알개. 빨가면 사과,사과는 달다,달면 바나나,바나나는 길어,길면 기차,기차는 빨라,빠르면 비행기,비행기는 높아,높으면 태극기,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놀 곳과 놀거리가 마땅치 않던 어린 시절, 목청 높여 외치고 부르던 말잇기와 노래가 새삼 떠오른다. 눈 속에서 포즈를 취한 이 놈은 일본 마카쿠 원숭이(Japaness Macaque Monkey)다. 일명 '눈 원숭이'(Snow Monkey)다.
잔뜩 무뎌진 내 더듬이를 옛 추억에 들이댄 것은 유명한 일본 원숭이 '이모'에 관한 이야기를 '잠들기 전 10분이 나의 내일을 결정한다'(한근태 지음,랜덤하우스중앙,296쪽)에서 읽고 난 뒤다.
마카쿠족(族)에 속하는 이 똑똑한 원숭이가 등장하는 무대는 1953년 9월 일본의 섬 가고시마(鹿兒島)다. 이 놈은 원숭이의 생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고구마를 주자 가까운 개울가로 걸어가 물에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먹었다.
이런 행동은 그 무리에 널리 퍼지고 이내 관습으로 자리잡았다. 저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CEO를 위한 책 소개 프로그램에 내놓은 요약 글을 묶어 출간했다.모두 60권의 경영경제 관련서를 재치있게 요약한 것이다.
동물의 행동을 결정짓는 요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진(gene,생물학적 유전자)과 밈(meme,문화적 유전자)이 그것이다. 전자는 한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후자는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일 축하노래로 굳어진 '해피 버스데이 투유'가 밈의 대표주자라는 해석은 자못 흥미롭다. 원숭이의 빨간 항문과 생일케익의 빨간 촛불이 연상돼 입가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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