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 퇴직자들은 많은 인간 관계를 툭툭 털어내고 지낸다. 대부분의 경우 숙명이다. 그런 마당에 새로 온-오프라인 관계를 맺자는 요청이 들어온다고 해서, 호기심 같은 게 들 리 없다. 오히려 귀찮다. 별 것 아니지만, 페북에서도 그렇다. 새로운 페친 요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2. 반듯한 회사를 다니다가 퇴직하면 특히 인간 관계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영향력이 큰 조직의 퇴직자일수록 그 비율이 높다. 삭뚝 잘려나간 인간 관계는 대부분 회복할 수 없다. 그 관계라는 것이 다층적이긴 하나, 대체적으로 직장 생활을 중심으로 형성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Gesellschaft적 관계는 떨어져 나가는 게 순리다. 또한 Gemeinschaft적 관계도 전자와 밀접하게 얽힌 경우엔 멀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올해는 호랑이 해.

 

3. 그런 관계 단절 또는 상실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시킨다. (자녀 교육도 끝나지 않아) 퇴직자 본인의 호주머니 사정이 궁해 쩔쩔매다 보면, 술자리는커녕 경조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관계 단절의 심각성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퇴직 후 상당 기간에 걸쳐 친부모와 배우자 부모의 초상이나 자녀 결혼을 거치면서, 그 인간 관계는 앙상한 몰골을 드러낸다. 



4. 나의 경우, 어머니가 몇 년 전 요양병원에서 임종을 앞뒀을 때 걱정이 참 컸다. 너무 썰렁하게 어머니를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도 들고 잡념이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 직장 선후배 및 동료의 각별한 배려, 사랑 및 관심으로 장례식을 잘 치를 수 있었다.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등 미디어에 부고도 내고, 학교 동기회 카톡으로도 부음을 알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때, 내가 안고 가야 할 인간 관계는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적어도 오프라인 인간 관계는. 



5. 폐친 등 온라인 인간 관계는 그와는 딴판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만나지 않더라도, 온라인에서 온갖 느낌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난 관계의 확대에는 관심이 없다. 새로 페친 요청을 해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나, 난 아무런 감정도 없이 거절한다. 어차피 우린 한 배에 탈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오늘도 그랬다. 



6. 온라인 관계를 유지해오다 페친 자리가 생겨, 인기가 많은 분과 새로 페친이 되는 경우는 일부 있다. 내 요청에 의해서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노후엔 특히 온라인 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도 들쭉날쭉한 경제적 수입이 안정돼, 돈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관계를 다소 회복할 수 있길 기도한다.  

반응형
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