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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천변의 돌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없다.
돌다리를 밟는 이는 없지만, 상념은 돌다리를 건너 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속담에 필이 꽂힌다.
아는 곳도 물어서 가라는 말은 인생역정에서 꽤 중요하다. 하지만 살다보면 전혀 모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과 종종 마주치게 마련이다. 이럴 땐 때론 놀라고, 때론 망설임이 길어진다.
물을 건너는 일은 새 공간으로 나아가 접어드는 것이다. 만약 초행길인 하천을 건너 갈림길이 나왔다 치자. 그런데 그 두 길도 불행하게도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어떤 길을 택할까. 갈림길은 인생을 좌우한다. 숱한 갈림길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해 걸어온 게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갈림길과 인생에 대해 상념의 날개를 펴고 온갖 생각을 다 하고 있을 때였다. 일련의 등산객 차림의 중장년 8명이 다리 밑으로 모여 들었다. 그들은 원을 그리고 한참 동안 숙의하더니, 준비해온 우산을 쓰고 천변 길을 터벅터벅 걸어간다. 차림새나 등산 배낭의 크기로 보아 아마도 등산하러 나왔으나 비가 뜻밖에 많이 내리는 바람에 등산을 걷기로 수정한 듯하다.
실패한 등산객들은 아마도 며칠 전 산행을 결정했고, 어젯밤엔 일기예보에 신경을 곤두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뜻밖의 궂은 날씨 때문에 진로를 바꿨다. 의사결정이 필요한 갈림길에서 어제와는 다른 길을 다시 택한 셈이다.
갈림길의 선택이 곧 우리의 삶이다. 대학교를 비롯한 진학할 학교의 선택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다른 학교를 택했더라면 만나지 않았을 숱한 친구와 선생님, 그리고 주변인물들과 마주치게 된다. 한번 선택한 갈림길이 날줄.씨줄로 엮어지는 삶을 연출한다.
직장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현재의 직장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의 모든 빛깔과 모습이 영 딴판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내가 택한 첫 직장은 '신이 내린 직장'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뒤 '악마가 지배하는 직장'으로 뒤바뀔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여자의 팔자는 두레박 팔자'라는 말이 있지만,직장인도 선택에 따라 두레박 팔자가 되고도 남는다.
역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직장과 결혼이다. 만약 이 여자, 이 남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때깔조차 달라졌을 것이다. 아니다. 만나긴 했어도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운명이 바뀌었을 것이다. 모든 게 순간이다. 일단 결정하면 내 운명이 거기에 구속되고 좌우된다. 갈김길이 곧 운명의 순간이다. 만약 우리가 결정하는 그 자체도 모두 운명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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