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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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전 7시 자명종 시계 소리를 듣고 침대에서 눈을 떴다. 침대는 원래 중근동(中近東)에서 고안됐고 북유럽에서 개조됐다. 자명종은 미국인 허친스가  자명종과 시계를 결합해 발명(연대 불확실)했다고 한다. 국내에 기계 시계가 들어온 것은 1631년(인조 9년).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정두원(鄭斗源)이 자명종을 갖고 들어왔다.  당시의 자명종은 정해진 시각에 종이 울리는 원시적 형태였다. 태엽식 벽걸이 시계나 자명종 시계 같은 것이 국내에 전래된 것은 19세기 후반.
 이불은 인도산 면화,중근동산(産) 리넨이나 양모,그리고 중국산 명주로 만들어졌다.  이불 재료는 중근동에서 발명된 제조법으로 실을 뽑고 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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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출처:바로크  갤러리>

그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유리컵에 물을 가득 부어 꿀꺽꿀꺽 마신 뒤 종합 일간지와 영자신문을 들고 화장실로 간다.  유리는  페니키아의 한 상인이 개발했다는 설이 있으나, 기원전 2000년쯤 투명 유리가 제조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세까지 유리는 귀족들 차지였으며, 산업혁명 이후에야 일반 서민들도 사용할 수 있었다. 광학유리는 17세기에 망원경과 현미경의 발명을 가능케 한 기초재료였다.  스위스 피에르 귀낭 등이 18세기말 고품질 플린트 유리의 제조기술(교반기술)을 발명했다.  신문의 재료인 종이는 중국에서 발명됐다. 영어의 기원은 고대 셈족이 발명한 문자다. 그리고 근대 활판 인쇄술은 독일에서 구텐베르크(1397~1468)에 의해 발명된 방법이다. 그러나 고려 우왕 3년(1377년) 금속활자로 찍은 직지심경이 발견됐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찍은 직지심경은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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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심경>

모카신을 신은 나는 욕실에 들어간다. 이어  (겨울엔)  파자마를 벗고 비누로 세수를 한 뒤 깔끔하게 면도를 한다.  모카신은 미국 동부 산림지대에 살던 인디언들이 발명한 것으로, 사슴가죽으로 만들었다. 이 신에는 최초의 유럽인과 미국인이 발명한 비품이 섞여 있다. 파자마는 인도에서  발명됐고,비누는 고대 갈리아 지방에서 발명됐다. 
면도는 수메르나 고대 이집트에서 비롯됐다.

다시 침실로 돌아와 남유럽풍의 의자에서 옷을 집어 갈아입기 시작한다. 아시아 대초원의 유목민족이 착용했던 가죽의류에서 진보한 양복을 입고,고대 이집트에서 발명된 방법으로 피부를 햇볕에 태우며,지중해의 고대문명에서 전해 온 방법으로 만든 구두를 신는다. 17세기 크로아티아 사람이 걸친 어깨걸이의 흔적이 있는, 밝은색의 가늘고 긴 넥타이를 목에 맨다. 식탁에 앉아 아침밥을 먹은 뒤, 이집트에서 발명된 유리창으로 밖을 슬쩍 본다. 비가 올 때는 동남아시아에서 발명된 우산을 쓴다. 

나는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고 출근한다.  세계 최초의 지하철은  1863년 1월 10일 영국 런던의 팔링턴 스트리트와 비셥스 로드의 패딩턴을 잇는 6.0 km 구간에 개통됐다. 물론 당시엔 증기기관차로 운영되었고,전기철도 방식은 1890년 도입됐다.   자동차 택시는 1896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전기 승용차였다.  휘발유 엔진 택시는 1898년 벤츠 자동차 회사가 있는 독일의 슈튜트가르트에서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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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CORPORATION] NIKON D70 (1/13)s F5.0

 
나는 이따금 가게에 들러 동전을 내고 껌을 산다. 동전은 고대 리디아의 발명품이다. 회사에 도착한 파우스트는 커피를 한잔 타서 마신 뒤 일을 시작한다. 커피의 원산지는(설이 다양하나) 이디오피아다.  영국에 커피가 전해진 10여년 뒤인 1650년경 블런트경은 커피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나는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갈 경우가 적지 않다. 그는  여기서도 많은 문화적 차용 제품을 새로 만난다. 접시는 중국에서 발명된 도자기 모양이다.식탁용 칼은 남인도에서 처음으로 발명된 합금인 철로 돼있다. 포크는 중세 이탈리아의 발명품이고,스푼은 로마인의 제품이다.  오렌지는 동지중해에서,멜론은 페르시아에서,수박은 아프리카에서 비롯됐다. 우유를 제공하는 젖소의 사육과 젖 짜기는 중근동에서 시작됐고, 설탕은 인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지방 출장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먹는 와플은, 소아시아의 밀가루를 원료로 해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의 기술로 만든 먹을거리다. 와플에는 미국 동부 산림지대의 인디언들이 발견한 메이플 시럽을 끼얹는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사육된 새의 알이나 동아시아에서 사육된 동물의 고기를 북유럽에서 개발된 방법으로 소금에 절여 훈제한 후 얇게 썬 것을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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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링컨센터 건너편 이탈리아 레스토랑 '카페 피오렐로'>
 =사진 출처:이장직 기자 블로그.

식사가 끝나면 의자에 기대어 앉아 담배를 피운다. 이것은 아메리카 인디언의 풍습이고,브라질 농장의 담뱃잎을 미국 버지니아 인디언으로부터 유래된 파이프로 혹은 멕시코에서 유래된 궐련으로 피운다. 또는 스페인을 거쳐 서인도의 열도인 알틸 제도에서 온 여송연을 피운적도 있다. 

일과를 끝낸 뒤에는 소주나 중국의 빼갈,독일에서 발명된 맥주,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발명된 스카치 위스키 등을 한 잔 마시고 귀가하는 일이 종종 있다.
  <문화역사학자 랄프 린턴을 어설프게 흉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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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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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출장길에 들은 이야기다.
"중년의 한국인 사업가가 중국에 공장을 차렸다. 그는 중국인을 투자 파트너로 삼았다. 이 중국인은 온몸을 던져 일했고,회사에도 충성을 다했다.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2년 뒤 어느 날,중국인 파트너가 시내의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했다. 그는 호텔 음식점에서  '그동안 저를 이렇게 부자로 만들어 주신 데 대해 큰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결초보은의 뜻이라면서 매우 아름답고 젊은 여자를 바쳤고 ,성찬을 대접했다. 한국인 사업가는 이 딸같은 미인에게 완전히 빠져 동거에 들어갔다. 서울의 집과 중국을 오가던 그가 중국에 머무는 시간이 날로 늘어갔다. 그야말로 깨가 쏟아졌다. 
어느 날 밤 돌연 중국 공안(경찰)이 사업가의 아파트에 들이닥쳤다. 그는 잡혀 갔다. 죄목은 간통죄였다. 그가 데리고 살던 여자가 유부녀라는 것이었다. 공안 책임자는 한국인 사업가에게 물었다. '중국 내의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귀국할래,아니면 6개월 징역살이를 할래?'  감옥에 가면 서울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그의 불륜을 모두 알 것 아닌가. 한국인 사업가는 재산 포기를 결심했고,그 공장은 자연스럽게 여자를 바쳤던 중국인 파트너에게 넘어갔다."
직접 확인하지 못한 내용이나,큰 골격은 맞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 자를 굽혀서 여덟 자를 편다."
중국 성어(成語)다.
즉 왕척직심(枉尺直尋,중국어 발음은 ' 왕 츠 쯔 쉰')이다. 심(尋)은 여덟 자(팔척,八尺)를 뜻한다. 
두산 동아가 펴낸 '프라임 동아 중한사전'은 '왕 츠 쯔 쉰'의 뜻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한 자를 굽히고 여덟 자를 펴다. 작은 양보로 커다란 이익을 보다. 작은 어려움을 참으면서 큰 일을 이루다"

 오늘날 중국인들은 이 원리를 생활전선에서 적용하고 있다. 작은 것을 탐내다 큰 것을 잃는(小貪大失)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는다.  삼국지 조조의 후예답게 그들은 이런 전략 전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외국인 투자가들에겐 사기극으로 비치는, 위 사례와 비슷한 행위도 일부 중국인은 서슴지 않는다.  

물론 위의 사례는 미인계와 왕척직심,그리고 사기술의 결합이다.
삼국지에선 유비가 관우와 장비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주성을 여포에게 내준 뒤 작은 고을인 소패로 떠나 때를 기다린다. 왕척직심의 발로라 할 수 있겠다. 또 조조는 한나라 천자를 자신의 근거지로 모신 뒤 벌어진 논공행상에서 원소에게 대장군 벼슬을 양보한다. 이것 역시 왕척직심이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맹자' 의 등문공 장구 하편에는 맹자와 제자인 진대의 대화 가운데 '왕척직심'이라는 말이 나온다.
진대는 맹자에게 옛 기록의 '왕척이직심(枉尺而直尋)'을 상기시키면서 제후를 만나보라고 권한다. 그러나 맹자는 "한 자를 굽혀서 여덞 자를 편다는 것은 이득을 갖고 한 말이니,옳지 않는데도 이로움만 있다면 해야 하느냐"며 나무란다. 맹자는 군자의 도(道)를 역설한다. 

하지만 오늘의 중국인들은 '왕척직심'을 미덕으로 삼고 있다.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사기성은 특정 개인의 문제다.
(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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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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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Canon] Canon DIGITAL IXUS v3 (1/8)s F3.5


쫑코를 먹으면서(hen-pecked)  음식을 헤아려 보는 의식을 엄숙히 거행했다.
 *쪼은 코-쫀코-쫑코(변화의 순서)

(사진 왼쪽부터)마리 브리자드 코코아,중국 길림성 지방명주인 아오뚱 위지우(傲東御酒),조니 워커 블루라벨(2병),로얄 살루트 21년(1병),발렌타인 30년(1병),발렌타인 17년(1병),웨이룽(威龍)포도주,샤또 포도주,백세주,죽엽청주. 이 가운데 몇 병은 아까워 먹지 못하겠다.

<채우기>
ㄱ=고량주

ㄴ=나폴레옹 꼬냑

ㄷ=동동주

ㄹ=레드 와인(모두)

ㅁ=맥주

ㅂ=복분자술

ㅅ=소주

ㅇ=위스키(대부분)

ㅈ=죽엽청주

ㅊ=청주

ㅋ=캐나디언 클럽

ㅌ=탁주(쌀 막걸리)

ㅍ=토속주(대부분)

ㅎ=헤네시

(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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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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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das

[Canon] Canon DIGITAL IXUS v3 (1/60)s F2.8



"사람은 자신이 하는 말에 의해 자기의 초상(肖像)을 내보이는 것이다."
미국의 시인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의 말이다.

블로그 이벤트 상품인 아디다스 T가 내손에 들어왔다.
그런데 왜 옷걸이에 걸린 아디다스를 이렇게 내보여야 했을까.
둘째 아들이 '자신의 
초상(肖像) 내보이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약속 위반이다.  둘째아들에게 주려고 나를 겁박('당신에겐 안어울려! 둘째 줘욧!!!) 한 집 사람의 중재자 역할에도 펑크가 났다.

둘째 아드님 왈.
"아빠, 초상권 침해예요. 그냥 옷걸이에 걸고 찍으세요. 아빠 아들이 쪽팔리면 좋겠어요?"
뭐가 쪽팔린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우리 민법 제750조 제 1항에는 "타인의 신체,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의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돼 있다. 초상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의 근거다.

미국에선 온라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명예훼손,초상권 침해 사례를 발견해 돈벌이를 하는 변호사들이 무척 많다고 한다. 

이 개명천지에, 이런 일이 어찌 외국에서만 벌어지겠는가.
초상권이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수익모델로 삼아, 인터넷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기업도 한 둘이 아닌 것 같다. 검색해보면 꽤 많다.  (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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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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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ka 

1967년서울 출생.
리틀엔젤스 단원,키 167cm,몸무게 49kg.
선화예고 1년 휴학,모나코 왕립발레학교 입학 및 졸업.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입단(1986년),현재 같은 발레단 수석발레리나.

성공한 한국인 발레리나 강수진(姜秀珍)씨의 신상명세서다.
벤츠의 본사가 있는 독일 도시 슈투트라르트에는 그의 이름을 딴 난(蘭)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현지의 난 재배업협회가 1998년 노란색 꽃이 피는 신품종을 개발하면서 발레 스타인 그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있는
hanjs015님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hanjs015/)에서
우연히 강씨의 발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과문한 탓에 이 사진을 처음 보았지만 가슴이 뭉클해져 또다시
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발동했다. 뭔가 한 마디 하지 않고는 도저히 못배길 그런,블로거 다운 가벼움.

작가 고은님은   "욕심만 많았다"며 자책하셨다.
그리고 나는 말한다.
"성공이 1%의 영감(insperation) 과 99%의 땀(perspiration)으로 이뤄진다는 말은 에디슨의 전용이 결코 아니다."

지난 4월23일 저녁,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발레 '백조의 호수'를 무대 가까이이서 잘 보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올 때 마누하님과 나는 발레리나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껏 아마추어 수준,한담 수준이지만 우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들의 피와 땀을 인정한다는 점에 대해서 말이다.
"군살이 정말 하나도 없네요. 얼마나 힘들게 연습 했을까요. 가슴도 절벽이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숨막히는 절제와 인간 한계의 벽에 도전하는 연습 덕분에 우리가 오늘 호강했네."
아~. 피와 땀! 그리고 운명! (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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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