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을 경영한다고 낑낑대봤자 끝내 흙국(土羹,토갱)을 끓이거나 종이떡(紙餠,지병)을 만드는 것처럼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짓을 하게 될 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시대의 백과전서파'로 추앙받기 시작한 서유구(1764~1845, 영조 40년~헌종 11년)는 자신의 농학서적인 『행포지』(杏蒲志) 서문에 이렇게 썼다.
경기도 파주시 장단 출신이며 달성 서씨인 그의 호는 풍석(楓石)이다. 대사간·함경도 관찰사·대사헌 등을 역임한 서종옥의 증손자이며, 대제학을 지낸 서명응의 손자이고, 이조판서를 지낸 서호수의 아들이다.
서유구는 순창군수와 전라감사·이조판서·우참찬·대제학 등을 두루 지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브리태니커'라는 이름이 붙은 『임원경제지』(풍석 서유구 지음) 의 번역본이 나온 뒤 집중 재조명되고 있다. 동아일보 이진영 기자는 칼럼에서 "89학번 다산 정약용, 90학번 풍석 서유구"라고 썼다. 다산이 1789년에, 풍석이 1790년에 각각 과거에 급제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두 사람 모두 정조의 총애를 받았으며 조선왕조실록에 다산이 38회, 풍석이 62회 등장하는 엘리트 관료였다. 재야로 내쳐진 후 불후의 명작을 남긴 점도 같다. 다산은 1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며 실학을 집대성했고, 풍석도 관직에서 물러나 집중적인 저술 활동을 했는데 그 기간이 공교롭게도 18년이었다"고 분석했다.
풍석 서유구가 집대성한 '임원경제지'는 모두 113권,52책의 방대한 양이다. 이 책의 한자 자수는 모두 250만 여자에 이른다. 모두 합쳐 6만 여자인 사서(논어·맹자·대학·중용)의 40여 배나 된다.
이 책의 소개서에 해당하는 해제가 출판사 '씨앗을뿌리는사람'에 의해 『임원경제지』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6월 발간됐다. 무려 1630쪽이나 된다.
이 출판사는 책 소개에서 "풍석 서유구는 실학파의 슬로건인 '실사구시'를 온 생애를 바쳐 완성한 인물로, 육조 판서와 관찰사까지 두루 역임한 고위 관료임에도 불구하고 관념에 치우친 조선 유학자의 학문적 태도를 비판하고, 사람살이의 기본인 '건실하게 먹고 입고 사는 문제'를 풀기 위해 조선 민중의 생활상 전체를 세밀히 관찰하고 조선과 중국, 일본의 관련 서적들을 풍부하게 참고해서, 우리 전통문화를 집대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① 본리지(本利志, 권1∼13):밭 갈고 씨 뿌리며 거두어들이기까지의 농사 일반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다. 전제(田制), 수리(水利), 토양지질, 농업지리와 농업기상, 농지개간과 경작법, 비료와 종자의 선택, 종자의 저장과 파종, 각종 곡물의 재배와 그 명칭의 고증, 곡물에 대한 재해와 그 예방, 농가월령(農家月令), 농기도보(農器圖譜), 관개도보(灌漑圖譜) 등에 걸쳐 서술했다.
② 관휴지(灌畦志, 권14∼17):식용식물과 약용식물을 다루고 있다. 각종 산나물과 해초·소채·약초 등에 대한 명칭의 고증, 파종시기와 종류 및 재배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③ 예원지(藝畹志, 권18∼22):화훼류의 일반적 재배법과 50여 종의 화훼 명칭의 고증, 토양, 재배시기, 재배법 등에 대하여 풀이하고 있다.
④ 만학지(晩學志, 권23∼27):31종의 과실류와 15종의 과류(瓜類), 25종의 목류(木類), 그 밖의 초목 잡류에 이르기까지 그 품종과 재배법 및 벌목수장법 등을 설명하였다.
⑤ 전공지(展功志, 권28∼32):뽕나무 재배를 비롯해 옷감과 직조 및 염색 등 피복재료학에 관한 논저이다.
⑥ 위선지(魏鮮志, 권33∼36):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보고 기상을 예측하는 이른바 점후적(占候的) 농업기상과 그와 관련된 점성적인 천문관측을 논하였다.
⑦ 전어지(佃漁志, 권37∼40):가축과 야생동물 및 어류를 다룬 논저로서, 가축의 사육과 질병치료, 여러 가지 사냥법, 그리고 고기를 잡는 여러 가지 방법과 어구(漁具)에 관하여 설명하였다.
⑧ 정조지(鼎俎志, 권41∼47):식감촬요(食鑑撮要)는 각종 식품에 대한 주목할 만한 의약학적 논저와, 영양식으로 각종 음식과 조미료 및 술 등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였다.
⑨ 섬용지(贍用志, 권48∼51):가옥의 영조(營造)와 건축기술, 도량형기구와 각종 공작기구, 기재·복식·실내장식·생활기구와 교통수단 등에 관해서 중국식과 조선식을 비교해 우리 나라 가정의 생활과학 일반을 다루고 있다.
⑩ 보양지(葆養志, 권52∼59):도가적(道家的) 양성론을 편 논저로, 불로장생의 신선술(神仙術)과 상통하는 식이요법과 정신수도를 논하고, 아울러 육아법과 계절에 따른 섭생법을 양생월령표(養生月令表)로 해설하였다.
⑪ 인제지(仁濟志, 권60∼87):의(醫)·약(藥) 관계가 주로 다루어져 있으나 끝부분에는 구황(救荒) 관계가 다루어지고 260종의 구황식품이 열거되어 있다.
⑫ 향례지(鄕禮志, 권88∼90):지방에서 행해지는 관혼상제 및 일반 의식(儀式) 등에 관한 풀이이다.
⑬ 유예지(遊藝志, 권91∼98):선비들의 독서법 등을 비롯한 취향을 기르는 각종 기예를 풀이한 부분이다.
⑭ 이운지(怡雲志, 권99∼106):선비들의 취미생활에 관해 서술한 것이다.
⑮ 상택지(相宅志, 권107·108):우리 나라 지리 전반을 다룬 것이다. <출처:네이버>
그리고 이 책을 "조선이 낳은 최고의 실용서이자 최대의 전통문화 콘텐츠"라고 평가하고 있다. 씨앗을뿌리는사람은 『임원경제지』113권을 전질 55권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이같은 출판계의 노력과 함께 '풍석 탄생 250주년 기념사업'이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 기획되고 있다. 임원경제지가 세계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신청하고, 책 속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서유구 생전의 조선 생활상을 되살린 문화 클러스터를 건설하는 게 기념사업의 큰 틀이다.
그 클러스터의 명칭은 예컨대 '한반도 전통생활 문화마을' '풍석 전통마을' 등으로 정할 수 있겠다. 중국의 '소수민족 체험마을'이나 미국의 '인디언 문화 체험마을',아프리카의 '마사이족 문화 체험마을' 등과 비슷한 '서유구 클러스터'는 해외 한류 팬들에게 'K컬처'를 전파하는 생활문화 콘텐츠로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