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12.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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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자유롭게, 스트레스 좀 받지 않고 살려고 2010년말 신문사 문을 박차고 나온 뒤, 참 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최재천 교수의 선견지명처럼,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바꾸는 일이 참 많이 벌어졌다. 


퇴직 후 그동안 인터넷신문 운영 - 대학강사 - 건강포털 임원 (운영 및 광고 등 사업 담당) - 대선 캠프 자문위원 - 주간지 편집국장(겸 논설주간?) - 대학 강사 - 대학 프리랜스 연구원(연구보고서 수주 - 작성 - 제출) - 대학교 직원(창업보육전문매니저 자격증 취득) - 전문 사이트 번역가(객원) - 단타 전문 주식 투자자 등을 거쳤다.

 

이 가운데 돈이 좀 되는 것은 당연히 건강포털 임원이 으뜸이었다. 이어 대학교 직원 - 프리랜스 연구원 - 전문 사이트 번역가 - 주간지 편집국장 순으로 그나마 수입이 좀 나았다. 나머지는 사실 별 볼 일이 없었다. 

주식투자의 경우 공매도를 꼼꼼하게 연구해, 한때 줄곧 30% 이상의 짭짤한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마다 수익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다. 손을 주머니에 넣고 기다리면 다시 주가지수가 상승한다. 하지만 수익 목적뿐만 아니라 소일거리로 주식을 했기 때문에 손절하고 손을 터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신용은 전혀 쓰지 않았다. 급락 때 곧바로 빈털털이가 되기 때문이다. '주식 거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어쨌든 꽤 오랫 동안 공매도, 신약개발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루 두 세 차례 일종의 자전거래까지 하는 '투기성'(단타) 주식투자를 했다. 평일에는 매일 일희일비하면서 지내다 한참 뒤 우량주식 한 종목만 좀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사적으로 빌린 돈은 다 갚았다.   

이후 완전히 백수가 됐다. 한참 동안 수입이 제로였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IT 교육(6개월 코스)을 좀 받아보려고 했으나, 가난하지 않다고 교육생 후보자 인터뷰에서 탈락했다. 또 24시간 편의점 교육을 받으려고 했으나, 역시 아파트 재산 문제 및 (아마도) 미덥지 않다는 것 등을 이유로 피교육생이 될 수 없었다.  몸이 부실해 노가다도 못하는 형편이라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워크넷과 잡코리아를 활용해 일을 찾아 봤다. 그러나 아무 데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벌써 나이가 꽤 많기 때문이다. 이해는 가지만, 참 참혹했다. 


2019년말의 일이다. 기존의 일천한 번역 경험을 토대로, 난생 처음으로 CAT 툴을 이용하는 산업 번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  번역은 대체로 출판 번역, 영상 번역, 그리고 산업 번역(기술 번역)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산업 번역을 하는 번역가는 그야말로  '무명의 번역가'다. 


하지만 산업 번역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UI가 영어로 된 CAT 툴을 배워 익혀야 하고, 각종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등)에 상당히 익숙해야 하고, html 같은 코딩을 알아야 한다.  placeholder, tag를 잘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수십 가지의 각종 extention(확장자)으로 된 파일을 어떻게든 열 줄 알아야 한다. CAT 툴도 SDL Trados, MemoQ, Wordfast, Memsource 등 최소한 5개 이상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데스크탑 용 CAT 툴은 모두 돈을 주고 산다. 온라인 용 CAT 툴은 무료이나, 클라이언트의 비밀유지 조항 준수에 대한 요구로 사실상 번역 일을 거의 딸 수 없다. 

정작 번역 그 자체는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린다. 실제 일을 하다보면 번역 외 일이 너무 힘들어 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더욱이 번역 일감을 따기 위해서는 밤 시간에 계속 깨어 있어야 한다. 세계 곳곳의 번역 에이전시 사이트 및 번역 전문 커뮤니티인 프로즈닷컴 등을 들락날락해야 한다. 

영문 이메일로 밤새 미국,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각국 번역 에이전시의 프로젝트 매니저(PM)들을 상대로 영업 활동을 벌여야 한다. PM들은 제3세계 출신이 꽤 많다. 고난의 연속이다. 

나의 경우, 전문 분야로 택한 Life science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의사들이 거의 사서 본다는 해리슨 내과학 교과서(3권의 방대한 분량) 및 해부생리학, 신약 개발, 바이오의약품,영양학 등 분야를 끊임없이 공부해야 했다. 또 영어 어휘를 고시생들이 많이 본다는 영어 vocabulary 30,000으로 보완하고, 성문종합영어의 문법을 다시 공부해야 했다. 

퇴직 후 10개 직업(?)을 전전한 끝에, 프리랜스 산업번역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수입 제로 상태에서 벗어나, 꽤 큰 돈이 손에 잡힌다. 전문 사이트 번역가(객원) 수준을 12월에 넘어섰다. 물론 젊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소액이다.

2020년 11월과 12월, 드디어 터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프리랜스 산업 번역가가 이제 평생 직업이 될 판이다. 정신 및 육체가 고장나지 않으면 말이다. 고생 끝에 낙이다.

조물주께 매일 감사드려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몇 년 전 뇌졸중(뇌경색) 전구 증상으로 삼성병원에 보름 가까이 입원했으나, 다행히 반신불수가 되지 않았다. 숨 쉴 수 있어서,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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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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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마케팅 과목이 유난히 흥미로웠다. 그건 담당 교수님과 풍성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어 교재 덕분이었다. 그 책이 아직도 책장에 꽂혀 있다! 

Martin L. Bell이 지은 책 'Marketing concept and strategy'(3판, 595쪽)'이다. 책을 펴보니 상당히 두꺼운 이 책 곳곳에 밑줄과 보완 설명 내용이 가득하다. 이 3학년 과목을 참 열심히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신문기자로 바꾸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그 지식과 관련된 통찰력을 전혀 써먹지 못했다. 아직도 쓰레기통에 채 버리지 못한 전공 서적을 가끔 볼 때마다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마케팅 과목에 대한 흥미와 열성은 또한, 비교적 수치를 덜 다루는 과목 특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와 관련, 대학 경영학과 동기들의 상당수는 "그토록 많이 미적분 등 수학과 통계 같은 것들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경영학과에 진학했다"고 말한다. 또  "경영·경제 수학 등을 하면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고 뒤늦게 애로를 털어 놓는다.    

어쨌든, 최근 우연치 않게 마케팅 및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 관심을 쏟다가 재미있는 마케팅 툴을 만났다. 바로 구글 애널리틱스(GA)다. 네이버 검색을 거쳐, 유튜브에서 무려 18강 분량의 GA 강좌 동영상(각 25분 안팎)을 운좋게 만날 수 있었다.

이 마케팅 툴을 이번에 처음 본 것은 아니다.  2011년~2012년 헬스 벤처기업인 (주)코리아메디케어에서 운영사업본부장(이사)으로 일할 때 접해봤던 툴이다. 

당시 그 회사의 개발사업본부장이었던 S박사가 활용을 제안하고, 매일 업무회의 시간에 간단한 팩트를 메모해 제공했다. 따라서 다른 사람 덕분에 맛을 보긴 했으나, 그 실체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지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무지한 나에게 아주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톡톡이 한 유튜브의 GA 강좌 동영상은 '구글 애널리틱스를 활용한 데이터분석 기법' 시리즈다. 강의 제공자가 생김새에 걸맞게 매우 후덕하고 친철하게 가르침을 주신다. 

그런데 GA에서 제공하는 트래킹 코드(TRACKING CODE)를 심을 수 있는 전문 블로그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 가운데 으뜸이 바로 티스토리 블로그(https://tistory.com)다.  종전에는, 이미 가입해 활동 중인 지인에게서 추천을 받아야 티스토리 블로그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초대장'제도가 폐지돼, 지금은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고급 및 전문 블로그로 남아 있다.  

GA 강의 동영상 18개를 멈춤-전진-시청-멈춤을 거듭하며 한 차례 시청한 뒤, 다시 중급 과정을 찾아보니 몇 개가 보인다. 특히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라는 관련어가 눈에 번쩍 띈다. 

GA(구글 애널리틱스)가 제공하는 트래킹 코드를 막 받아 이 티스토리 블로그(오마이포털, http://www.ohmyportal.net 또는 https://bellring.tistory.com)에 심은 뒤, 다시 GA를 열공하러 간다. 물론 멀티테스킹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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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
종명 수필2019. 1. 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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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오마이포털' 상단 탭 8개(아래 캡처 사진 참고) 가운데는 다른 티스토리 블로그 4개가 포함돼 있다. 이밖에 트위터 2개, 네이버 블로그 1개,ohmyportal 등도 탭으로 링크돼 있다. 이 글은 티스토리 블로그 '베이비부머&실버연구소'에서 퍼온 것이다. '베이비부머 퇴직일기'시리즈 64 번째 글이다.  

최근 신상에 변동이 생겨 다시 시리즈를 쓰게 됐다.  20153월 중단했던 '베이비부머 퇴직일기'를 다시 쓰게 됐다. 퇴직 일기를 쓸 이유와 여유 시간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동안에도 나름대로 잘 먹고 잘 살았다. 2014년초부터 2년여 동안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창업지원단(창업보육 + 창업교육) 매니저로 일한 뒤, 영어 번역 프리랜서로 2년 여 삶을 꾸렸다. 모두 주변 지인들의 도움 덕분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던 시절이었다.

 이제, 다시 백지 상태로 황야에 섰다. 예전에 생각하기로는 만 60세가 넘으면 집에서도 노인으로 취급 또는 대우해주고, 본인도 일할 생각이 나지 않을 것으로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남편에 대한 마누하님의 기대는 여전하고, 나의 일벌레 습성도 여전히 꿈틀댄다. 나이가 듦에 따라 소외된다는 자격지심 때문인지, 오히려 일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고 있다.

 참 큰일이다. 기대수명은 날로 늘어나고, 베이비부머가 일해야 할 숙명이 시지푸스(시시포스)의 절벽처럼 다가옴을 절감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즐길 수밖에 없을 터다.

 우선 번역 사이트 '플리토'(Flitto)와 다음Tip, 오마이뉴스, 스팀잇 등 머리와 몸을 꼼지락거리면 소액이라도 생기는 일거리를 조금씩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다수의 티스토리 등 각종 블로그, 위키트리, 다수의 트위터 등 온갖 SNS도 입을 딱 벌리고 있다. 무료하게 삶을 내팽개치는 것은 결코 내 몫이 아니다.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이 항상 눈앞에 있다. 연말에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내년에는 과연 무슨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곰곰 생각해볼 참이다

                                 퇴직후, 요리학원에서 일식 요리를 배우던 시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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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