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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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음 속 깊이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결국은 우리가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엄격한 논리와 놀라운 직관력을 가져야만 이 세상의 신비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파올로 코엘료의 말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마구 달리고 있는가?
그는 말한다.
"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아니,사람마다 하나씩의 길이 있다. 진정한 길은 평생 가는 길이다. 그 길에서 각기 다른 표지들을 배우고 일상의 경험을 배우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 행동이 심연에서의 거부를 거쳐 수용한 것이었을까. 인생 여정이 진정한 나의 길이었을까. 나는 과연 나의 칼을 발견했을까...

이따금 길을 잃을 때가 있다. 길눈이 어두워서도 아니고,기꺼이 받아들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운명'보다는 '자유의지'에 더 기대어 살아온 세월이었다.주먹(fist,faust)으로 운명의 벽을 뚫고자 했던 삶이었다. 새해 벽두,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려고 애써봤다. 그리고 생각하고,적는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생각은 나쁜 생각이므로.
나는 내 몸에 걸친 옷이 내게 참 잘 어울린다고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하면서 살아왔다.이렇게 살고 있다.그리고 '어울리지 않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모두 삶의 껍데기들 때문이다.
오늘 밤,적어도 이 순간만은 인성(人性)이 아닌,천성(天性)의 알몸으로 있다가 잠들고 싶다. 
(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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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
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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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내용을 신문에서 많이 보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에겐 '폭탄주 송년회'가 여전했다. 주인을 잘못 만난 내 몸뚱아리는 올 연말에도 처절한 신세를 면치 못했다.내 뱃속에 '구라파 전쟁'을 일으킨 '폭탄주 송년회'가 30일 밤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al
 
폭탄주는 영어로 bomb-alcohol(또는 drink)이 아니다.
Boiler-maker다.'몸을 보일러처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술''온몸을 취기로 끓게 하는 술'이라는 뜻이다.Boiler-maker는 1970년대 미국의 부두,탄광,벌목장 등 3D업종 노동자들이 마시던 술이다.그런데, 어찌하여 우리나라에선 공부 깨나 했다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폭탄주가 광범위하게 번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양주 한 잔(알코올 40도)과 맥주 3분의 2잔(알코올 4.5도)을 섞으면 알코올 도수가 10도인 폭탄주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폭탄주는 맥주의 탄산가스 때문에 양주 알잔보다 더 빨리 취하게 한다. 또 음주 다음날 아침에 허기를 느끼는 것은 알코올이 혈당을 낮춰 한끼 굶은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요한 건 양주든 폭탄주든 알코올 섭취량에 비례해 간 독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폭탄주를 마시고 빨리 취해 일찍 귀가해 쉬는 게 좋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술이 술을 먹는 단계에 이르면 그야말로 골치 아프다. 아, 휴간(休肝)! 

(2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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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
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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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에드워드, 와이프를 정말 사랑해?"
 이사벨의 촉촉히 젖은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유학에서 비롯되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던 그녀.
그녀가 오늘밤 돌연 도발해온다. 그래,크리스마스 이브이기 때문일 거야.
중얼거리는 에드워드의 눈에 갑자기 선술집(pub)에 있던 마을 사람들의 뜨악하는 모습들이 확 들어온다. 낯선 나라, 낯선 두 남자,그리고 끈적거리는 대화.
 그날 밤 스코틀랜드 아일 섬은 어지럽게 아름다웠다. 철 지난 꽃마저 다시 필 듯했다. 해변엔 고깃배들이 올망졸망 줄지어 눈 속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웬 놈의 눈발은 그렇게 마음을 뒤흔드는 건지.
 중국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다 영국에 공부하러 온 이사벨의 집안은 3대째 의사의 맥을 이어왔다. 할아버지는 정형외과 의사인데, 문화혁명 때 하방(下放) 당하고 병원을 뺏겼다. 아버니는 시안(西安)의대 미생물학 교수다. 그녀는 다국적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애인과 2년간 동거하다 꿈을 좇아 대륙을 가로질러 날아왔다.
 "엘리자베스는 오늘 컨디션이 안좋아. 이미 잠이 푹 들었을거야......."
 이사벨의 눈이 이젠 숫제 광채를 내뿜는다. 엘리자베스는 태국 부호의 딸이다.
 "이사벨,저기........"
 에드워드는 숨이 탁 막혀드는 걸 느낀다. 맥주를 연거푸 들이켰는데도 입안엔 갈증이 가득하다. 
 "이사벨,섹스는 말이야......."
 40대 가장 에드워드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지난번 버밍엄에서 말했듯이 남녀관계는 책임질 수 있는 사람끼리 갖는 거야.  그게 우리 동양의 미덕 아니겠어?  우린 좋은 친구잖아."

 한달여 전 어느 날이었다. 이사벨은 어학 수업이 끝나자 에드워드에게 다가왔다. 여느 때와는 눈빛이 달랐다. 처연한 것 같기도 하고,외로움에 겨운 것 같기도 하고....
 두려움을 느낀 에드워드는 그녀를 시티센터의 한 커피숍으로 데려 갔다. 그날 밤 이사벨은 '친구 맹약'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황을 이상하게 몰아갔다.
 이사벨과 엘리자베스,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온 나타샤. 모두 각자가 맘에 드는 영국식 이름을 골라 쓰고 있었다. 에드워드도 영국에 오기 전에 영국 왕자 이름을 택했다. 촌스럽게 영국에서까지 고국식의 이름을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들 네사람은 영어 어학원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 그야말로 '모나미'다.
 "에드워드. 너무 힘들어. 난 애인과 함께 살다 왔잖아.그리고 나 스물여섯살이야.
s2

 

"이사벨, 나도 혼자 살기 너무 힘들어. 지난번 얘기했잖아.하지만 우린 잘해낼 수 있어. "
에드워드의 눈물어린 말은 그러나,스코틀랜드 아일 섬의 '이브스런' 풍경에 묻혀 그냥 건성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눈부신 자연의 신비 앞에 모두 넋을 잃었기 때문일까.
맞아. 1989년 방문한 스위스보다 더 멋있어. 너무 멋있어. 죽이는 구나. 텁텁한 맛의 흑맥주 기네스의 알코올 기운이 온 몸에 짜릿하게 번져 나갔다.
스위스도 참 죽였었지. 당시 런던과 파리를 거쳐 스위스로 갔다.런던에선 영국왕립건강협회장인 앤 공주가 전세계 언론인들에게 디너 파티를 열어주었다.자연사박물관에서의 파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파리 뒷 골목은 추억거리를 남겨 주었다.스위스로 날아 갔을 때 에드워드는 현기증을 느꼈다. 화사한 꽃과 색다른 것들에 넋을 잃었다. 뻐꾸기 시계를 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일을 생각하며 에드워드는 쓴 웃음을 지었다.

"에드워드, 지난번 이야기했지만 난 너무 힘들어. 동거했던 애인도 마음에
안들어. 난 자유로운 새가 되고 싶어. 당신은 이런 게 싫어? 나,당신과 더
가까이하고 싶어."
헉. 숨이 차올랐다.
"나, 그냥 영국에 남을까? 에드워드는 꼭 돌아가야 돼?"
순간 선술집엔 긴 침묵이 흘렀다. 

"이사벨.안돼. 견뎌내야 해."
에드워드는 이사벨을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이 차이가 얼마나 많이 나는데...

"그래,이럴 땐 둘러가야 해."
에드워드는 터키산 가죽 코드 안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냈다.그리고 오른쪽 호주머니에 있던 종이 한장을 꺼내들었다. 에든버러의 여행사에서 챙긴 관광 팸플렛이었다. 다행히 팸플렛엔 빈 공간이 많았다. 
"이사벨,두보 이태백 아니?"
이사벨은 알아듣지 못했다.당연하다. 그가 영어로 '두보 이태백'을 한국어 원음대로 발음했으니 말이야.
"에드워드,무슨 말 하고 있는 거야,지금?"
할 수 없다. 이젠 완전 필담이다.
에드워드는 10년 전 중국어를 좀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성 발음을 기억하기가 힘들었다. 글로 쓸 수밖에 없었다 .
다행히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었던 고전 담당 '촉새'님 덕분에 에드워드에겐 십여개 한문 문장이 머리에 남아 있었다. 그는 일필휘지로 두보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을 써갈기기 시작했다. 과거급제한 사람처럼.
 
問余何事栖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산 속에 왜 사느냐고 누가 묻기에
웃고 대답 안 하니 마음 절로 한가롭네.
복숭아꽃 물에 흘러 아득히 가버리니
여기가 바로 속세를 떠난 별천지로세.)

이사벨은 역시 달랐다.  그녀도 이를 줄줄 외우고 있었다. 그래, 중국에선 다 떨어진 치과의사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닥터 아닌가?
에드워드는 순간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음,역시...."
에드워드가 머리를 들어 이사벨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뜻밖에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에드워드 앞에서 여전히 매혹의 향기를 지어보이는 이사벨.
그녀는 치과의사로, 보건정책을 공부하러 영국에 왔다. 의대 기초의학 교수인 아버지 집에서 머물던 영국인 여자 선교사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에드워드는 최초의 여자 친구인 이탈리아의 나타샤 소개로 이사벨을 만났다. 나타샤는 몸집이 여간 큰 게 아니었다. 원더우먼 스타일이랄까. 풍만하고 거대했다.  에드워드와 나타샤는 '담배 친구'다. 어느 날 어학원 뜰에서 쉬는 시간마다 나란히 담배를 피우다 친구가 됐다.  에드워드는 기본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이다. 그러니 말을 먼저 건넨 사람도 나타샤였다. 
에드워드,나타샤,이사벨,그리고 타이 부호(?)의 딸 엘리자베스는  거의 매일 어울려 다니는 사이가 됐다. 
엘리자베스의 어머니는 미인이다. 아빠는 공식적으로 없다. 사생아다. 하지만 아빠가 누군지는 안다.  군부의 실력자라고 했다. 단짝으로 지내온 이사벨의 말에 따르면. 그 군부 실력자는 힘을 이용해 엘리자베스의 엄마를 중견기업가로 키웠다. 식품업체를 여러곳 거느리게 했다.
 네 사람은 서로 나이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나이를 묻지 않는 게 서양의 에티켓 아닌가. 그래,로마에선 로마의 법을 따르자.
"너희들은 내 나이를 결코 맞출 수 없을거야. 후후후."
그랬다. 그들은 에드워드의 나이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네 사람은 동갑내기 처럼 친밀감을 더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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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 집 같이 갈래?"
보름 전  네사람은 시티센터(도심,미국의 다운타운) 의 한 중국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의논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그 때 나타샤가 야무진 얼굴로 세 친구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바로 로마행 여행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나타샤. 너희 집에? 우리가 묵을 방이 있니?"
"그래, 방이 두개 남아 있어. 엄마도 너희들을 데려 오래.로마엔 너희들이 볼 게 참 많아."
그들은 즉시 의기투합했다. 다음날 여권과 은행 통장 등을 챙겨 출입국사무소 버밍엄지소로 찾아갔다. 직원은 친철하게 서식 작성법을 알려 주었다. 그런데 결국 로마행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제길헐."
나타샤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에드워드의 경우엔 O.K라고 했다. 그런데 타이의 엘리자베스와 중국의 이사벨이 문제였다. 통장잔고가 규정에 못미쳐 이탈리아 로마에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할 수 없지. 나타샤를 보낼 수밖에."
에드워드는 서운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 때였다.
"에드워드!"
이사벨의 눈이 돌연 반짝거렸다.
"뭐-?"
"엘리자베스와 너,그리고 나 셋이 함께 스코틀랜드로 떠나자. 어때?"

에드워드는 꼭두새벽부터 바지런을 떨었다.
"두 여자의 정절을 꼭 잘 지켜야 해. 그런데 정절이라는 말뜻이...."
스코틀랜드에서 강도나 성도착자를 만났을 땐 어떻게 할까.  맞아. 칼로 중무장을 해야지. 그는 등산용 칼을 허리에 찼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턱도 없을 것 같았다. 바지 안주머니에 스위스 칼을 하나 더 넣었다.
 "그런데, 그 놈들이 여러 명이면 어떻게 하나.이사벨과 엘리자베스는 겁에 질려 벌벌 떨텐데... ?"
얼마전 버밍엄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남편을 따라 연수 온 여자가 돈,가방,금반지,목걸이를 몽땅 뺏기고 몹쓸 짓까지 당했다는 것이었다.
 에드워드는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제길헐. 무슨 뾰쪽한 방법이 없을까?
룸에서 나와 응접실까지 왔다갔다 하며 천장에 담배 연기를 뿜어대던 그는 무릎을 탁 쳤다.
"그래, 등산용 칼을 챙겼는데,등산용 스틱까지 준비하면 되잖아. "
스코틀랜드 여행은 1주일 패키지로 예약돼 있었다. 에든버러까지 버스로 달려 그곳에서 이틀을 머문  뒤, 사막처럼 황량한 하이랜드를 거쳐 아일섬으로 갔다 에든버러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였다. 하이랜드라면 좀 황당한 영화에 많이 나오는 곳이 아니던가.
'에든버러에는 흑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지. 음....'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에선 흑인을 정말 보기 힘들다고 했다. 황인종도 일본인,한국인,대만 사람,그리고 홍콩 사람 정도가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버밍엄에서 대낮에 흑인 5명에게 노상강도를 당한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던 에드워드에게선 '흑인=불량배'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누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욕해도 할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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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
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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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러준 엄마와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

'베사메 무초' 이후 처음이다.
 코가 꽉 막히고,눈은 금붕어가 됐다. 한 시간 가량 질질 짜댔으니 눈이 퉁퉁 부을 수밖에 없다. 눈물 샘이 말라버린 듯하다.
오늘밤의 최루탄은 MBC 베스트극장 '사랑하는 아들아'. 
 12년 전 산부인과에서 바뀐 두 남자아이의 운명적 삶을 다룬 이 작품은 메마른 마음을 모처럼 촉촉히 적셔주었다.
 두 아이의 뒤바뀐 운명,죽음,부모들의 절규,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의 고운 마음씨...
캄캄한 영화관에서  슬픈 영화를 보다 눈물이 나면, 옆 사람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슬그머니 닦는다. 하지만 콧물과 눈물이 줄줄 흐르고, 마침내 코를 연신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모든 것을 과감히 포기한다.철면피가 되고,소음을 일으키는 3류 관객이 된다.    
수건이나 휴지를 있는 대로 꺼내 폭포수 같은 물을 수습하기 일쑤다.
 몇 년전 마누하님과 함께 영화 '베사메 무초'를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하도 울어서 마누하님에게 핀잔 세례를 받았다.   
"에이,창피해.당신과 함께 영화관 가기 싫어욧!"
 하지만 진심이 아니다. 좀 창피하긴 하겠지만,평소 독하게 사는 내가 지어내는 여린 모습에 깊은 정을 느끼는 눈치다.
 오늘 우리는 '누선(淚腺) 자극 경연대회'라도 벌이듯, 질질 짜며 마주보고 웃었다. 하나가 됐다. 내일은 쉬는 날.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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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
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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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

사진출처:http://blog.empas.com/dsrlife/5164895

숨길과 외로움의 종착역이 있을까,있다면 그게 어디일까.
기(氣) 도장을 여러 곳에서 운영하는 도사급 친구에게서 언젠가 숨길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인간은 배꼽 아래 5cm 전후에 있는 단전으로 호흡을 시작한다.복식호흡이다.그런데 인간이, 나이가 들고 운동이 부족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면 호흡점이 점점 올라간다. 배꼽으로 배로,목으로 올라간다.호흡점이 목을 넘어서면 헐떡거리게 된다. 그게 머리끝까지 올라가면 마침내 죽음을 맞는다.

외로움은 어떨까.
"아무래도 나는 외롬족인 것 같아. 외로움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면 기침이 나오고 눈까지 올라오면 눈물이 나오지.머리끝까지 치고 올라오면 죽는 거야.외로움이 수류탄으로 변해서 내 몸을 폭파하니까."
신간 장편소설 '피터팬 죽이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2004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는 김주희씨.

흔히 우리는 성욕을 이야기할 때도 이와 비슷한 톤을 취한다. 중년 이상의 경우를 들먹일 때 "양기나 음기가 입에 몰렸다"고 하지 않던가. 더 늙으면 말도 없어진다.말 동무가 필요한 늙은이가 된다. 서구 나라에 어학연수를 갈 때 해당 언어에 푹 빠지려면 현지 이성과 동거하거나,동네 어린이 또는 공원의 노인과 말동무가 돼야 한다고들 말한다. 특히 외로운 노인은 접근하기가 쉽다. 활기를 잃은 노인의 양기나 음기는 목구멍에서 눈으로,머리로 올라가는 수순을 밟는 것 같다.

결국 외로움과 숨길의 종착역은 머리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두 가지가 하늘을 향해 치솟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그게 잘 사는 길이다. 중년이나 장년이라고 스스로 느끼는 사람들은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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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