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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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品格)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플라톤으로 이어지는 서양철학의  '법통 계승자'다. 그는 특히 '철학자(philosopher)'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2,000년 이상 누려온 석학이다. 그의 가치에 값하는 대우라고 본다. 서양 문명의 사고 방식(way of thinking)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의 학문 개념과 학설이 스며들지 않은 분야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카데미 학창시절 신(新)학문에 해당하는 논리학의 체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한 그는 양극단을 배제했다.인간 윤리의 이상형으로 중용을 강조했다.그는 과학을 이론적 과학과 실천적 과학으로 나누고 전자는 '진리'에 대한 것임을,후자는 '변화 가능성'에 대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과학 연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사람의 현명함을 꼽았다. 의사결정(decision-making)을 할 때 '사고력의 미덕'과 '품격(品格)의 미덕'을 적절히 결합해야만 현자(賢者)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의사결정 때 필요한 두 축으로 강조한 사고력과 미덕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중앙일보는 연초부터 '품격'시리즈를 게릴라식으로 지면에 반영하고 있다.나라나, 조직이나,개인이나 품격을 갖춰야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곰곰 생각해 자기 것으로 소화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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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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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보좌관이나 담당자는 말을 많이 들어야 하나,적게 들어야 하나?
각 부처의 3급 이상 공무원.특히 장차관급의 인사 실무(추천)를 담당하는 신임 청와대 인사수석이 '소청(少廳),소청(笑廳)'이라는 화두를 던졌다.징계를 받은 공무원들의 딱한 사정을 들어 재심하는 소청(訴請)심사위원장을 지낸 김완기 인사수석은 청탁과 압력에 휘말릴 가능성과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를 경계하면서 "적게 듣고,웃으며  듣겠다"고 다짐했다.차관급인 소청심사위원장은 벌을 받은 공무원들의 하소연을 듣는 '신문고'역할을 하는 자리다.

조선시대의 인사 추천자인 이조전랑 자리를 놓고 동인과 서인이 갈라서 당쟁을 일삼았음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그런만큼 인사 담당자는 정실을 철저히 배제해야 하며,띠끌만한 사심(私心)도 없어야 한다. 정치적 고려는 인사권자의 몫이다.
인사 담당자는 귀를 열어야 할 때는 활짝 열어야 한다. 물론 냇물에 귀를 씻어야 할 정도의 허튼 말은 들어선 안된다. 

인사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김완기 인사수석이 던진 화두를 놓고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소청(少廳)이니 다청(多廳)이니 하는 것보다는 유이무구(有耳無口,귀는 있으되 입은 없다)에 더 비중을 두는 건 어떨까.
    
(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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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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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himpanzee sucks on a block of ice in the hot weather at Chester Zoo in Chester, northern England May 21, 2010. Britain's government forecaster the Met Office predicts that the hottest weather of the year will arrive on Friday and stay through the weekend, with temperatures reaching 78.8 degrees Fahrenheit (26 degrees Celsius) in central and southern England. REUTERS/Phil Noble (BRITAIN - Tags: ENVIRONMENT SOCIETY ANIMALS)


 

침팬지는 나뭇가지에서 과일을 딸 때 두 손으로 가지를 붙잡고,발로 과일을 움켜쥔다. 땅 위를 걸어갈 때는 손가락을 구부려 몸을 지탱한다.즉 발을 손으로 사용하고, 손을 발로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유전자가 침팬지와 99% 정도 같은 인간은 다르다. 손과 발을 엄연히 다르게 쓸 줄 안다.인류학자들은 유인원이 '자기의 작은 세계'인 숲에서 빠져나와 직립보행하는 데 수천 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무슨 일을 할 때 구성원 간에 조화가 잘 이뤄질 경우 우린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다'고 말한다. 또 "나, 원 참.도둑질을 하더라도 손발이 맞아야 하지."라는 말을 어른들에게 들은 기억이 적지 않다.손발이 척척 들어맞는다는 건 손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발 역시 제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상호협력해야 한다는 뜻임에 분명하다. 화우동심(和祐同心)이다.

PONTE VEDRA BEACH, FL - MAY 06: A woodpecker is seen in a tree near the 15th hole during the first round of THE PLAYERS Championship held at THE PLAYERS Stadium course at TPC Sawgrass on May 6, 2010 in Ponte Vedra Beach, Florida. (Photo by Richard Heathcote/Getty Images)



딱따구리(woodpecker)는 부리로 나무에 구멍을 뚫는다.끌을 사용하지 않는다.날쥐나 두더지는 네 다리로 땅을 판다.삽 같은 걸 쓰지 않는다.쥐는 이빨로 나무를 자르거나 갉는다.칼을 사용하지 않는다.하지만 인간은 자기의 신체 일부분으로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도구를 발명함으로써 '신체의 확장'에 성공했다.그뿐이랴.눈부신 정보혁명을 일으켜 '두뇌의 확장(extension of the brain)'을 이뤘다.이는 내연(內延)과 외연(外延)의 늘림과 넓힘이다.

'두뇌의 확장'이라는 놀라운 문명 덕분에 우린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깅을 즐기고 있다. 손발이 척척 들어맞으려면 각기 제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그래야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도 잘 활용할 수 있다.교육부총리 인선에 따른 잡음을 털고 청와대가 새 진용을 구성한 지도 며칠이 지났다. 인사수석 인선도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손발이 맞아야 외국을 상대로 '국가 마케팅'을 벌일 수 있다.

외환(外患)이 있더라도 내우(內憂)가 없다면,어려움을 헤쳐나갈 가능성이 크다.손발의 조화를 기대한다.     

(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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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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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돈,돈..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조 여원을 남겼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삼성전자 직원들이 1인당 1,157만원의 상여금을 거머쥐었다는 보도다.  우울한 소식 속에서 이런 뉴스가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건 당연하다. 창의력과 성실성으로 보상을 받는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보통 사람 가운데, 깨끗하고 정당한 돈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그러나 말이다. 독일의 한 인류학자가 쓴 글이 가슴을 때리는 건 웬일일까. "국경없는 시장은 국민의 불안을 부추긴다.(중략) 최고 경영자들이 모범사례로 인용하는 것이 일반 개인들한테는 '생존의 막장'을 뜻할 수도 있다. 전기,발전 부문의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인 '아세아 브라운 보베리'의 경영자 바네비크는 그룹의 본부를 스웨덴에서 스위스 취리히로 옮겼다. 그러면서 서유럽과 북미에서 직원 5만4천 명을 해고했다.이어 동유럽과 아시아에서 4만6천 명을 새로 고용했다."  그는 한스 페터 마르틴과 하랄드 슈만의 베스트셀러 저서인 <세계화의덫>을 인용해 세계화를 비판했다. 세계화에 따른 이른바 '터보 자본주의(turbo capitalism)는 변화를 몰고 온다. 20대 80의 사회가 닥쳐온다는 것이다.  인류의 20%만 소비할 수 있으며,나머지 80%는 소비의 환상만을 소유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놀라운 저력과 업적에 다시한번 큰 박수를 보낸다. 그러면서도 나는 '20대 80의 사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富)에 대한 욕심을 갖는 그룹과 곤궁에 빠져 허덕이는 그룹. 이 두 그룹이 국내서도 20대 80의 비율로 확 갈라질까 사뭇 두렵다.빈부의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기업도 기업이지만,정부는 이 점에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두겠다고 다짐하고,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생계를 챙기겠다고 밝힌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세계화의 덫에 걸려선 안된다는 점이다. 생존의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우리만의 '터보'엔진을 강력히 돌려야 마땅하다.그것은 바로 삼성정자와 같은,우리의 희망이자 동력 기업이 국내에서도 보란 듯이 업(業)을 기(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곤궁그룹 80%의 출현을 막고, 욕심그룹을 20%보다 훨씬 더 많이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속속 출현해 우리아들,딸들이 마음놓고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그래야 '기러기아빠'와 같은 처철한 가족해체 현상과 각종 생계형 범죄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좋은 나라' 만세(!)를 염원한다.

(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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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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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이후 난 장자(莊子)를 싫어했다.
당시 고전읽기반을 택한 나에게 선생님이 던져준 첫 책은 '장자'였다. 소요유(逍逍遊)편에 나오는 괴물스런 거대 물고기 곤(鯤), 그것이 모습을 바꾸는 괴물 새 붕(鵬)은 어린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  기괴하고 황당무계한 내용과 난해함은 곧 나를 따분하게 만들었다. 장자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서 느낀 흥미와 즐거움을 거의 주지 못했다. 

그후 노자와 장자는, 통이 크고 허풍이 심하다는 '짱깨'(장궤,掌櫃)들과 연관돼 기피 대상이 됐다.무위(無爲),자연,운명 등을 강조하는 도가 사상에 흥미를 느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난 힘을 원했다. 특히 철없던 그 시절엔 백구두를 신고 많은 졸개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보스'가 되고 싶었다. 크면서 형태가 바뀌었지만,힘에 대한 염원이랄까 열정은 여전했다. 짜라투스트라,파우스트를 좋아한 건 당연하다. 운명과, 운명에 맞서는 힘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gil

7일 오후 44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가수 길은정씨는 무엇을 추구했을까. '마지막 편지'를 보면 그는 블루를 좋아하고,말이 통하고 파랑색처럼 순수하고 맑으며 천재성이 빛나는 사람(남자)을 좋아했음에 틀림없다. 그가 원래 블루와 천재성을 좋아했는지, 병마와 싸우다보니 희망(블루)과 힘(천재성)을 좋아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인동초 같은 삶을 돌아보면 길씨도 노,장자보다는 파우스트,짜라투스트라를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8일 밤은 선친의 기일(忌日)이다. 그 분은 내 두 아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 세상을 하직했다.제사를 지나기 전에 대치아파트를 지나 양재천으로 산책을 나갔다.추위가 대단했다.칼바람이 뺨을 뚫고 들어와 온몸에 한기를 더했다.
"들판에 서서 무지개를 보려면 비바람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물이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길은정씨도,우리 아버지도,푸껫의 희생자들도 그렇게 흘러갔으리라. 차가움에서 뜨거움을 거쳐 다시 차가움으로 돌아갔으리라.

장자는 부인이 죽자,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문상 간 친구 혜자(惠子)가 서둘러 장자의 행동을 말렸다. 장자는 말한다.
"처음 아내가 죽었을 때,난들 다른 사람처럼 슬프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아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을 생각해 보았지.아내가 태어나기 전에 원래 생명이 없었네.형체도 없었고,기(氣)도 없었지.이 모두가 혼돈 속에 뒤섞여 있다가 변해서 기가 있게 되고,기가 변해서 형이 생기고,형이 변해서 생명이 생겼던 거네.이제 다시 변해서 죽음으로 돌아간 것뿐일세.마치 계절이 바뀌어 봄,여름,가을,겨울이 되풀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이제 내 아내는 큰 방에서 잠들려 하는데,내가 시끄럽게 곡을 한다면,이는 천명(天命)을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가 아니겠는가."-<장자>18장 '지락(至樂)'편
"삶과 죽음은 운명이고,낮과 밤이 일정함은 하늘의 법칙이다.이는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만물의 실상이다."-<장자>6장 '대종사(大宗師)'편

삼국지는 피가 뜨거울 때 읽어야 한다. 짜라투스트라,파우스트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리라. 이제 노자와 장자를 읽을 나이가 얼추 된 것 같다. 아직도 피는 끓지만...

(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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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