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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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족오(三足烏)가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로 뜨고 있다고 한다. '태양에 살고,다리가 셋 달린 까마귀'인 삼족오는 우리 민족에게 신성(神聖,divinity)을 상징한다.  

삼족오는 금오(金烏) 또는 준오라고도 불린다. 금오는 김시습이 쓴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의 금오(金鰲)와는 다르다. 후자는 경주의 산 이름이다. 

삼족오는 고대 동북아시아의 태양숭배사상과 샤마니즘의 산물이라고 한다. 설화를 보면 하늘을 건너가는 태양에 까마귀가 살고 있다는 신앙은 중국 전한시대,고구려 때부터 전해 내려왔음을 알 수 있다. 초사(楚辭)와 산해경(山海經)에서 삼족오를 볼 수 있다. 한편 이집트에서도 유사한 설화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삼족오 못지않게 우리 조상의 관심을 끈 건 삼두매(삼두일족응,三頭一足鷹)이다. 삼족오에서 파생된 이미지라 할 수 있다.두 새의 차이점은 다리 셋,머리 셋이라는 것이다. 공통점은 숫자 3이 양쪽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삼족오는 삼두매 외에도 삼두삼족주작(三頭三足朱雀)을 파생시켰다. 머리가 셋, 다리가 셋인 주작은 '조선왕조실록'과 '악학궤범'에도 모습을 보인다. 중국에선 삼족오가 음양오행론에 수용됐으나, 한반도에선 삼두삼족주작으로까지 변형됐다는 것이다.  

삼족오 같은 고대사의 설화 조류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고대사 관련 드라마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바람이 너무 뜨거워질까봐 걱정이다. 광풍(狂風)이 되어선 안될 것이다. 국수주의 바람을 부르는 데 잘못 이용되면 곤란하다. 

이성적으로,실리적으로 꼼꼼이 따져보아야 할 전시작전권 문제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끼쳐서도 좋을 게 없다. 민족 자존심을 일정 부분 높여주는 활력소가 되는 정도에 그쳤으면 한다. 중추가절에 담긴 뜻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열풍(熱風)에 그쳤으면 싶다. 

이 뜨거운 바람을 좋은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창작한 캐릭터는 썩 많지 않다. 그러니 이런 바람을 타고 삼족오,삼두매,삼두삼족주작 같은 신비의 상징을 우리의 대표 캐릭터로 개발했으면 참 좋겠다. 삼두매의 경우 부적으로 만들어 팔아도 될 듯하다. 

일본에선 이런 게 각 지방에 참 많다. 관광수입으로 연결된다. 우리도 민족 혼(魂)을 고취하고, 로열티를 받아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창의력은 다른 나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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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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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최석운의 작품 '여름'> (애장품)


요즘 마누하님에게서 핀잔을 많이 듣는다. 밥을 먹을 때나 커피를 마실 때나,나도 모르게 기린처럼 목을 쭉 빼기 때문이다. 

"당신, 여름 남자 닮아가요? 자세 좀 똑바로 하고 식사해욧!  *%^$#..."

정말 그런가.  화가 최석운의 작품 '여름'에 나오는 두 남자의 바이러스가 내 몸에 들어온 것일까.  10여 년 전 신문에서 그의 익살스런 작풍을 보고 침을 꼴딱 삼켰다. 급기야, 없는 살림에 1백만 원도 넘는 거금을 들여 '여름'을 사고 말았다. 

대학로에서 작가를 만나 잠깐 이야기하던 중, 그 사람이 처가의 고향 사람이란 사실을 우연히 알았다. 그러고 보니 마누하님과 같은 항렬이었다.

이따금 부아가 치밀라치면 이 그림을 쳐다본다. 이내 화가 풀린다. 그림에 화기(火氣)를 흡입하는 빨판이라도 있는 것 같다. 싸움질을 하고 있는 두 남자의 표정이 참 익살스럽다. 순수하다. 사회면을 장식하는 패륜이나 극악무도한 범죄와는 애초부터 전혀 무관한  표정이다. 

두 남자는 머지않아 옆구리에 올린 두 팔을 풀 게 틀림없다. 화를 풀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 것이다. 요즘 하찮은 일이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세태를 보면 참 안타깝다. 

이 두 남자처럼 팔을 풀고 막걸리라도 한 잔하면서 화해하면 좋으련만...  우리가 '변호사 전성시대'를 굳이 만들어줄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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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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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여시(如矢). 정말이지 쏜살 같다. 나이 탓인가. 종전엔 여간해선 못느꼈던 걸 요즘엔 느낀다. 시시때때로 목이 마르다. 마시고,또 마셔도 갈증은 나를 풀어주지 않는다. 고독을 씹는다더니,반대로 고독이 나를 씹는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나 보다. 최근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지난 13일 대학의 홈커밍 행사가 열렸다. 가끔씩 모임에서 보는 얼굴이 대부분이지만, 그 날 학과 동기들의 모습은 웬지 달라보였다. 나이테를 공식확인한 자리였기 때문인 것 같다. 모두들 중얼거렸을 게다. "많이 늙었구나." 


그 시절,대강당에서 진행되는 채플 시간에 우린 '가짜(家字) 대학생'들과 함께 기도를 올렸다. 우린  '연세/상(商)'자를 새긴 배지를 달았고,그녀들은 '연세/가(家)'자  배지를 달고 다녔다. 당시의 가정대학은 요즘 생활과학대학으로 바뀌었다. 상경대학과 가정대학은 같은 시간에 예배를 드렸다.  참 다행이었다. 함께 입학했던 중국 화교 여학생은 1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바람에 입학정원이 160명에 달하던 우리 경영학과엔 여자의 씨가 말랐다.  입가에 작은 점이 있던 그녀는 예뻤다.  출결 점검이 매우 엄격해 '연세 고등학교'라고 일컫던 경영학과 커리큘럼을 따라가지 못했을까. 특례입학했던 그녀는 돌연 자퇴를 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린, 대학당국이 여학생만 있는 가정대학을 상경대학과 묶어준 걸 감사하게 생각하곤 했다.
  
"문과대학에는 여학생들이 많았었지. 그런데, 자칫 잘못 했다간 맞아죽을까봐 접근하지 못했었지."  대학 배지가 새겨진 베레모를 받아 쓴 동기들의 이런저런 회상이 이어진다. 

"교양학부 식당은 좀 비쌌지. 음식은 고급스러웠지만 말이야."
"상경대학 건물은 교육과학대학 건물로 바뀌었대. "
"경영학과가 경영대학으로 독립하려고 했을 때, 경제학과와 응용통계학과의 반대가 무척 심했대. 돈 되는 학과가  빠져나가려고 하니 그럴수밖에 없지."
"결국 독립한 경영대학은 문과대학 뒷쪽에 자리잡았다는데..." 

단과대학 기(旗)를 든 학군단 소속 학생들의 뒤를 따라 우린 행진했다. 강당에서 백양로로,언더우드 동상이 있는 문과대학 앞뜰로... 그러나 축제 기간 중에 있는 후배들은 우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치 우리가 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어느덧 행진대열은 백주년기념관에 도착해 있었다. 우린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앗, 그 때였다. 낮익은 여자 몇 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난 잠시 심호흡을 한 뒤 그녀를 불렀다.
"xxx씨!"

그녀는 나를 단박에 알아보지는 못했다. 명찰을 본 뒤 기억을 더듬으면서 그녀는 손을 내밀어 악수에 응했다. 하지만 옛날과 달리 활달했다. 그래,나이가 몇 살인데...

가정대학 출신의 그녀는 같은 동아리(클럽)에서 활동했던 내 동기들을 많이 알고 있는 듯했다. 계를 묻어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 동기에게 물었다. 그녀는 졸업 후 외국계 은행에서 일했고, 그 때 거래 관계로 알고 지낸 사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명단을 찾아보니,서초동에서 살고 있었다. 직위란은 비어있지만,직장이 명기된 걸로 보아 그녀는 아직도 사회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동기들과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다. 우선,남학생이 전무한 가정대학 학생들이 상경대학 학생들과 미팅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  대학 시절에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는 오대산 등산의 파트너였고, 여러 모로 친했던 동기(사업가)와 나의 첫 미팅 파트너가 동일 인물이었다!

"그러니까,우리 둘 다 그녀에게 결국 차인 셈인가?"
우린 키득대며 웃었다. 그녀는 지방대학의 교수다.

스스로 당긴 운명의 화살에 따라 난 삶을 꾸려 왔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쏜살에 얹혀 살아온 인생!  하지만 날아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신 없다. 마누하님과 나에겐,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하는 순간이 있다. 좀 쑥스럽지만  그건 TV 시청 시간이다. KBS1의 대하 드라마 '서울 1945' 를 매주말 함께 즐긴다. 오래 전 소설 '태백산맥' 매 권을 가슴 졸이며 함께 즐겼던 것처럼. 끝날 때마다 아쉬워 한 마디 한다. 

"에이~ 짜식들 좀 길게 하지." 
그럴 때마다 마누하님의 말씀은 한결 같다. "여보, 일 주일 금~방 간다!"
정말이다. 금방 간다. 아찔하다. 아무래도 올해는 이 드라마와 함께 세월 가는 걸 체감하고 살 팔자인가 보다. 세월은 여시(如矢)다. 여시(여우) 같은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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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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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이 노래가 왜 그리 좋았는지 모르겠다. 

"원숭이 똥구멍은 빠~알개. 빨가면 사과,사과는 달다,달면 바나나,바나나는 길어,길면 기차,기차는 빨라,빠르면 비행기,비행기는 높아,높으면 태극기,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놀 곳과 놀거리가 마땅치 않던 어린 시절, 목청 높여 외치고 부르던 말잇기와 노래가 새삼 떠오른다.  눈 속에서 포즈를 취한 이 놈은 일본 마카쿠 원숭이(Japaness Macaque Monkey)다.  일명 '눈 원숭이'(Snow Monkey)다.


잔뜩 무뎌진 내 더듬이를 옛 추억에 들이댄 것은  유명한 일본 원숭이 '이모'에 관한 이야기를 '잠들기 전 10분이 나의 내일을 결정한다'(한근태 지음,랜덤하우스중앙,296쪽)에서 읽고 난 뒤다. 

마카쿠족(族)에 속하는 이 똑똑한 원숭이가 등장하는 무대는 1953년 9월 일본의 섬 가고시마(鹿兒島)다. 이 놈은 원숭이의 생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고구마를 주자 가까운 개울가로 걸어가 물에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먹었다. 

이런 행동은 그 무리에 널리 퍼지고 이내 관습으로 자리잡았다. 저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CEO를 위한 책 소개 프로그램에 내놓은 요약 글을 묶어 출간했다.모두 60권의 경영경제 관련서를 재치있게 요약한 것이다. 

동물의 행동을 결정짓는 요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진(gene,생물학적 유전자)과 밈(meme,문화적 유전자)이 그것이다. 전자는 한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후자는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일 축하노래로 굳어진 '해피 버스데이 투유'가 밈의 대표주자라는 해석은 자못 흥미롭다. 원숭이의 빨간 항문과 생일케익의 빨간 촛불이 연상돼 입가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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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명 수필/단상 회상2010. 7. 1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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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와 놀아나다

어딜 가니

몰라

멀리가니

모올라

가기는 가니

(!!)


달팽이 약전

내 안의 뼈란 뼈 죄다 녹여서 몸 밖으로 빚어낸 둥글고 아
름다운 유골 한 채를 들쳐엎고 명부전이 올려다 보인 젖은
뜨락을 슬몃슬몃 핥아가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生이 있었다.

-서정춘 시집 '귀'에서-


2005년 8월 25일 초판 발행된 서정춘 시인의 시집에서 달팽이와 관련된 시 두 편을 발견했다.  평소 자폐아적인 개념으로 달팽이를 바라보던 내게 작은 떨림을 안겨주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와 그런가.  암수가 함께 사는(자웅동체) 달팽이 모습들이 참 아름답다. 일생을 부디끼며 함께 보내는 달팽이의 삶이, 이 가을 어떤 느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지 사뭇 궁금하다.

(2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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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Z